생태적 삶을 위한 노자 덕론의 탐구

국문 초록 (Abstract)

노자의 덕은 노자사상에 있어서 도와 함께 중요한 개념이다. 老子』는 총 81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에서 37장까지는 「道經」, 38장부터 81장까지는 「德經」이라 하고 이를 합쳐 『도덕경』이라고 부른다. 즉 노자사상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두 개념이 바로 道와 德이라는 것이다. 덕론 탐구의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노자의 도와 덕의 관계에 대한 탐구다.
노자는 “텅 비어 있는 덕의 모습은 도를 좇는다.(孔德之容, 唯道是從)”라고 하였다. 노자는 우주자연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인간사회의 법칙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노자의 道는 자연성의 도이면서 동시에 인간 사회가 따라야 할 당위의 도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위의 문제는 인식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선택적인 분별지와 달리 노자가 진정한 인식이라고 하는 明은 세계가 존재하는 형식과 운행의 법칙을 알고 따르는 것이다. 노자의 구도에 따르면 도에 대한 진정한 앎은 곧 현실에서 덕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자는 ‘道法自然’이라 하여 세계의 존재양식인 도가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따른다고 표현하였다. 그래서 여러 학자들은 노자의 사상을 따라 단순히 자연에 순응하는 삶 즉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노자의 不言之敎 역시 언어를 통한 교육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 스스로 얻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행위는 전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노자의 도법자연, 불언지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물어야 할 것이다.
서구의 철학이 진리의 탐구에 보다 관심을 기울였다면 동양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윤리적 문제 즉 실천의 문제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노자도 예외는 아니다. 노자를 비선비악을 주장한 상대주의자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자는 선악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작위적인 선악을 비판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윤리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위 즉 실천성을 묻는 것이다. 노자의 덕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더 이상의 메타윤리적 차원의 논의로는 현재의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노자의 사상이 하나의 영성주의, 신비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실제 생태위기를 위한 하나의 대안적 세계관이며 동시에 노자의 덕론을 통해 생태적 삶을 위한 행위의 실천성에 대한 논의를 정치하게 다루어야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노자 덕론을 통한 생태적 삶의 실천성에 대한 탐구이다. 따라서 노자에 나타난 덕 개념은 물론 실천적 함의를 담고 있는 무지, 무위, 무욕에 대한 개념도 함께 분석할 것이다. 노자의 덕은 도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도의 운행모습을 그대로 체화한 것을 상덕이라고 한다. 상덕은 바로 도의 구현이므로 특정한 덕 개념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노자는 2장에서 자연의 원칙에 따르는 성인은 무위의 일에 처하며 불언의 가르침을 행한다고 하였다. 무위라는 개념은 덕의 실천 원리로 제시될 수 있다.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 목표에서 제시하였듯이 도와 덕의 관계성에 대한 분석이후에는 덕의 실천적 원리로서 무위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더불어 무지, 무욕, 소사과욕, 불언지교와 같은 개념들의 분석을 통해 현대적 의미를 재 구성하고자 한다.
데자르뎅은 생태윤리의 주요 관심은 행위의 규칙과 원칙을 제안하는 데 있지 않고, 세계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 변화에 있다고 보았다. 즉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요구라는 것이다. 노자는 우리에게 시비선악의 인위적 가치체계를 넘어서 자연의 법칙에 따른 삶을 요구한다. 노자의 기획은 자연의 법칙으로서 도가 인간사회의 도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자의 덕은 생태적 덕이라 이름할 수 있으며 이는 로드맨이 언급한 생태적 감수성의 개념과 비교될 수 있다. 생태적 감수성의 함양은 지구 자연에 대한 바른 이해,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지구 자연의 아픔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극복을 위한 태도변화를 수반한다. 현대 도덕 교육의 방향은 훌륭한 인격 형성을 위한 지, 정, 의의 통합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생태윤리를 위한 방향 역시 행위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을 넘어서 자연에 대한 바른 태도를 지닌 훌륭한 인격의 형성에 그 관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적 덕으로서 노자의 덕은 자연의 원리를 알고 느끼고 그 원리에 따라 실천하고자 하는 통합적 성격의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