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2세 해월 최시형은 평민의 집안에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면서 밑바닥 민중의 삶을 몸소 겪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쉽고 부드러웠지만 힘이 있었다. 그의 관심은 늘 밑바닥 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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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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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동학의 2세 해월 최시형은 평민의 집안에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면서 밑바닥 민중의 삶을 몸소 겪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쉽고 부드러웠지만 힘이 있었다. 그의 관심은 늘 밑바닥 민중...
동학의 2세 해월 최시형은 평민의 집안에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면서 밑바닥 민중의 삶을 몸소 겪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쉽고 부드러웠지만 힘이 있었다. 그의 관심은 늘 밑바닥 민중에 가 있었고 그의 말은 늘 구체성이 있었다. 그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스승이 깨달은 ‘侍天主(모든 존재는 내면에 하늘님을 모시고 있다)’를 서민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가르침으로 재해석해내었다. 그리하여 사람을 하늘처럼 공경하는(事人如天) 동학적 평등이념과 천지와 더불어 만물을 살아있는 생명으로 공경할 것(敬物)을 가르쳤다. 그가 내놓은 ‘以天食天’과 ‘向我設位’는 우주와 생명, 하늘과 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폭넓은 영감의 원천을 제공할 뿐 아니라, 선천의 모든 제도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예고하게 하는 탁월한 철학적 개념이었다.
최시형이 없는 동학은 상상하기 어렵다. 최시형에 와서 동학은 진정으로 민중의 사상이자 생명사상이 될 수 있었다. 동학농민혁명도 30여년 동안 최시형이 이룩한 조직과 그의 탁월한 민중적 생명사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동학의 2세 해월 최시형의 동학 사상을 철학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그의 사상이 가진 한국철학사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 개념인 천과 자연에 대한 관념을 분석함으로써 동학 신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동학 신관(천관)이 가진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아울러 이런 천에 대한 이해에 바탕한 천지부모와 경물에 대한 생태학적 영성이 가진 의미를 한국적 생명사상과 생명운동의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오늘날의 생태적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모색해 본다.
연구방법으로는 문헌탐구와 철학적 논증의 방법 외에 宗敎學的方法을 보완적으로 채택한다. 문헌에 나타난 言說 외에 東學人들의 삶 속에 나타난 신앙과 수도의 측면을 아울러 고려하면서 살피고자 한다.
최시형의 천관을 살펴보면 ‘天’의 의미가 세 가지 층차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物物天․事事天의 汎天論的인 모습, ’天地父母‘의 超越的․人格的인 모습, ’心卽天‘에서처럼 內在的․合一的인 모습. 대체적으로 보면 최시형의 天觀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天이 만물과 인간내면에 내재․합일됨으로써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색채를 지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러면서도 신앙의 약화를 우려해서 ‘天地父母’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시형은 스승 수운의 시천주(侍天主)를 계승하여 천지부모(天地父母), 경물(敬物), 물물천사사천(物物天事事天), 이천식천(以天食天), 등의 생명사상으로 재해석하였다. 이로써 만물화생의 이치와 생명순환의 원리, 또한 그것을 하늘님으로 공경하는 생명윤리를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해월에게서 특징적인 것은 만물까지 공경하라고 하는 ‘敬物’의 정신이다. 그는 사람만이 하늘님을 모신 것이 아니라, 만물이 다 하늘님을 모셨다는 것을 깊이 통찰하였다. 그래서 아침에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저 새소리도 시천주의 소리”라고 하였다. 또 “땅을 소중히 여기기를 어머님의 살결같이 하라”고 하였다.
최시형은 또 “만사를 안다는 것은 밥 한 그릇을 아는 데 있다”고 하였다. 이는 쌀이 영그는 데는 농부의 수고만이 아니라 하늘의 햇빛과 달빛, 비와 이슬, 땅의 양분과 그것을 비옥하게 해 주는 지렁이, 메뚜기, 각종 미생물이 다 자기 역할을 한 결과라는 것이다. 쌀 한톨이 맺히는 데 하늘과 땅과 사람, 천지인 삼재가 모두 참여한다는 것이다.
최시형은 또 ‘하늘이 하늘을 먹고 산다’는 ‘이천식천(以天食天)’의 가르침을 내놓았다. 우리도 하늘이지만, 우리가 먹는 식물과 동물도 모두 하늘이라는 말이다. 비록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지만, 우리 모두 하늘처럼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먹는 행위 자체를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며, 먹더라도 독식을 하거나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생명의 순환적인 상호 의존 관계를 알고, 그 질서를 깨뜨리지 않아야 하며, 언젠가는 내 몸도 전체 생명을 위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런 최시형은 생명사상은 무위당 장일순에게 계승되어 협동조합 ‘한살림’으로 태동되기도 하였고, 지금도 한국적 생명운동의 사상적 근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