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개념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현상을 지칭하는 만큼 이 연구과제에서 다루고자 하는 ‘러시아문학과 폭력의 문제’를 제한된 연구기간에 두루 다루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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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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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개념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현상을 지칭하는 만큼 이 연구과제에서 다루고자 하는 ‘러시아문학과 폭력의 문제’를 제한된 연구기간에 두루 다루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폭력이란 개념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현상을 지칭하는 만큼 이 연구과제에서 다루고자 하는 ‘러시아문학과 폭력의 문제’를 제한된 연구기간에 두루 다루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몇 시기/작가에 집중하여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고 주제의 윤곽을 그려내는 일은 가능하며 이 연구는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 연구의 연차별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1년차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러시아 낭만주의와 폭력의 문제이다. 낭만주의에서 폭력은 주로 정념과 권력의지의 관점에서 제기되는데, 대표적인 시인/작가들의 창작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시기 문학에 대한 유익한 해명을 제시해줄 것이다.
주된 관심의 대상은 1830년대를 전후로 한 낭만주의 시대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문학이다. 특히 푸슈킨의 경우에는 그의 창작에 나타난 국가권력과 폭력의 문제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진다. 실상 주요 작품들인 「보리스 고두노프」나 「청동기마상」, 「안젤로」, 「대위의 딸」 같은 작품들에서 푸슈킨은 폭력을 중심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다. 그간에 푸슈킨의 개별적인 작품들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광범위하면서도 자세하게 이루어져왔지만 폭력이란 주제어로 이 작품들을 포괄하는 연구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주목은 푸슈킨 문학의 의의를 새롭게 보강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낭만주의 문학에서 폭력이 주로 정념의 문제와 관련되었다면 러시아 사실주의 시대에 와서 폭력은 이념의 문제가 되고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된다. 즉, 1860년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니힐리즘과 이후의 테러리즘이 폭력의 이념적 뿌리가 된다.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예프스키 등은 당대 인텔리겐치아의 유행사상이자 지배적 이념이었던 니힐리즘과 대결하고자 했고, 이것은 달리 폭력과의 대결을 의미했다. 이 시기 폭력과 이념의 문제를 가장 철저하게 파고들어간 작품은 단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1866)이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이론이 말해주듯이 어떤 이론 혹은 이념이 폭력을 정당화해줄 수 있는가의 문제를 이 소설은 제기한다. 물론 이후에 등장한 많은 ‘이즘’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볼셰비키들의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강제수용소(굴락) 또한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류가 창출해낸 모든 이념, 모든 유토피아 사상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사정권을 넘어서지 않는다. 이것은 죄와 벌에 대한 이해가 단지 한 작품, 한 작가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와 조명이 폭력의 문제 일반에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이유이다.
창작행위와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 모더니즘 문학의 주된 경향이었다고 한다면 모더니즘 문학에서의 폭력은 또한 언어가 지시하는 현실과 언어 그 자체라는 이중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낭만주의에서 정념, 사실주의에서 이념이 폭력에 대한 사유에서 키워드였다면 모더니즘에서는 언어가 그 키워드가 된다. 폭력이 말 그대로 시학적인 차원과 연관되는 것이다. “시어란 일상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폭력이다”라는 야콥슨의 말은 모더니즘에서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잘 압축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더니즘 문학에서 언어와 폭력에 대한 관심은 격동기의 정치적/사회적 불안과 폭력을 그대로 내면화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낡은 질서는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직 새로운 질서는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학은 파괴와 구축의 예술적 상관물이었다.
이러한 조건과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적인 문학이론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주목되어야 한다.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 자체가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에 형성되며 슈클로프스키의 「기법으로서의 예술」이 발표되는 것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해인 1917년이다. 그가 ‘낯설게 하기’로서의 예술을 주장할 때 세계는 이미 전쟁과 혁명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세계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형식주의는 변화와 변동의 시대라는 태생적 조건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3년차의 연구테마로 ‘모더니즘 문학에서 폭력의 시학과 정치학’을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