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후기 天災地變과 王權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는 고려후기의 天災地變을 매개로 한 군주의 정치사상사적 대응론의 변화를 고찰하고자 한다. 고려시대의 왕권은 무인정권과 원 간섭기를 거치면서 그 권력의 부침이 첨예하였고, 항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왕권의 안정과 강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매개체가 필요했고, 이를 관념적인 형태로 끌어올린 것이 天災地變에 대한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구 작업을 위해서는 고려후기의 자연관이나 天觀에 대한 이해, 주자학의 수용에 따른 사대부의 의식변화, 그리고 元 ― 明 등 동아시아의 질서 속에서의 고려의 위상 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를 고려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고려사』 천문․오행지와 世家, 식화지 농상조 및 진휼조, 열전 등에 나타나는 고려후기의 災異 양상을 데이터화하면서, 그 유형을 월별, 왕대별, 주제별 등으로 분류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같은 시기 중국의 자연재해에 대한 기록도 비교 검토하여 동북아시아의 기상변동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도모할 것이다. 그 이유는 고려후기 재이의 내용과 이것이 고려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실질적 검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재이가 발생했을 때 고려후기의 각 왕대에 어떠한 消災노력을 폈는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 이는 『고려사』세가의 연대기 속에서 주로 찾아지며, 이밖에도 『고려사』의 예지나 식화지, 형법지 등에서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消災 노력을 불교, 도교, 유교, 무속 등의 성격으로 그룹화하여, 왕권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특히 국가 정책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셋째, 고려후기의 이상적 군주론의 이해가 어떻게 제시되었는가를 살펴보겠다. 고려전기의 경우 왕실위상의 강화와 지배체제의 안정을 위하여 풍년을 비는 祈穀이나 災異를 없애줄 것을 비는 祈禳 등과 함께 月令의 수행을 통해 군주의 시후조절적 능력이 부각되었으며, 여기에 군주는 籍田儀와 같은 농경의례를 통해 중농적 治道를 내외에 보이면서 화합을 유도하였다. 예컨대, 이러한 군주상으로서 태조와 문종의 경우가 규범으로 제시되었다. 즉, 고려전기 왕권의 위엄과 위상을 결정짓는 신성성이 천인감응적 시후조절능력에 있었다면, 고려후기 군주상의 경우는 과연 어떠했을까?
이를 토대로 먼저 고려후기에 나타나는 천재지변의 양상이 어떠한 경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일정한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함께 정리된 각 유형별 消災노력이 과연 재이와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검토 결과를 토대로 과연 ① 명종 이후 원종 대까지의 무신집권기, ② 충렬왕 이후 충정왕대까지의 원 간섭기, ③ 공민왕 이후 개혁정치기 등의 세 시기에 있어 왕권이 고려의 정치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