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근대주의와 인종연구(ethnic studies)로 미국에서 잘 알려진 학자 글로리아 안젤두아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문화적 충돌,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영적, 문화적 경계(borders)에 있는 자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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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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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근대주의와 인종연구(ethnic studies)로 미국에서 잘 알려진 학자 글로리아 안젤두아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문화적 충돌,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영적, 문화적 경계(borders)에 있는 자아를 ...
탈근대주의와 인종연구(ethnic studies)로 미국에서 잘 알려진 학자 글로리아 안젤두아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문화적 충돌,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영적, 문화적 경계(borders)에 있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을 경험하며 우리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경계에 선 자아, 다시 말해 그 자아 자체를 가변화하고 중첩시킴으로 정체성에 붙박혀 영토화된 사고와 행동을 탈영토화하는 유목적 정체성을 오히려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바탕에서 나/타자를 구분 짓는 경계를 신학적으로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우선 고찰하여 자아를 하나의 개체로서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보려는 견해를 넘어선다. 칸트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여성철학자 트린 민하가 강조하는 것처럼, ‘자아’는 자아 안팎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 놓여진 존재다. 물론 민족의 정체성 문제 역시 자아의 정체성만큼 모호하고 또한 중요하다. 사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근대 식민주의시대 국가 권력의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하나의 이념이었다는 최근의 주장들은 민족 국가에 기반을 둔 우리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주며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자아의 정체성 이해와 더불어 진행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자기 이해는 하나님 이해와 별개의 것이 아니기에 기독교 신학의 신론 또한 탈식민주의 입장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다.
경계라는 상징이 보여주는 기독교의 하나님 이미지는 잠언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지혜(소피아)의 하나님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창조와 피조의 경계에서 확인되는 바로 그 하나님이다(잠언 8장). 그러나 소피아의 그러한 역할은 보다 후대의 기록인 요한복음(1장)에서 로고스에게 전가되고 만다. 로고스라는 철학적 개념은 사실 소피아의 그러한 역할과 힘을 떠맡지 못하며 이로 인해 소피아의 이미지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사라지고 제거된다. 하버드대학의 조직신학 교수인 마이라 리베라(Mayra Rivera)는 바벨론의 포로 말기 이스라엘의 국가적 정체성과 종교적 순수성이 흔들렸던 시기,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native)과 이방인들 사이에서 소피아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사라졌다고 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잠언에 나온 소피아 하나님에 주목하며 가부장적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기독교의 탈식민주의적 성격을 살펴볼 것이다.
지혜(소피아) 하나님의 모습은, 어중간한 상태의 하이브리드 상황이 탈식민주의 이론가 호미 바바(Homi Bhabha)에 의해 창조적으로 읽혀내어졌듯이, 익숙한 권위를 탈피하게 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지혜 하나님은 위치할 수 없는(unlocatable), 즉 정해진 범주 안에 있기보다는 경계로 끊임없이 인도하며 새로운 관계로 이끄는 하나님이다. 이것이 리베라가 소피아의 성격을 ‘다양화하는 힘,’ 문제시하는 능력으로 정리하고 강조하는 바로 그 부분이다. 호미 바바가 ‘하이브리드(혼종)’라는 언어를 통해 표현했던 것처럼, 이렇게 소피아 하나님은 획일성, 동일성에 기초한 권위들을 낯설게 하며, ‘길 가의 높은 곳과 네거리에 서며 성문 곁과 문어귀와 여러 출입하는 문에서 불러 이르시는’ 분이다(잠언 8:1-3). 다시 말해, 소피아(지혜) 안에는 권위적 담론이 제어할 수 없는 복잡성, 하이브리디티가 있다. 그러한 혼종성 안에 내재된 ‘경계를 가로지르는 (boundary-crossing)’ 힘을 기독교 신학의 하나님 안에 정초하게 될 것이다. ‘경계’라는 개념은 기독교 신학 안에 내재된 탈식민주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