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현대건축 패러다임의 변혁에 중핵을 차지하는 비정형의 건축형태와 그것이 유발한 프로세스와 공간의 의미상실이라는 문제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컴퓨...
본 연구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현대건축 패러다임의 변혁에 중핵을 차지하는 비정형의 건축형태와 그것이 유발한 프로세스와 공간의 의미상실이라는 문제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통한 우연적이며 무정형적 형태는 설계의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축소시켜 버렸으며 또한 삶의 구축으로서의 건축공간의 의미 역시 상실되게 하였음을 절감하였던 것이다. 대안적 개념으로서 공간의 의미회복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게 되는 근원이 되었으며, 그 이론적 틀로서 건축의 은유이론을 채택하는 이유가 된다. 이에 본 연구는, 현대건축의 기술 의존적 프로세스는 은유적 사고의 부재로 인한 의미의 상실을 수반하고 있음을 밝히며 또한 의미의 공간, 즉 해석의 깊이와 다양성의 여유를 가지는 공간을 지향하는 건축은유의 방법론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상의 목적을 위한 이론적 고찰로서 2장에서는, 다방면의 은유이론을 연구하여 이론적 틀을 구축하였다. 은유이론의 고찰은 수사학, 예술, 건축의 세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중 언어학의 은유이론은 치환이론(Substitution Theory)과 상호작용이론(Interaction Theory)로 크게 구분되었다. 전자는 낱말 간의 ‘치환’이라는 1차적 차원의 의미전이를 통해서 은유하는 기법인 반면 후자는 낱말의 차원을 초월, 문맥 전체의 상호작용 구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또한 언어학의 은유론의 분류는 건축은유의 범주로 이어지며 치환이론과 맥을 같이 하는 유형적 은유, 상호작용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무형적 은유, 결합은유의 세 가지 범주를 도출하였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언어학과 건축은유의 범주의 맥을 이어, 건축은유의 표현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치환이론과 유형적 은유와 내용을 같이하는 현시적 직해, 즉 건축의 물리적 조상을 통한 은유의 방법이었다. 이 유형은 직접적 의사소통의 방법으로서 매우 간단하나 이차적 의미 재생산이 불가능한 직유의 방법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유형은 상호작용이론과 무형적 은유의 맥락으로서 잠재적 직해의 은유이다. 이는 공간구성 원리로서 숨겨진 이념과 논리를 수반하여 건축 전체를 하나의 질서로 통합하고 있는 유형으로서, 형태적 직유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으나 비인간적 차원의 은유로서 의미의 고착화를 야기하는 은유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은 상호작용이론, 결합은유의 뒤를 잇는 직해의 부재로서의 은유이며 이는 시선, 움직임, 사회의 현전으로서 완벽한 세계의 재구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내부에서 관객의 능동적 의미 재생산의 가능성이 충만하여 현대건축의 형태주의에 의한 의미부재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4장에서는 3장에서 분류하였던 건축은유의 두 번째 대유형, 공간적 차원의 은유를 실현하는 현대건축가로서 일본의 카즈요 세지마(Kazuyo Sejima)를 선정, 주요작의 은유구조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건축에서 공간의 의미를 추구하는 상호작용론에 입각한 건축 작업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세지마 건축의 은유구조를 분석한 결과, 3장의 은유 유형의 대 분류 중 마지막 유형, 즉 공간적 차원의 감성과 체험을 매체로 한 건축은유의 방법론과 맥이 통함을 알 수 있었다. 즉 형태를 매체로 한 은유적 구조가 배제된 공간론을 구사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세지마의 공간에서 인간은 새로운 공간감과 능동적 의미생산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형태의 감상 이면의, 건축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차적 의미 재생산의 프로세스가 실현되는 순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세지마의 공간에서 얻어지는 신 감각은 의미가 부재하는 현대의 무정형적 건축 작업들과 동시대에 존재하는 것임에 더욱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독자정이 세지마의 건축이 동료 현대 건축가들에게 가장 현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은유이론의 고찰부터 세지마의 은유구조 도출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현대건축의 우연적 프로세스를 통한 아나몰프적 형태를 창출하는 과정에서의 건축적 사고는, 형태적 은유의 사례에서 보았던 일차적 의미 전달체계마저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은유적 의미 상실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타 예술분야와 달리 외부에서 내부로의 진입과 움직임, 그리고 공간적 차원의 사물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는 건축에서 공간적 은유 체계를 견고히 하는 것은 ‘텅 빈 형태주의’에 의한 건축가의 존재의미의 질식 현상을 헤쳐가기 위한 현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도 맥이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