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碑歷史의 典型으로 헝가리 傳說에 관한 一考察

국문 초록 (Abstract)

언어 및 민족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는 유럽의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유럽 국가의 일원으로서 역사 발전 과정과 문화 발전의 흐름을 다른 유럽 국가 및 유럽의 여러 민족들과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헝가리 역사와 문화 발전 과정은 비유럽적인 민족의 기원과 유래로부터 시작하여 카르파티아 분지로 이동하며 정착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 고대 문화와 민족 구성상의 변화를 근간으로 유럽에 등장하여 유럽의 기독교 문화와 문명을 수용한 뒤 자신의 고유문화를 변모시키는 한편, 동시에 이를 더욱 풍요롭게 발전시켜 나가며, 수많은 전란이 휩쓸고 지나간 중동부 유럽 지역에서 결코 민족의 주체를 잃지 않고 계승, 발전시켜 온 과정인 것이다.
헝가리의 기독교화와 더불어 서유럽의 문물들이 헝가리 땅으로 밀려들어오면서 헝가리인 자신들의 전래 문화유산들은 급격히 퇴조했다. 기독교 개종 이후에는 헝가리 인들이 기마 유목민 시절의 관습이었던 무덤 속에 각종 부장물을 넣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매우 불행하게도 고고학적으로 더 이상 헝가리 인들의 문화 유물을 무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헝가리 인들의 이교도적인 문화유산들은 음유 시인들이 구전으로 전해 준 각종 노래 및 영웅 찬가에 남아 있어 그 편린을 알아볼 수 있다. 이 노래들을 통해서 헝가리 민족의 기원에 관한 설화가 만들어졌고, 또 헝가리 인들의 전래 토템 신앙 대상물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라틴 어로 기록된 역사 기술들은 왕궁의 서기들에 의해 11세기 중반부터 헝가리 인들의 행적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역사 기술은 18세기에 발견된 “게스타 훙가로룸”(Gesta Hungarorum: 헝가리 인의 행적)이다. 이 “게스타 훙가로룸”은 역사적인 사건을 단순하게 기술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들을 소설의 형식을 취해 흥미롭게 기술하여 문학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헝가리 왕국의 왕궁에서는 주로 역사가들인 이탈리아 출신의 여러 유명한 인문주의자들이 상주하며 왕의 통치 행위를 기록하여 책으로 남겼다. 마챠시 1세의 사관인 투로치 야노시(Thruoczi Janos)가 저술한 “역사 기록”(kronika)은 민족적인 자긍심을 강하게 내세워 훈족과 헝가리 인을 대등하게 보고 마챠시 1세와 훈족의 어틸러를 비교하는 식으로 당시의 역사를 기술하여 많은 귀족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주었다. 이것은 이후 수백 년 동안 헝가리 민족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서, 헝가리 인들이 수많은 역사적 시련기를 인내하고 극복하는 정신적 지주로서 작용하기도 하였다. 헝가리 역사에 있어서 마챠시 1세는 원대한 정치적 계획, 많은 승전, 그리고 예술을 크게 후원한 왕으로서 기억된다. 그는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여 국가의 질서와 안전을 이룩했고, 헝가리 왕국의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신분의 차이에 구애됨이 없이 법을 적용하여 재위 당시 이미 일반 평민들로부터 정의로운 왕으로 추앙받아, 그에 과한 많은 전설들이 전해지고 있다.
헝가리 전설이 전설로서 연구되려면 구비문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전설은 역사적 사실이 어떤 특별한 기술 없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말로 전승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승과정에 문예미학적인 형상성을 갖추면서 교훈적 목적성을 띠게 되어 역사에 대한 교육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은 흥미를 지니면서 기억하고 전달하기 쉽도록 노래나 이야기의 형식으로 틀을 갖추게 되며, 문학적 표현에 대한 형상성과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입각하여 굴절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사실의 전달에 부정확성을 지니긴 하나, 문예 비평적 검토를 거친다면 이를 창조적으로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헝가리 전설은 실제적 사실을 민중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재창조한 것이므로, 거기에는 실제적 사실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역사의식이 반영되어 있으며, 미래의 역사창조에 대한 방향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실제적 사실이 전설화되면서 관념적 사실로 바뀌게 되며, 이러한 관념은 당대 헝가리 민중들의 한결같은 바람인 것이다. 역사학이 실제적 사실에서 관념적 사실로, 사실의 역사에서 의식의 역사로 탈바꿈하는 데 헝가리 전설은 자료적 기여와 함께 방법론적 기여를 하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