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분단 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남과 북의 분단 아래 우리겨레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생활하였고 교류가 단절되었으며 생활 방식 등 여러 분야에서 동질성을 잃었...
남과 북이 분단 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남과 북의 분단 아래 우리겨레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생활하였고 교류가 단절되었으며 생활 방식 등 여러 분야에서 동질성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남과 북의 어문규범에 차이가 생겼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에도 많은 차이가 생겼다.
광복 후 남에서는 서울말을 바탕으로 한 ‘표준어’를, 북에서는 평양 등지의 북부 지역 말을 바탕으로 한 ‘문화어’를 규범어로 정했다. 이렇게 각각의 규범어를 중심으로 남북 어휘에 형태상의 차이가 생겼다.
남과 북의 어휘적인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남과 북의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큰 사전(UNABRIDGED DICTIONARY)을 편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독일은 ‘괴테사전을’, 중국과 대만은 ‘양안사전’을 만들어 하나의 길을 열어갔다. 일제의 무서운 탄압 아래에서도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려는 투쟁이 그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누구의 탄압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이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달라진 우리 민족의 언어들을 조사하고, 새로 뜻풀이하여 완성된 우리말을 찾음으로써 민족의 얼을 지키고자 한 것이 바로『겨레말큰사전』편찬이다. 통일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독일처럼 예상치 못하게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할 때, 언어간의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불어닥칠 것이며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어는 겨레의 얼이자 민족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인 뿌리(근간)이다.
민족문화의 원형이자 통일 후 사회통합의 가장 큰 모태가 될 언어통합이야 말로 통일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이다. 우리는 겨레의 얼을 복원하고 통일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겨레말큰사전』사업을 원래대로 추진해야 한다. 조건만 내거는 게 통일이 아니다.
통일은 함께 준비해가고 만들어갈 때 맞을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민족의 얼과 말의 가치보다 드높지 않다는 걸 우리의 마음에 새기며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이 하루빨리 지속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