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족주의의 구조와 성격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nationalism, sino-centralism, social Darwinism, huayi Theory, tianxiazhuyi,

국문 초록 (Abstract)

천하관이나 화이관은 민족주의 세계관과는 불연속적이다. 유교에서 정당한 질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계층적 질서이며 이 점은 근대 국면에서 국가과 국민을 형성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천하관에 의하면 세계는 천자의 교화가 미치는 정도에 의해 서열화되게 된다. 천자의 교화가 미치는 지역은 화의 세계이고 미치지 않는 지역은 이의 세계이다. 화와 이의 구별의 최대 지표는 예의 유무이지만 양자의 경계는 고정적 혹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국왕이 중국황제에게 조공하여 신하의 예를 취하면 천자를 정점으로 하는 중화적 예의 질서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국내질서와 국제질서는 연속적이다. 국내에서 사와 서의 구별은 흡사 세계에서 화와 이의 구별에 대응한다. 인종이나 국경에 의해 획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질서와 국제질서 사이에 본질적 구별이 없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민족주의와 기본적으로 화이론과 천하관을 갖는 유교 사이에는 매우 이질적인 구열이 존재한다. 따라서 직접적 방식으로는 유교의 화이론이나 천하관으로는 국가나 국민 민족에 이론적 의미를 부여할 방법이 없다. 이에 동원된 이론이 사회진화론이다. 우선 사회진화론 모델은 경쟁을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그럼으로써 중국인들에게 중국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예리하게 인식하도록 해준다. 또 당시 중국의 상황에서 경쟁은 진보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이 논리를 빌려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복고적 역사관의 가정을 근본부터 흔들어놓는 효과가 있다. 진보사관이 진화론보다 선행한 유럽의 경우와 달리 중국에서는 진화론이 진화사관의 역할을 대체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진화론은 국민이나 국가의 개념에 명확한 의미부여에 성공할 수 있었고 성공의 관건은 사회집단을 형성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 인간이 금수와 구분되는 것, 또 인간의 경쟁이 많은 집단간의 경쟁을 형성하고 더구나 경쟁이 필연적으로 진화를 초래한다고 한다면 국가는 사회집단의 진화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된다. 이에 더하여 근대국면에서 민족주의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한 것이 있다면 춘추전국의 전쟁의 역사적 기억이다. 그러니까 근대 시기 ‘주류 민족주의’ 형성의 논리를 제공한 것이 외래사상으로는 사회진화론이고, 전통사상으로는 춘추전국의 기억(충돌과 일시적 평화)이다. 이 두 사상은 이후 중국민족주의를 강화해간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