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회주의재정의 유일관리제 원칙에 따라 외화관리정책으로 국가의 유일관리원칙, 수입과 지출의 수지(balance)를 맞추며 더 많은 외화원천을 확보하는 원칙, 계획성의 원칙을 채택하...
북한은 사회주의재정의 유일관리제 원칙에 따라 외화관리정책으로 국가의 유일관리원칙, 수입과 지출의 수지(balance)를 맞추며 더 많은 외화원천을 확보하는 원칙, 계획성의 원칙을 채택하였다. 이 정책을 반영하여 동구권 사회주의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단일은행제도(mono-bank system)를 도입하였다. 원화거래는 조선중앙은행을 통하여, 외화거래는 조선무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유일적 관리와 통제의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원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무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외화의 통일적 관리는 유명무실해졌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의 하락과 부족의 심화, 후계체제구축으로 인한 권력의 이동, 당의 강화와 경제에 대한 간섭의 심화는 우선적인 자원배분의 경제운영과 외화획득중심의 새로운 경제부문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1970년대를 기점으로 인민경제와 분리시켜 운영하기 시작한 군수경제이며 외화벌이를 중심으로 발족한 39호실을 비롯한 당경제기구들이다. 이는 내각의 국민경제, 인민경제와 완전히 분리된 ‘궁정경제’의 출현을 의미하였다. 군수경제는 제2경제위원회를 중심으로 계획, 생산, 분배, 무역,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39호실, 38호실을 비롯한 당 경제기구도 외화가 될만한 인민경제의 많은 부문을 흡수하면서 자기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군수경제, 당 경제를 위시한 ‘궁정경제’는 계획에서 무역,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조를 갖춘 독자적인 그룹, 연합체 형식으로 성장하였으며 당 조직지도부까지 직접 방대한 경제기관들을 거느리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에 발족한 대성은행, 창광신용은행, 동북아시아은행, 고려은행 등 부문별은행들은 내각과 인민경제의 통제를 벗어나 당 직속기구들을 통하여 김정일에게 직접적인 자금줄로 연결되었다. ‘궁정경제’와 부문별은행들의 출현은 무역은행중심의 외화관리시스템을 파괴하기 시작하였으며 무역결제, 특수화폐 발행 및 유통, 외국기관들에 대한 외환서비스, 비 무역(non-trade)결제, 외국차관 등 국가 외화거래를 모두 장악하고 통제하던 무역은행은 오늘날 회생불능의 내각기관들의 외화결제를 맡아 수행하는 보잘 것 없는 기관으로 전락하였다. 반대로 국가의 핵심권력을 업고 성장하는 많은 부문별은행들은 무역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침식하고 있다.
북한은 90년대부터 외화관리법규들을 채택·정비하고 외화관리에 대한 제도의 보완을 시도하였다. 바꾼 돈표를 폐지하였으며, 환율의 현실화와 시장을 제한적으로 수용하였다. 국제결제통화도 미달러에서 유로화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는 외화누수를 막지 못하고 있으며 외화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환율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식시세와 비공식시세의 2중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개선을 목표로 한 법과 제도의 채택도 현실에서 많은 괴리와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민경제를 위한 제도와 국민경제와 분리된 ‘궁정경제’의 2중 구조는 법, 제도의 집행을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국가경제에 커다란 악영향과 문제점을 가져오고 있다.
‘궁정경제’의 확산, 외화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집행의 문제는 중앙계획화와 중앙집권적 경제운영에 무질서와 혼란을 가증시키고 있으며, 2중 경제 구조의 심화, 경제·사회의 달러화(dollarization)로 인한 외화의존도 증대, 공식경제의 지속적인 침체와 비공식경제의 확산, 엘리트중심의 특권계층을 위한 경제구조와 소득구조의 심화, 우선적인 자원배분시스템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외화관련법규들을 수정보충하고 『상업은행법』을 제정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국가공식경제의 회복과 부족한 외화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강력한 외화집중관리제도를 회복하고 외화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