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필기의 양식적 특성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분석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덕무의 필기 저작 이목구심서의 체제와 구성, 하위유형별 특징적 기록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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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필기의 양식적 특성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분석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덕무의 필기 저작 이목구심서의 체제와 구성, 하위유형별 특징적 기록양상...
본 논문은 필기의 양식적 특성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분석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덕무의 필기 저작 󰡔이목구심서󰡕의 체제와 구성, 하위유형별 특징적 기록양상과 저술의식을 구명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조선 후기 필기의 역사적 전개 양상 속에서 󰡔이목구심서󰡕가 갖는 위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한문산문 중에서 필기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필기가 역사적으로 ‘소설’ 혹은 ‘잡기’로 폄하되어왔음에도 문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다수의 저작이 저술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필기는 또한 실용적 목적과 수사적 조탁에 대한 요구가 없는 등 여타 산문에 비해 자유로운 양식적 특성으로 인해 작가들의 개성과 관심사, 시대상을 가장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필기가 과거준비나 문인들간의 교유 등 외부적인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상과 작가 자신의 일상적 단상을 표현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내면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 활용되었음을 암시한다.
현재까지 필기에 대한 연구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이 진행되었으나 아직 필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은 부족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은 개별 저작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필수적이며 때문에 본 논문에서는 󰡔이목구심서󰡕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Ⅱ장에서 필기의 개념과 성격, 하위유형 분류, 역사적 전개양상 등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필기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고 서명과 저작의 편집방식 및 저술의식의 측면에서 문집이나 전문적인 학술저작 등과 구별되는 특징을 밝혔다. 필기에 담긴 다양한 내용과 형식들을 크게 다섯 가지 하위유형-패설야담, 역사기술, 시문논평, 학술논변, 수필소품-으로 분류하고 이어 18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필기가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양상을 시기마다의 특징적인 유형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Ⅲ장의 1절에서는 우선 이덕무의 필기인식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허황되고 흥미위주의 내용을 담은 필기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사료적인 가치 혹은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필기는 긍정하고 열독하였음을 밝혔다. 또한 필기를 저술하는 것이 수양과 공부의 방편이자 진솔한 자기표현의 수단이라 인식하였음을 밝혔다. 2절에서는 󰡔이목구심서󰡕를 제외한 이덕무의 필기 저작을 개괄하였다.
Ⅳ장의 1절에서는 서명, 편집방식, 유형별 분포와 주요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목구심서󰡕의 대략적인 구성과 체재를 살펴보았다. 2절에서 4절까지는 󰡔이목구심서󰡕의 하위유형 중 역사기술·시문논평·학술논변·수필소품류 필기의 특징적인 기록양상과 저술의식에 대해 각각 고찰하였다.
󰡔이목구심서󰡕 소재 역사기술류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기존의 역사기술류 필기에서 거의 다루지 않던 대상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즉 기록의 대상이 역사적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대부 계층의 세계관에 뿌리박힌, 중심부와 주변부에 대한 인습적인 인식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를 갖지만 대상의 선별과정에서 중심부의 가치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한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목구심서󰡕 소재 시문논평류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전 시기 시문논평류 필기가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명문인들의 작품을 주로 기록하고 논평한 것과는 달리 중인·서얼 이하의 하위계층 인물, 이른바 ‘여항문인’들의 작품을 기록하고 소개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이것은 역사기술류 작품에서와 유사하게 이덕무의 초점이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맞추어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덕무는 이언진과 같은 동시대의 인물의 좋은 작품을 발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한편으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신분의 제약 때문에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목구심서󰡕 소재 학술논변류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일상적 체험에 기반한 박학 추구의 경향을 보인다. 이덕무는 박학을 추구하였으며 그에 따라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인물이지만 책에만 매몰되지는 않았다. 독서 이외에 관찰·실험·전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지식을 습득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게 된 것은 이덕무가 학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고 탐구한 대상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덕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도 학술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사소하고 친숙한 것에도 지극한 이치가 담겨 있으며 이에 대한 탐구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둘째, 책에 담긴 지식만이 아닌 책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필기가 책과 관련되는 방식이 주로 책의 내용에 대한 고증과 평가, 책의 내용을 근거자료로 활용한 고증과 평가 등이었던 것에 반해 󰡔이목구심서󰡕에는 책 그 자체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저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不刊之典을 이루고자 하는 이덕무의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의학과 관련된 기록을 다수 남기고 있다. 이덕무는 우리나라의 좋은 책 3가지 중 하나로 󰡔동의보감󰡕을 들만큼 의학을 중시하였다. 여기에는 병약한 자신의 체질로 인해 학문에 제대로 힘쓰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不遇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의식이 󰡔이목구심서󰡕의 의학관련 기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목구심서󰡕에 기록된 의학 지식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라기보다는 인간의 육체를 학술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관찰하고 사유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의학관련 기록의 이러한 성격에는 천지만물의 거대한 작용과 원리에만 관심을 갖는 학술경향에 대한 이덕무의 문제의식, 가깝고 친숙한 것에 대한 탐구와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학문관이 반영되어 있다.
󰡔이목구심서󰡕 소재 수필소품류 작품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목구심서󰡕에는 이덕무의 성격·지향·취향·재능 등에 대해 기록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작품들은 이덕무 자신의 성격과 처세술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자기반성을 통한 심성 수양의 목적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덕무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으며 때로는 은근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는 󰡔이목구심서󰡕에 보이는 자기 재현의 기록들이 단순한 자기반성의 차원을 넘어 애초부터의 지향과 포부를 굳게 지키며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강직한 선비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이덕무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벗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 많다. 대화의 인용 자체는 다른 필기 저작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이목구심서󰡕의 대화 기록 방식은 여타 필기의 방식과 차이가 있다. 이처럼 대화를 인용하는 독특한 방식은 한편으로는 이덕무가 벗에 대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인식과 애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별다른 가공 없이 ‘말’을 기록하는 것이 가질 수 있는 효과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세월에 흐름에 따른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목구심서󰡕에서 상실감은 대개 시간의 흐름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며 이것은 관념적인 반응이 아니라 실제 상실의 경험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실감을 기록을 통해 기억을 보존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Ⅴ장에서는 󰡔이목구심서󰡕가 갖는 필기사적 위상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목구심서󰡕는 이전 시기 필기에서 매우 간헐적으로만 나타나던 박학·고증적 학술탐구의 성과와 개인적·일상적 영역을 필기에 대거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대 필기 저작에 대한 폭 넓은 독서를 통해 체득한 필기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필기의 분화·발전 과정에서 박학·고증의 학술경향과 개인적·일상적 영역의 기록은 고증학 및 소품적 산문의 발전과 맞물려 조선 후기 필기의 주요한 경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목구심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러한 경향의 작품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목차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