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으로 본 밀턴의 『실낙원』: 입체적 내러티브에 나타난 작가의 주관과 권위

국문 초록 (Abstract)

이 연구는 존 밀턴의 『실낙원』을 회화에서 말하는 원근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근대 초기에 일어나기 시작한 작가의 인식의 변화를 작품의 입체적 구조와 연결한다. 원근법적인 관점은 인식의 분열과 붕괴라는 초기 근대적인 시대적 현상과 연결되어 설명될 수 있다. 인간의 타락을 근원적이고 상징적으로 묘사한 성경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인식의 분열과 붕괴는 새로운 각도, 즉 작가의 주관으로 현상을 바라보게 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여기서 말하는 인식(episteme)이란 과학적 지식(scientific knowledge) 혹은 이해구조(a system of understanding)를 의미하며, 그것은 미셸 푸코가 정의한 대로 어느 특정 시대에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을 형성하는 일군(一群)의 아이디어를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근대 초기에 일어나기 시작한 인식의 붕괴와 분열은 그 이전 시대와 구별되는 새로운 지식의 등장을 의미하며, 문학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근대 이후 낭만주의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작가의 주체화 혹은 개체화(individuation)로 이어지는 필수적인 선행 과정이 된다. 『실낙원』은 그 이전 시대를 지배하던 전통과 그런 전통에 기반을 둔 인식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인식 혹은 과학적 지식이 등장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한 과정은 밀턴이 중세와 르네상스 초기의 평면적 시각에서 벗어나 내레이터의 주관적 관점으로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데서 잘 드러난다.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에 입체적 원근법이 무재했던 것처럼, 밀턴 이전, 특히 중세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는 시기에 쓰여 진 문학은 철저하게 시간적으로 전개된 직선적이고 평면적인 내러티브였다. 그에 반해, 『실낙원』은 창세기에 기록된 3인칭 내러티브를 화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전개한 작품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이는 원근법이란 접근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이런 원근법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하여 『실낙원』에 나타난 입체적 내러티브와 작가의 주관과 권위문제를 분석하고 규명한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study links the author's episteme or the body of ideas, which begins changing in the early modern period, to the three-dimensional structure of Milton's Paradise Lost by looking at it from a perspective, which is an aspect of visual perception of space and objects as used in painting. A visual perspective can be explained in relation to the dissociation and collapse of epistemology, a phenomenon of the early modern period. In the course of reorganizing a Biblical story which describes the Fall of man in a fundamental and symbolic way, this disruption of human episteme brings about a shift of conception that see the things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that is, from an author's subjective view. The episteme, so called here, means scientific knowledge or a system of understanding, which, as Michel Foucault uses in his work, The Order of Things, refers to the regime of truth that underlies all the discourses of a particular epoch - a group of knowledge that circumscribes the range of understanding and is accepted by people in a particular age. In this regard, the dissociation and disruption of episteme in the early modern period means an entry of new knowledge different from the previous age; and this shift of cognition in literature becomes a precedent process necessary for leading to author's subjectivity or individuation from the romantic era to the modern period. Paradise Lost is a literary work at the turning point from the earlier age dominated by the tradition and the traditional knowledge to a new episteme or scientific knowledge that begins appearing in the Renaissance. A changing process is clearly revealed in that Milton sees time and space from the narrator's subjective perspective, away from the two-dimensional point of view in the medieval and early Renaissance periods. Just as there is no three-dimensional perspective in paintings before the Renaissance, so literature from the medieval and Renaissance has a linear and two-dimensional narrative, which is written in a strict chronological order. On the contrary, Milton's story of the Bible, written from a view of the third-person narrator, has a perspective structure, which is far beyond the concept of time and space. This change of view can be understood by the perspective approach which is inseparable from the epistemological shift in the period. Based on this approach, therefore, this study clarifies the problems of the narrative and author's subjectivity and authority in Paradise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