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는 온라인게임을 서사물로 보는 서사학의 입장을 견지한다. 온라인게임은 디지털 놀이이며, 놀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이야기’는 ‘상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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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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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자는 온라인게임을 서사물로 보는 서사학의 입장을 견지한다. 온라인게임은 디지털 놀이이며, 놀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이야기’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밑그림이다. 육체의 접촉이라는 행위에 의해 구체화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후경화 된다. 상황은 관습적으로 이미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스팩트럼 역시 제한적이다. 이야기는 상황에 참여토록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 이에 반해 온라인 게임에서 ‘이야기’는 의식의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상황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판단에 따라 놀이 행위를 펼쳐나가기 때문에 상황은 주관화되고 복잡하며 다양하게 전개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야기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독창성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서사 형식에 미친 영향 관계로부터 그 논의가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기술 의존적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습적인 놀이에서 기술의 발전이 서사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하였다. 관습적인 놀이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정신에서 이야기 원형을 찾아냈다. ‘오징어’라는 놀이는 우리의 분단 상황을 메타하고 있고 ‘딱지 따먹기’나 ‘구슬치기’는 자본주의의 놀이적 반응이다. 온라인 게임의 이야기 원형이 신화나 전설 같은 과거의 서사로부터 상상력을 빌려 온 것과는 분명 다른 맥락이다.
새로운 텍스트는 자신의 고유한 특징을 활용하는 독특한 표현 양식을 창출해냄과 동시에 기존의 표현 방식과 문화적 양식에 의존한다. 즉 어떤 유형이든 새로운 텍스트의 표현 양식은 일종의 혼성태로, 기존의 관습과 새로운 양식의 조합이다. 온라인 게임 역시 ‘컴퓨터’라는 도구의 발명이 가능케 해준 새로운 놀이이지만, 그 안 녹아있는 서사 문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 원형인 ‘영웅 서사’이다. 영웅 서사는 인류가 창조해낸 이야기 구조 중 가장 오래됐으며, 영향력이 있는 화소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문학에서 보편적이며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영웅 서사’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드라마 등 시대를 초월해 모든 서사 예술이 채택하고 있는 유력한 이야기 관습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선도하고 있는 <아이온>이나 <아키에이지>의 시나리오가 의지하고 있는 중세 환타지 영웅담 등은 컴퓨터 게임 서사와 영웅 서사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컴퓨터 게임의 ‘1인칭 의사 체험 몰입 놀이’라는 구조적 특성은 유저로 하여금 현실에서 벗어나 지극히 비일상적인 세계와 만나, 그 세계 안에서 현실과 전혀 다른 ‘나’로 재탄생하게 되길 바라는 무의식적 욕망을 구체화시켜주고 그것을 활성화 시킨다. 현실과 비현실, ‘나’와 전혀 다른 ‘나’라는 모순적 거리를 익숙한 관습으로 메워주기 위해 컴퓨터 게임 서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구조인 영웅 서사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자는 온라인게임의 ‘영웅서사’가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 함께 아우르고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이야기 패턴이라고 판단한다. 전세계의 모든 문명권은 영웅 이야기라는 총론은 공유하나 그것을 풀어나가는 각론은 문화적 특징에 따라 갈라진다. 영웅과 반영웅, 적대자와 조력자라는 ‘캐릭터’와 발단 - 전개 - 절정 - 결말의 ‘서사 구조’는 이어 써지고 고쳐 써지면서 서사 양식에 따라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 내었다. 온라인게임이 영웅서사를 어떻게 변용시켰는가를 살펴보면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적 서사 문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결정적인 차이는 게이머들이 만들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의 확장성에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게임 서사는 전세계 게이머들이 공감하고 함께 확장시킬 수 있는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성공하였지만 [리니지]는 한국의 게이머들에게만 소통되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적인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지역성과 보편성의 조화는 게임 퍼블리싱의 현지화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북미시장 진출 전략의 핵심이다. 본 연구는 영웅서사를 키워드로 하여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과 세계적으로 성공한 온라인 게임을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교차 비교 분석해보고 ‘성공’과 ‘실패’의 분기를 이야기의 ‘수렴’, ‘발산’, ‘확장’, ‘공유’의 네 측면에서 접근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수립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