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한반도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내외 장애요인들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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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한반도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내외 장애요인들도 여...
본 연구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한반도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내외 장애요인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최근 상황만 보아도 2018년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면서 남북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되었고 중요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특히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에는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되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상황변화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작금의 상황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더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북한의 반복된 핵·미사일 실험과 함께 고조되었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그 징후이며 지금 다시 그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심각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남북은 물론이고 한반도 외부의 유관국들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한반도에서 주기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온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기의식에 의해 촉진된 대화와 협상은 한반도와 남북관계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남과 북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한반도의 미래 비전이 수립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때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 존재하는 여러 장애물을 극복해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비전은 현재의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정에서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에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한반도 문제가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온 데는, 주요 행위자들이 변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분단체제하에서 형성된 사고와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두 평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상대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관습적 인식이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실질적인 행동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면 진전을 보지 못하고 결국은 좌초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왔다.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면 주요 행위자들이 지금까지 문제해결을 가로막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동방식을 택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 즉 서로를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고 협력적 관계로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뢰의 형성이 중요하며, 이러한 신뢰형성을 촉진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기존 우리 정부통일방안이 갖는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1989년에 처음 제시되고 1994년에 일부 수정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시간을 견디며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당한 합리성을 갖고 있다. 특히 3단계 통일과정의 중간 단계로 제시된 남북연합은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공통점이 있으며 이러한 방향으로 통일을 추진하기로 남북이 합의한 바도 있다. 따라서 이 방안의 합리적 측면을 앞으로도 계승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연합 방안을 포함해 이 통일방안은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비전으로 삼기에는 구체적이지 못한 면이 있고 그 사이에 제기된 남북관계와 관련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도 효과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우선 통일과 평화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 설명이 부족하다. 이는 이 방안이 제출된 때는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기 이전이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의 협력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기능주의적 접근법을 택했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군사적 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남북협력의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출현했다. 즉 기능주의적 접근을 넘어선 남북관계 발전 전략과 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남북이 오랜 분단으로 인해 체제의 이질성이 심화되고 이를 인위적이고 강제적 방식으로 동질화시키려고 할 경우에 한반도 차원은 물론이고 동북아 차원의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발전은 화해와 협력의 심화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 평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의 구축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의 단계적 통합과 평화정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 구상이 필요하다.
남북연합이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는 비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 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은 여전히 최종적 통일로 나아가는 과도적 단계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한계이다. 최종적 통일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중간 과정이 모두 이 최종적 통일이라는 목적의 실현에 복무하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그 중간 과정에서도 사람들의 삶이 존재하며, 그 삶은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그 의미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그 자체로 존중을 받고 의미를 가져야 한다. 최종적 통일은 이러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과정의 결과로서 실현되어야 한다. 남북연합은 이러한 각도에서 재해석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본 연구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신통일론의 핵심이다.
본 연구에서 논의하는 신통일론은 새롭게 제기된 사회적 가치와 규범 들을 통일이라는 지향과 연결시키고자 했다. 근대 모델에 기초한 통일론은 근대 모델이 초래한 여러 문제를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통일론은 민족국가 혹은 국민국가 프레임에 기초해 있는데, 그 동안 이러한 국가모델이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실현하는 데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증가해왔다. 국가간 관계에서도 민족주의나 경직된 국민국가 모델은 현재 출현하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방안이기보다는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족주의나 국민국가 모델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국가 내부와 외부에 타자를 만들어내고 이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회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관성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과 환경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국민국가 모델과 밀접하게 연관된 발전(지상)주의도 사회적 배제의 논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고 심각한 생태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만약 통일이 이러한 문제를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면 통일에 대한 지지를 넓히기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본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FGI에서도 통일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통일을 논의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저는 그냥 또 통일하면 어떤 게 떠오르냐면 되게 약간 좀 머리 희끗희끗하시고 나이든 일부 남성들이 약간 근엄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논의하는 막 그런 장면밖에 안 떠올라요. 근데 저는 그거가 사실 청년세대들이나, 다른 세대들이 이렇게 통일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거라 생각을 하는데”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일단 검색해봤을 때 용어 정의라든가 제대로 된 보도자료가 안 떴고요. 그냥 직관적으로 느꼈을 때는 ‘통일은 대박’이다에서 단어 하나만 더 넣은 것 같은데? 약간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와 같은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FGI는 청년세대 12명(26~34세)을 3명씩 그룹으로 묶어 네 차례 진행했다.
따라서 신통일론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남북연합 방안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새로운 문제의식을 수용할 수 있는 틀이다. 복합국가 모델의 일종으로서의 남북연합 방안은 국민국가 모델의 억압적 속성을 완화시키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며 어떻게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논의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남북연합을 과도기로 규정했던 것과 관련된 문제이다. 남북연합을 과도기로 간주했을 경우 남북연합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고민과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본 연구는 남북연합을 과도기가 아니라 남북의 단계적 통합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제도로 재해석하고 이에 기초해 이 제도가 정치관계를 넘어 다른 영역의 남북협력 메커니즘과 갖는 유기적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 과정에 남북연합의 갖는 다양한 가능성이 새롭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남북협력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아래로부터의 통일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이 궤도에 오르면 시민들의 참여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제도 중심의 통일 논의는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통일이 사람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포함될 때 이와 관련한 논의와 실천에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즉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시민적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남남갈등의 문제도 진영 간 대화와 같은 방식보다는 시민들의 직면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데 남북협력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있는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발전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
위의 같은 신통일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역적이고 당위론적 통일론을 귀납적이고 현실론적 통일론을 전환시키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남북연합 논의는 공식 제도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여기서도 복합국가 모델의 이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 가보다 남북통합이라는 목표로 수렴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논의는 변화된 객관적 상황(남북의 상황, 국제정세)이나 미래지향적 가치(생태, 젠더 등)의 실현 등의 문제를 반영하기 어렵고, 또 남북관계나 한반도 근미래에 대한 체계적 비전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크다. 통일이 미래지향적 가치를 반영하는 방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통일론의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연합을 경유하는 남북관계 발전 방향과 비전을 정치제도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적 차원을 포함해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체제’ 비전도 남북관계의 미래상을 새로운 이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신한반도체제’ 비전은 2019년 북미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미는 물론이고 남도 이 문제의 해결을 가장 우선적 과제로 삼으면서 더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신한반도체제 연관된, 그리고 통일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해왔다. 생명공동체, 평화경제, 비전통안보와 인간안보, 동북아협력 등이 그것이다. 이제 그 동안 개별적으로 제시된 위의 문제의식들을 신통일론으로 종합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필요성을 반영해 기존 통일방안, 특히 남북연합 방안을 구체화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을 통해 미래지향적 통일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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