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및 필요성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빠른 출시 주기에 따른 폐기 가속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인한 의류 수명의 단축, 마케팅 전략에 의한 계획적 노후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조지혜, 김영희, 신동원(2022), p.1.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짧은 주기로 소비한 후 대부분 폐기하는 선형경제 구조에서는 자원 사용량이 증가하고 폐기물이 다량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지혜 외(2021), p.1.
전 세계 물질자원 추출량은 지난 5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 기준 1,000억 톤에서 2060년에는 1,600억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3) UNEP(2024), p.xiv.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원 소비적인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자원 효율적인 순환경제로 전환해 나가야 하며, 경제계에 투입된 자원의 가치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제품과 관련한 환경영향의 80% 이상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결정 EC(2014.11.24), “Ecodesign Your Future”, 검색일: 2025.2.11.
되는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제품 또는 부품의 수명을 연장하도록 내구성을 강화하고, 수리 및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리할 권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였다. 여기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이하 수리권) (수리권, Right to Repair) ① 수리 보증을 장기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② 수리 방식 및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③ 수리에 필요한 부품, 장비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④ 수리가 용이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 → 수리가 쉽고 내구성이 강화된 제품 설계 및 생산과 직결됨(박소영, 김경민, 2021; 조지혜, 김영희, 신동원, 2022).
’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후, 해당 제품을 직접 수리하거나 독립 수리업체를 통해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최근 국외 주요국에서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제도를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제품의 수리를 촉진하기 위한 공통 규칙 지침[Directive (EU) 2024/1799]’을 발효함으로써 제품의 법적 보증기간 내 수리를 우선시하고, 보증기간 만료 후에도 수리가 가능하도록 제조사의 의무를 명시하였다. EU(2024a), p.4.
같은 해 발효된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은 수리가능성 점수·라벨 부착, 디지털 제품 여권(DPP) 공개 등을 의무화하였으며, 이는 모든 회원국에 구속력 있게 적용된다. EU(2024b), p.8.
프랑스는 2021년부터 10점 만점의 ‘수리가능성 지수’를 전자제품에 표시하고, 2025년부터는 제품 신뢰성과 내구성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지수’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Ministères Aménagement du territoire Transition écologique(2024), “Indice de Réparabilité” & “Indice de Durabilité”, 검색일: 2025.3.10.
영국은 2021년 ‘수리할 권리 규정(Right to Repair Regulations)’을 시행하여 주요 전기·전자제품(가정용 세탁기, 세탁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전자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예비부품 제공을 의무화하였다. House of Commons Library(2021), p.7.
미국도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미네소타주, 오리건주 등 주 차원에서 수리권 법안을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소비자 전자제품의 범위를 넘어 건설, 의료기기, 농업 등의 장비로 확장되고 있다. WasteDive(2025.2.10), “Where Right-to-Repair Legislation Is Heating Up in 2025”, 검색일: 2025.2.13.
캐나다는 2024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기술적 보호조치(TPM: Technological Protection Measures)를 우회하는 등 디지털 기기의 수리권을 강화하였다. Lavery(2024.11.22), “Bill C-244: Unlocking the Right to Repair”, 검색일: 2025.3.20.
주 차원에서는 퀘벡주가 2023년 캐나다 최초로 수리권법을 제정하였다. National Assembly of Québec(2023), “Bill 29, An Act to Protect Consumers from Planned Obsolescence and to Promote the Durability, Repairability and Maintenance of Goods”, 검색일: 2025.2.13.
이와 같이 EU,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국외 주요국에서는 제품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화와 함께 이를 의무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제품 환경규제가 새로운 글로벌 시장질서로 구축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순환경제의 법적 기반이 되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하, 순환경제사회법, 기존 「자원순환기본법」 전면 개정)을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생산·소비·유통 등 자원 흐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체계 아래,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하고자 제정되었다. 해당 법령 내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와 관련된 대표적인 조항으로 다음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법 제3조제2호(기본원칙):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하여 자원의 낭비를 최대한 억제할 것 》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의 생산 및 제품의 수리 등을 통하여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할 것 》 폐기물 발생이 예상될 경우에는 순환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법 제17조(제품등의 순환이용 촉진): 제품등의 내구성 및 수리의 용이성에 관한 사항 등을 준수하도록 노력 명시
∙법 제20조(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아니하고 수리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의 확보, 예비부품 배송 기한 등의 사항을 준수하도록 노력 명시
이 중 제품 수리권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은 법률 제20조이나, 해당 조항은 임의규정 형식으로 ‘~ 노력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권고적 성격을 띠고 있어 실질적인 수리권 보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수리용이성을 고려하여 설계하거나 수리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포괄적인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정보 제공’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기업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도별 시행 시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환경부(2024.6.17), 이해관계자 간담회 내부자료.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과 관련성이 높은 「소비자기본법」은 1980년 제정된 「소비자보호법」을 모태로 발전한 법률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기본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비자기본법”.
현재 이 법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 정보 제공, 피해 구제, 분쟁 조정 절차 등 소비자 보호 전반을 포괄하는 다양한 조문을 포함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제품 수리용이성을 제고하고, 수리권 관련 조항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해당 조항의 구체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시급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로드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EU 등 국외 주요국의 수리권과 연계된 제품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2024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1)에서도 ‘제5조: 플라스틱 제품 설계(Plastic product design)’의 주요 항목으로 ‘수리용이성’이 중요한 핵심사항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UNEP(2024.12.1), p.8.
향후 제품 수명 연장 차원에서 수리용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계적 이행방안 마련이 요구되며, 글로벌 규제 대응과 함께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순환경제 측면에서 국내 여건에 적합한 제품 수리권 이행전략을 마련하고,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수리용이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수리용이성을 반영한 제품 설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장 기반 지원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리정보 제공, 개인정보 보호, 지식재산권 보장 등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제도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수리권 이행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안) 및 로드맵(안)을 제시하였다.
1. 국외 주요국의 제품 ‘수리권’ 관련 입법화 및 정책동향
제품의 수리용이성 제고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권리 측면에서도 친환경 소비 및 녹색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EU,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주요국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가치와 수명을 연장시킴으로써 천연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저감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 국외 주요국의 제품 ‘수리권’ 관련 입법화 및 정책동향
제품의 수리용이성 제고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권리 측면에서도 친환경 소비 및 녹색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EU,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주요국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가치와 수명을 연장시킴으로써 천연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저감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제품 수리권’ 정책은 유형에 따라 ① 수리를 장려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전용 정책, ② 수리용이성 지수 관련 정책 및 ③ 수리권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전용 정책으로는 EU의 수리권 관련 지침인 ‘제품의 수리를 촉진하기 위한 공통 규칙 지침[Directive (EU) 2024/1799]’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주별 수리권법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둘째, 수리용이성 지수 관련 정책으로는 프랑스의 ‘수리가능성 지수’ 제도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으며, 이는 ① 문서화, ② 분해 및 접근, 도구, 패스너, ③ 예비부품 가용성, ④ 예비부품 가격, ⑤ 카테고리별 특정 기준 등 5가지 기준으로 0에서 10까지 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로, 점수 계산 방법은 제품의 종류에 따라 상이하다. Ministères Aménagement du territoire Transition écologique(2024), “Indice de Réparabilité”, 검색일: 2025.3.10.
프랑스에서 수리가능성 지수가 적용되는 대상은 노트북, 잔디 깎는 기계(세 가지 유형: 전기 케이블 포함, 배터리 포함, 로봇), 식기 세척기, 진공 청소기(세 가지 유형: 전기 케이블 포함, 배터리 포함/무선, 로봇) 및 고압 청소기에 해당하며, 2025년 일부 제품군(TV, 세탁기)의 경우 지속가능성 지수로 대체되었다. Ministères Aménagement du territoire Transition écologique(2024), “Indice de Durabilité”, 검색일: 2025.3.10.
또한 프랑스는 「폐기물 방지 및 순환경제법(AGEC: Anti-Waste and Circular Economy Law)」 하에 에코모듈레이션(Eco-Modulation)을 통해 제품의 환경 성능에 따라 생산자가 부담하는 에코분담금(Eco-Contribution)을 조정하고 있다. 여기서, 환경 성능의 대표 지표는 수리용이성, 재활용성, 재생원료 비율, 유해물질 저감 등에 해당한다. Eurofins, “Under AGEC Law”, 검색일: 2025.3.10.
셋째, 수리권을 유도하는 정책으로서 수리 활동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감면을 통해 수리권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이 해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Hey Fashion, “Sweden VAT Reduction on Repair”, 검색일: 2025.3.20; VATupdate, “Reduced VAT Rate for Repair Services in Austria: Guidelines and Exemptions”, 검색일: 2025.3.20.
부가가치세(VAT)를 감면하는 국가의 경우 주로 의류, 자전거, 신발 등의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감면 세율은 작게는 5%, 많게는 13.5%로 다양하다. Hey Fashion, “Sweden VAT Reduction on Repair”, 검색일: 2025.3.20; VATupdate, “Reduced VAT Rate for Repair Services in Austria: Guidelines and Exemptions”, 검색일: 2025.3.20.
또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의 튀링겐주 및 작센주 등에서는 수리 바우처라는 수리 쿠폰을 발행하여 수리 비용을 보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Right to Repair(2024.3.11), “A Comprehensive Overview of the Current Repair Incentive Systems: Repair Funds and Vouchers”, 검색일: 2025.2.11.
상기의 3가지 정책 유형 외에도, 제품의 수리용이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표준으로 EN45554(에너지 관련 제품의 수리, 재사용, 업그레이드 가능성 평가를 위한 일반 방법론)를 들 수 있다. 이는 프랑스의 ‘수리가능성 지수’ 제도 Ministères Aménagement du territoire Transition écologique(2024), “Indice de Réparabilité”, 검색일: 2025.3.10.
와 EU의 ‘에코디자인 요구사항 - 스마트폰·태블릿 에너지라벨 규정’ EU(2023).
의 기반이 되는 표준이다. Austrian Standards Institute(2018).
3. 국내 제품 ‘수리권’ 관련 정책현황 및 주요 이슈 분석
국내에서도 제품의 자원 효율성 제고 및 수리용이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오고 있다. 주요 법률 및 계획으로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소비자기본법」,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친환경산업법),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이하,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제품 수리권의 핵심 법률로, 제품의 제조 단계에서 수리의 용이성 제고, 수리용이성 높은 제품의 수입, 제품의 수리에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품등의 순환이용성 평가제도’, ‘전기·전자제품의 재질·구조개선지침’, ‘포장재 재질·구조평가제도’가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들은 상호 연계되지 않아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도간 시너지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조지혜, 김영희, 신동원(2022), p.78.
앞으로, 수리용이성 항목을 공통 기준으로 삼아 제도 간의 연계성 및 정합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제품 수리권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도출하기 위해 산업계(제조업자, 독립 수리업자, E-순환거버넌스 등)를 포함한 유관기관 실무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수리권 관련 유관기관 및 이해관계자 자문회의 및 간담회를 통한 의견 수렴(2025.2.18~2025.6.24).
제조업자는 자가 및 독립 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소재, 개인정보 보안 및 기업 영업비밀 유출 문제, 제도 다중화로 인한 행정 및 작업부하 발생 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제시하였다. 독립 수리업자의 경우 예비부품 확보의 어려움, 수리 매뉴얼의 부재, 기존 안전 관련 KS 인증제도와의 상충 등으로 인해 현재로선 독립 수리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E-순환거버넌스는 제3자 수리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와 관련하여 제조업자 면책 규정이 필요하며, 수리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에코디자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이와 함께 지역 기반의 리페어 카페인 ‘곰손’ 담당자의 의견도 수렴하였다. 곰손 담당자는 전문 수리 기술이 없는 소비자의 경우 수리 매뉴얼과 전용 도구 없이는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하였다. 일부 제품은 부품만 수급하면 수리가 가능하지만, 예비부품을 보유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부품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새 제품을 재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또한 수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의 협조를 받아 설문조사 결과를 확보하였다. 이 조사는 김승화, 고은희, 강하영(2025, 발간 예정)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본 연구진은 제품 수리권 관련 설문 항목을 제시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수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비싼 수리 비용’으로 나타났으며, 수리 빈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스마트폰이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응답자들은 수리가 용이한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으며, 의도적으로 수리가 어렵게 설계된 제품이라면 구매를 기피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김승화, 고은희, 강하영(2025), 발간 예정.
본 연구에서는 국외 주요국의 선행 사례와 국내 산업계 의견 등을 바탕으로 제품 수리권 관련 주요 이슈를 다음의 6가지 측면에서 도출하였다.
∙ 법적 및 비법적 장애 요소: △ 수리 접근성을 제한하는 법적(지적재산권, 계약법, 책임법 등) 및 비법적 장벽 존재, △ 국가별 상이한 법률, △ 소비자 권리에 대한 정보 부족
∙ 부품 및 정보 접근성 부족: △ 기존 부품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움, △ 대체 부품 품질이 일정하지 않음, △ 표준화 부족으로 브랜드·모델별 부품이 다름
∙ 폐기 제품의 수리로의 접근 제한: △ 현행 폐기물 관리시스템은 수리 및 재사용보다는 재활용 및 폐기 중심임, △ 수거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되어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
∙ 기술적 장애 요소: △ 제품 설계 방식이 수리를 어렵게 함(소형화, 부품 고정 방식, 비호환성), △ 소프트웨어 제한(구형 모델과의 비호환성, 잠금 기능), 부품 분해 및 교체의 어려움
∙ 경제적 요인: △ 수리 비용이 신제품 구매보다 높은 경우가 있음, △ 전자기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리보다 교체가 유리해짐
∙ 제조업체 대상 수리권 유인 부족: △ 현재 수리는 제품 교체보다 수익성이 낮음, △ 현행 제도상에서는 수리용이성은 경쟁력으로 작동하지 않음, △ 자가 및 독립 수리 확대 시 제품 결합 또는 오사용에 따른 제조사의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 존재
4. 국내 수리권 관련 조항 구체화 가이드라인(안) 제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20조는 제품 수명 연장 및 수리용이성 제고를 위해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 측면에서 제품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준수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그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아니하고 수리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의 확보’, ‘예비부품 배송 기한’ 등의 사항을 동법 시행령 제10조의3에 제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하지만, 본 조항은 ‘~ 노력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권고적 성격을 고려하여 범위와 대상이 넓게 설정되어 있으며, 수리용이성을 고려하여 설계하거나 수리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포괄적인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행의 조항은 ‘수리에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수리 관련 실무자들이 실제로 수리권을 적용함에 있어 제약이 많은 상황으로, 산업계에서 이행할 수 있도록 해당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외 주요국의 입법화 사례 및 국내 이해관계자 의견을 바탕으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시행령」 제10조의3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핵심 고려사항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아래 항목은 법률에서 제시하고 있는 범주와 일치한다.
∙ 수리 시 주의사항 및 안전에 관한 정보 제공
∙ 수리 서비스에 관한 정보 제공
∙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정보 제공
-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부분과 수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정보
- 수리에 필요한 장비에 관한 정보
∙ 제품의 수리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
이와 함께, 국외 주요국의 추진 사례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주요 이슈로 도출된 사항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검토하였다.
∙ 제품의 수리용이성 등급 평가 및 표시
∙ 수리 이후의 책임 소재
∙ 지식재산권 보장
∙ 부품 페어링 및 보안
5. 우선순위 품목 선정 및 수리용이성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안) 적용
본 연구에서는 앞서 도출한 가이드라인(안)과 함께 제품의 수리용이성을 평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안)를 마련하여 우선순위 품목에 적용하였다. 우선순위 품목으로는 무선청소기를 선정하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고장 발생 빈도와 수리 수요가 높은 대표적인 가전제품 중 하나이다. Repair Café International 리페어 카페(Repair Café)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임.
이 2024년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청소기는 전 세계 리페어 카페에서 수리 의뢰가 가장 많은 품목 중 하나이며, 커피메이커 및 의류(바지 등)와 함께 상위 3개 품목으로 확인되었다. Repair Cafe(2025.5.13), “RepairMonitor Factsheet Provides Insight into Repair Data for 2024”, 검색일: 2025.4.20.
또한 수리 성공률은 62%로, 타 대형 가전(예: 냉장고, 세탁기)에 비해 높아, Repair Cafe(2025.5.13), “RepairMonitor Factsheet Provides Insight into Repair Data for 2024”, 검색일: 2025.4.20.
소비자 및 독립 수리업자가 다양한 기술 수준에서 접근하기 용이하다. 이와 함께 청소기는 EU 및 일부 회원국의 수리권 정책에서도 핵심 품목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수리용이성 평가를 위한 시범 품목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제품 수리용이성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기 위해, 평가 대상을 “배터리 구동식 가정용 및 상업용 건식 진공청소기”로 설정하였으며, 평가기준은 유럽 표준 EN45554를 참고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총 11개의 평가요소를 도출하였으며, 이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 현장에서 관찰 가능한 요소(4개 항목: 분해 난이도, 작업 환경, 고정 장치, 수리 도구)
∙ 전문가 판단이 필요한 요소(4개 항목: 수리문서 제공, 정보유형 및 가용성, 결함 진단 인터페이스 제공, 숙련 수준)
∙ 온라인 정보 접근이 필요한 요소(3개 항목: 예비부품 가용성, 예비부품 가격, 반납 모델)
이를 통해 고장 가능성과 수리 수요가 높은 부품을 중심으로 평가기준을 구조화함으로써 제품 유형 간 기술적·설계적 차이를 반영하고 다양한 제품의 수리용이성을 비교·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도출된 체크리스트(안)의 현장 적용성 및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 SR 자원순환센터를 방문하여 우선순위 품목으로 선정된 무선청소기를 대상으로 전문가 인터뷰와 함께 현장 분해(해체)를 수행하였다. 체크리스트(안) 세부 항목별 점수 부여방식은 다음 그림과 같다.
6. 제품 ‘수리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및 로드맵 제시
본 연구에서는 제품 수리용이성 제고 및 수리권 활성화를 위해 △ 산업계 및 소비자 대상 인센티브 기반 지원방안 마련, △ 에코모듈레이션(Eco-Modulation)을 통한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와 수리권의 연계 강화방안, △ 지역 단위의 리페어 카페(Repair Café) 등 수리 문화 확산전략, △ 제품 수리용이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수리 이력시스템’ 구축 기반 마련 등의 제도 개선방안과 함께 단계별 로드맵(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산업계 및 소비자 대상 인센티브 기반 지원방안 측면에서는 수리권 관련 주체에 따라 △ 수리용이성 우수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지원, △ 독립 수리업체에 대한 지원, △ 소비자 대상 자가수리 및 수리비 절감 등 지원으로 구분하여 각각 제시하였다. 우선, 기업이 수리용이성 우수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수리용이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및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텍소노미)의 녹색경제활동 범위에 ‘수리용이성’을 추가 (현행)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의 생산 → (개선) 수리 및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의 생산.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친환경 인증제도와 연계하고, 녹색공공조달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친환경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독립 수리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역량 제고와 안정적인 부품 수급 지원이 중요하다. 현재 예비부품 및 수리 매뉴얼 확보의 어려움, 수리 시 기존 안전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 수리 기술자의 고령화 문제 등이 주요 장애요인에 해당한다. 앞으로, 제조업체와 상호 운영이 가능한 공동 대응 기구(가칭)가 필요하며, 수리 후 제품 안전인증 기준도 신설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리 기술의 표준화 및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과 함께, 독립 수리업체의 역량 제고와 수리 품질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고 부품 및 재제조 부품 등에 대한 품질보증 체계 구축을 통해 부품 선택의 다양성 및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 대상으로 한 자가수리 및 수리비 절감 등의 지원방안으로는 예비부품 및 매뉴얼, 자가수리 프로그램 제공 확대를 통한 자가수리 용이성 강화와 함께, 연말정산 수리비 세액공제 등 수리활동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리 또는 리퍼비시 제품 이용에 대해 탄소중립 포인트와 연계한 마일리지 적립 등을 통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고려할 수 있다. 참고로, 해외의 경우 부가가치세(VAT) 세율 감면과 수리 보너스(바우처) 지급 방식 등을 적용하고 있다. EC(2014), p.4; Hey Fashion, “Sweden VAT Reduction on Repair”, 검색일: 2025.3.20; VATupdate, “Reduced VAT Rate for Repair Services in Austria: Guidelines and Exemptions”, 검색일: 2025.3.20.
둘째, 에코모듈레이션(Eco-Modulation)은 폐기물 관리비용 부담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전통적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는 달리 환경 성능에 따라 분담금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OECD(2023), p.39.
현재 프랑스에서는 에코모듈레이션을 운영 중이며, Eurofins, “Under AGEC Law”, 검색일: 2025.3.10.
EU 차원에서도 에코디자인 규정과 이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ropean Parliament(2025.3.19), “Implementation of the Revised Waste Framework Directive – Criteria fo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Fees for Textiles”, 검색일: 2025.5.3.
이와 같이 수리용이성 등 제품의 순환성을 반영한 에코모듈레이션을 기존의 EPR 제도와 연계함으로써, 기업의 친환경 설계를 유도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20조(제품의 지속가능한 사용)의 ‘수리권 보장’ 측면과 동법 제17조(제품등의 순환이용 촉진)의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K-에코디자인)’ 간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품의 수리용이성 등 순환경제 설계 요소를 EPR 제도에 반영하여 의무생산자가 부담하는 분담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며, 제품의 수리 정보(분해도, 수리 매뉴얼 등) 공개 여부, 모듈화 및 표준화된 고정 장치 사용, 예비부품의 최소 공급 기간 보장 여부 등의 항목을 재활용의무량 감면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재활용원료 사용 실적에 따른 재활용의무량 감면제도를 들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폐플라스틱 재활용원료를 사용한 재활용의무생산자의 의무량 감경절차 등에 관한 고시 개정(환경부고시 제2023-269호)”.
이 외에도,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와 관련성이 높은 ‘제품등의 순환이용성 평가제도’ 및 ‘전기·전자제품의 재질·구조개선지침’의 평가지표에 ‘수리용이성’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으며,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제10조에 근거하여 검증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두 제도 간의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현행의 재활용 중심에서 수리용이성, 재생원료 사용 등의 순환경제 핵심요소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K-에코디자인)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E-순환우수제품 인증기준(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성 평가방법)은 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성에 대해 평가하는 인증으로, 현재 해체 용이성, 재활용 용이성, 환경영향 요소 저감, 회수 및 재활용 책임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E-순환거버넌스(2025).
앞으로 평가 범위에 수리용이성 측면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품 ‘수리권’을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리 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수리 문화를 생활 속에 정착시키고, 수리 교육 및 기술 공유의 핵심 거점으로 지역 기반 ‘리페어 카페(Repair Café)’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페어 카페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상설형 리페어 카페 거점 설치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수리 문화 정착과 중소 수리업체와의 연계 효과를 높여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유휴 공간 활용 및 운영비 지원 독일 연방환경부(BMUV)의 경우 ‘Reparieren statt Wegwerfen’ 프로그램을 통해 리페어 카페(특히 비영리 단체로 등록된 경우) 등 지원하고 있음[자료: BMUV(2024.10.21), “Bundesumweltministerium fördert erstmals Repair-Cafés und Selbsthilfewerkstätten”, 검색일: 2025.3.20].
, 수리 가능한 품목 및 수리 매뉴얼 제공, 중소 수리업체와의 연계 및 협력 모델 구축,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 및 성과 모니터링 등의 전략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넷째, 제품 수리권의 실효성 및 수리 정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디지털 수리 이력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는 소비자가 수리를 원해도 해당 제품에 대한 수리 정보를 얻기가 어려우며, 독립 수리업자 역시 수리에 필요한 매뉴얼이나 부품 정보를 적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해당 제품이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수리가 이루어졌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면 중고 제품 거래 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수리 및 재사용 시장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에서 요구하는 핵심 요소(수리가능성, 부품 가용성 등)와도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이에, 중장기적으로는 DPP 등 디지털 인프라와 연계한 수리 정보의 표준화 및 법제화를 수리권 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기의 제도 개선방안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제품 수리권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및 시범 운영 –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산업 생태계 조성 – 산업 기반 강화 및 인력·기술 지원 확대 – 제도 통합 및 민간 주도 확산 단계로 구분하여 로드맵(안)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제품 설계,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에 수리권을 내재화하고 제품 수리용이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산업 전반과 소비자 생활 속에 수리 중심의 순환경제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