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는 최근(2013. 2. 16) 전국규모학술지를 발간하는 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한시에 있어서 오언절구의 형식적 특징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었다. 동문선에 실린 아래 김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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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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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는 최근(2013. 2. 16) 전국규모학술지를 발간하는 학회의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한시에 있어서 오언절구의 형식적 특징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었다. 동문선에 실린 아래 김부식의 시를 보자.
大興寺聞子規 [金富軾]
俗客夢已斷 ●●●●● √
子規啼尙咽 ●◯◯●●入屑
世無公冶長 ●◯◯●◯
誰知心所結 ◯◯◯●●入屑
俗 入燭, 客 入陌, 夢 去送, 已 上止, 斷 上緩
子 上止, 規 平支, 啼 平齊, 尙 去漾, 咽 入屑
世 去祭, 無 平虞, 公 平東, 冶 上馬, 長 平陽
誰 平脂, 知 平支, 心 平侵, 所 上語, 結 入屑
廣韻(1007년)을 근거로 한 분류다. 율절의 평측과 완전히 다른데다 韻字 역시 측성운을 쓰고 있다. 다른 운서를 찾아보면 韻이 달라질까? 廣韻보다 30년 뒤에 간행된 禮部韻略(1037년)을 따르면 ‘夢’이 평성자이므로 起句의 평측은 ‘●●◯●●’이 된다. 그래도 율절의 격식과는 차이가 크다.
근체시 오언절구 가운데 律絶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모두 무시되고 있다. 拗體를 생각해보기도 어렵다. 이런 시는 형식상 어떤 시로 분류해야 할까? 근체시의 율격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오언고시라고 하면 그만일까? 우리나라 한시에서 오언절구는 과연 어떤 양상을 갖는가? 신청자는 구체적인 자료를 검증해서, 자료에 기초해서 우리 한시의 오언절구 개념을 도출했다.
그 구체적인 자료란 東文選과 청구풍아이다. 두 책은 詩文을 양식에 따라 엮고 있는데, 오언절구가 따로 한 권으로 독립되어 있다. 동문선에 실려 있는 오언절구 83수 가운데 律絶의 기본 규칙에 어긋나는 시들을 몇 개 들면 다음과 같다.
馬上寄人 [崔讜]
(1)
迴首海陽城 ◯●●◯◯
傍城山嶙峋 ◯◯◯◯◯平諄 √
山遠已不見 ◯●●●● √
况是城中人 ●●◯◯◯平眞
광운, 集韻, 평수운, 예부운략을 다 찾아봐도 이 시의 承句는 모두 평성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李仁老와 이규보, 정몽주, 성삼문의 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書天壽僧院壁 [李仁老]
待客客未到 ●●●●● √
尋僧僧亦無 ◯◯◯●◯平虞
唯餘林外鳥 ◯◯◯●●
欵曲勸提壺 ●●●◯◯平模
北山雜題[李奎報]
(1)欲試山人心 ●●◯◯◯
入門先醉奰 ●◯◯●●去至
了不見喜慍 ●●●●● √
始覺眞高士 ●●◯◯●上止
春興 [鄭夢周]
春雨細不滴 ◯●●●● √
夜中微有聲 ●◯◯●◯平淸
雪盡南溪漲 ●●◯◯●
草芽多少生 ●◯◯●◯平庚
詠海棠 [成三問]
子固不能詩 ●●●◯◯
不能亦何傷 ●◯●◯◯平陽
我愛柳仲郢 ●●●●● √
衣不喜薰香 ◯●●◯◯平陽
한 구 다섯 자로 이루어지는 오언절구에서 넉 자 이상, 심지어 다섯 자 모두 같은 聲調의 글자를 쓴다는 것은 율시의 규칙을 따르는 律絶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古詩에서도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고려와 조선 초기의 여러 유수한 시인들은 그런 시를 남겼다. 동문선에 실린 오언절구 83수 가운데 최소한 8수 이상이다. 참고로 신청자는 광운을 기준으로 白居易가 남긴 오언절구 74수 전체를 분석해보았는데, 넉 자 이상 동일한 聲調의 글자가 사용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문선이나 청구풍아는 이런 시를 모두 오언절구라고 하였다.
동문선 편찬의 책임자인 서거정은 어떤 韻書에 근거해서 시를 지었던가? 그의 문집에 실린 시를 분석해본 결과, 서거정은 광운과 홍무정운 및 集韻을 詩作의 기본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거정은 예부운략을 따랐다. 한데, 비단 서거정뿐만 아니라 허균과 정약용까지도 예부운략을 따랐다는 사실을 그들의 시를 분석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곧, 고려 중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作詩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기준 운서가 예부운략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한시에서 五言四句로 이루어진 작품은 모두 오언절구로 불러야 한다. 적어도 동문선과 청구풍아에 수록된 작품을 기준으로 할 때는 예외가 없이 모두 그러하다.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론이다. 많은 시인들의 5언4구로 된 작품들이 허다히 古詩로 인식되곤 하지만, 절구로 분류하는 것이 우리 한문학이 쌓아온 자료의 실상에 비추어 올바른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중국에서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우리 한시 전통에 자리 잡고 있던 절구의 개념을 도외시하는 것은 이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이 결론이 동문선과 청구풍아를 넘어서 우리나라 한시사 전체에서 타당한 것인지 더 폭 넓은 자료를 대상으로 검증하는 것이 본 과제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