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지역주의 연구의 르네상스를 연 피터 카젠슈타인(Peter Katzenstein)은 21세기 국제정치의 키워드는 지역주의이며 지역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는 국제정치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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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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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지역주의 연구의 르네상스를 연 피터 카젠슈타인(Peter Katzenstein)은 21세기 국제정치의 키워드는 지역주의이며 지역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는 국제정치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캐티 파워즈(Kathy Powers)와 게리 고오츠(Gary Goertz)는 최근에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에 기고한 논문에서, 국제정치는 급속하게 지역화되고 있으며 지역은 지역별 무역, 금융, 통화 협력을 견인하는 ‘지역 경제 제도’의 발전을 중심으로 구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저술지원서는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의 태동과 제도적 발전에 관한 이론, 경험적 분석, 실천적 함의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제안한다.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는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이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이후 지난 20년 여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지역차원의 금융협력의 제도화를 가리킨다.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는 크게 세 가지 정책 영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핵심 키워드는 역내 금융안전망 확충,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 역내 환율 안정이다.
먼저 금융위기의 재발방지와 금융위기 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한 역내 금융안전망 확충에 방점을 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를 들 수 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2000년 5월 양자 간 스왑협정의 형태로 출발하여 2010년 다자화 되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로 불리 운다. 또한 아세안+3는 다자화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자매기관으로서 역내 금융 감시기구인 AMRO(ASEAN plus Three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를 2011년 5월 싱가포르에 성공적으로 출범시켰고 2013년 동기관에 국제기구지위를 부여하기로 합의하였다.
다음으로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인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이다(Asian Bond Market Initiative). 아세안+3는 동아시아 역내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와 역외 금융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역내 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을 꾀하였는데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의 제도적 발전이 그 결과물이다. 아세안+3는 아시아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제인 신용보증투자기구(Credit Guarantee Investment Facility)를 2011년 5월 발족시켰으며, 역내 채권거래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역내 예탁결제기구(Regional Settlement Intermediary)의 설립 논의도 현재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적 차원의 역내 환율 안정을 위해 아세안+3는 아시아개발은행과 공동으로 지역통화 설립 연구와 논의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아세안+3 중심의 동아시아 금융협력은 제도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에 대한 본 제안서의 문제의식은 다음의 상호 관련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배타성이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발전해온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의 핵심은 “미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들(호주, 뉴질랜드)이 배제된 제도적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란 필연적으로 지역을 “역내와 역외”로 나누어 규정하게 되며 이는 제도적 협력을 구성하는 것에 있어서 멤버십, 즉 누가 “우리”이고 누가 “그들” 인지를 구분하는 경계 구성의 정치를 수반한다. 특히 미국의 배제는 퍼즐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을 제외한 아세안+3의 역내 모든 국가가 오랜 세월동안 미국과 깊숙한 안보 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APEC을 비롯한 동아시아 협력의 제도적 발전에 미국이 중추적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이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의 경계를 아세안+3의 제도적 협력으로 규정하게 하였을까?
둘째,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가 동아시아 역내 지역협력에서 차지하는 독보적 위치이다. 그동안 동아시아에서는 무역, 안보,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포괄적 다자지역협력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현재 어느 하나도 동아시아 금융협력만큼 제도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에서 나타나 아세안+3의 결속력이다. 전술하듯, 지난 20년 여간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주체는 아세안+3으로 멤버십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문화, 종교, 언어, 정치제도, 경제발전수준, 안보 환경 등 공통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아세안+3가 금융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제도적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러한 아세안+3 결속력의 배경은 무엇이고 그 지속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본 연구는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 하에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의 태동과 제도적 발전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금융협력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론화하여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제고하는 방안과 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