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금기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기초로 연구의 주 내용을 형성하는 것은 바그너의 <니벨룽엔의 반지>와 영화 <올드보이>에 있어서의 근친상간 금기의 형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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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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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금기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기초로 연구의 주 내용을 형성하는 것은 바그너의 <니벨룽엔의 반지>와 영화 <올드보이>에 있어서의 근친상간 금기의 형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이론적인 기초로서 한편으로 철학적, 심리학적, 신학적, 인류학적 텍스트들을 고찰하고 다른 한편으로 문화사적인 연구 성과들도 참조하고자 하며, 이것은 첫째는 ‘근친상간’이라는 문화적, 사회적 금기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니벨룽엔의 반지>에서 형상화된 근친상간의 모티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다.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는 영화 <올드보이>에 대한 비교 분석을 담고자 한다. 이 영화는 장르상으로는 액션 스릴러, 내용적으로는 복수극에 속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의 형상화의 시각에서 어떻게 접근이 가능할까? 주제와 서사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이 영화는 어떤 부당하게 가해진 행위에 대한 폭력적인 복수라는 일반적인 구도(대표적인 영화로는 <킬빌>)나 ‘죄와 속죄’(Schuld und Sühne)에 관한 물음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근친상간의 범죄의 모티프, 인간의 자결성과 조작가능성, 기억과 망각의 문제 등이 혼재되어 다층적인 의미를 발산한다. 복수의 모티프에서 내용적으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와 이러한 금기의 위반이다. 이 영화는 사회적 금기의 위반이 복수의 전제가 되고 복수의 과정은 다시 사회적 금기의 위반을 내포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아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15년의 감금 상태에 있는 오대수를 지탱시키는 것은 복수심이며, 이에 눈멀어 자신이 조작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복수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계획한 딸과의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깨트린다. 오이디푸스의 신화적 비극이 <올드보이>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로 바뀌어 등장한다. 결국 이러한 금기의 위반과 이를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과정을 통해 오대수에게는 결국 자기 파괴적인 광기 그리고 자신의 행위 및 무력함과의 비참한 대결만 남는다. 영화는 다른 한편으로 복수가 불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착각이라는 점도 드러내는데, 이우진의 경우 복수에 성공하고 일시적인 만족감이 주어지기는 하나 그의 복수 행위는 죄책감을 동반한 극히 문제적인 행위이며 자신의 실책을 희생자에게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적 사건의 원천에는 바로 오대수에 의해 관찰되고 사회적 배척의 대상이 되었던 남매의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의 위반과 고통스러운 결과(누이동생의 자살)가 있다. 둘째, 핵심적인 모티프인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는 이 영화의 서사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구성 원리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추적과 범죄에 대한 처벌이라는 스릴러 구성을 따르기보다는 가해진 형벌을 통해 범죄를 기억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유형지에서 In der Strafkolonie>(1917)의 서술 방식을 연상케 한다. 복수의 과정 역시 가해자와 희생자의 역할이 뒤바뀐 게임의 형식으로 서술된다. 아울러 다른 영화에서와는 달리 등장인물의 시점을 고집하는 것도 카프카의 ‘일의적 시점 einsinniges Erzählen’을 연상시키는데, 전반부에서는 오대수가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외부의 화자 역할을 하고 후반부에서는 주도적인 시점이 이우진에게로 이동했다가 마지막에 다시 오대수의 시점으로 바뀐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기억과 망각이라는 두 측면과 연관되어 있는데, 사회적 금기를 범한 인물들이 겪는 고통은 바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금기를 기억하도록 강요당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근친상간이라는 사회적 금기와 금기의 위반은 영화를 전개시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 최면을 통해 기억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고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제거하는 자기 소거로 해석될 수 있다. 바그너의 <니벨룽엔의 반지> 해석과 관련해 영화 <올드보이>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근친상간이라는 금기 자체가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금기를 내세우고 규범으로 관철하는 사회가 개인을 위협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파괴한다는 명제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니벨룽엔의 반지>와 <올드보이>에서 형상화된 사회적 금기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의미에서 인간 해방을 성찰하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본 논문은 두 작품의 체계적인 분석으로 이러한 잠정적인 명제를 확고하게 검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