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는 전통적인 장소를 특징짓는 세 가지 측면, 즉 정체성, 관계성, 역사성이 결여된 장소를 비-장소라고 부른다. 비장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다룰 주제는, 비장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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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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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오제는 전통적인 장소를 특징짓는 세 가지 측면, 즉 정체성, 관계성, 역사성이 결여된 장소를 비-장소라고 부른다. 비장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다룰 주제는, 비장소의 ...
오제는 전통적인 장소를 특징짓는 세 가지 측면, 즉 정체성, 관계성, 역사성이 결여된 장소를 비-장소라고 부른다. 비장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다룰 주제는, 비장소의 부정적 의미론이 통과장소 호텔에 적용되는가이다. 호텔은 기차역이나 국제선 공항과 비장소의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잠시 체류하는 것이 가능한 통과장소라는 점에서 그것들과 구분된다. 호텔에 체류하는 고객은, 자동차 운전자, 쇼핑몰을 방문하는 소비자,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기다리는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비장소 특유의 익명성과 고독을 체험하지만, 다른 비장소의 이용자과는 구분되는 공간적 현실을 경험한다. 호텔은 비장소에 속하면서도 비장소의 상대성을 보여주는 통과장소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비-장소의 세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호텔을 주 무대로 서사를 펼치고 있는 1920년대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소설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통과장소가 비장소에 속한다고 해도 그것을 비-정체성, 비-관계, 비-역사 등 전적으로 결핍의 시각에서 보게 되면 통과장소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사회적 의미의 형성 과정을 놓치게 된다. 통과장소의 의미론이라는 관점에서 본 연구는 1920년대 독일어권의 호텔문학에 접근할 것이다.
1년차 연구에서는 문학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장소와 정체성의 관계를 살펴본다. 첫 번째 질문은, 어떤 점에서 비장소 특유의 정체성이 소설 속 인물에게 적용되는가이다. 두 번째 질문은, 비장소를 지배하는 원칙인 ‘개별화’를 자신과의 집중적 대결의 기회로 전환함으로써 정체성 상실의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이다. 호텔문학은 비장소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해석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차 연구에서 다룰 첫 번째 주제는 떠남과 머묾의 역설이 공간에 대한 개인의 관계 및 개인 간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요셉 로트의『사보이호텔Savoyhotel』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향민으로서 고향으로 떠나고자 하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과장소에 대한 이율배반적 감정 때문이다. 두 번째 주제는 호텔에 고유한 공간적 불안정성이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처음부터 호텔은 떠날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라는 점에서, 즉 체류가 아니라 통과가 예정된 장소라는 점에서 그곳에서의 만남과 관계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2년차 연구에서는 떠남과 머묾이라는 역설을 안고 있는 통과장소가 공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사보이호텔』과 비키 바움의『호텔에 사는 사람들Menschen im Hotel』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나아가 사교의 사회학이라는 관점에서 슈테판 츠바이크의『변신의 도취Rausch der Verwandlung』에 재현된 호텔 사회를 분석할 것이다.
3년차 연구에서는 통과공간 호텔을 헤테로토피아로 볼 수 있는가와 헤테로토피아로서의 통과공간이 개인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할 것이다. 첫 번째 주제는 일탈의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것이다. 프란츠 베르펠의『호텔 계단Hoteltreppe』은 일탈의 헤테로토피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동시에 해체되는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일탈의 헤테로토피아를 벗어나기 위해 여 주인공이 택한 길은 호텔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호텔 계단을 직접 오르는 행동, 즉 호텔 계단 꼭대기라는 목표를 향한 몸의 적극적인 이동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공간체험의 연속성, 즉 전통적인 공간체험의 회복을 통해 치유되기 위해서이이다. 두 번째 주제는 ‘다른 모든 공간에 대한 이의제기‘라는 의미에서의 환상의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것이다. 푸코는 ”우리 사회가 무질서하고 뒤죽박죽이라고 보일만큼 완벽하고 주도면밀하고 정돈된 또 다른 현실 공간“의 사례를 18세기에 세워진 식민지들에서 찾는다. 사보이 호텔은 무질서의 한 가운데에서 질서를 구현한 섬 같은 공간이다. 그러한 질서는 호텔 밖의 무질서를 보상하기 위해 세밀하게 조직되고 철저히 관리된 공간을 낳지만, 지배적인 질서를 전복시킨다. 이점에서 사보이 호텔은 특수한 공간구도를 통해 지배적인 공간질서를 전복하는 반공간, 헤테로토피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