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윤숙 시에 나타난 민족의식과 그 한계 = National consciousness and its limitations revealed in Mo Yun-sook's poetry

국문 초록 (Abstract)

문단과 시대의 조류에 역행했던 모윤숙 시들은 이제 새로운 해석을 요한다. 그 하나가 남성성을 보조하는 여성성의 문제이고, 이를 벌충하는 감상성의 등상이 다른 하나이다. 시인의 작품들에서 여성성은 숨어있거니와 이 감각은 오직 남성성이 굳건히 존재할 때에만 유효했다. 그것이 남성성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이를 유효적절하게 메워주는 것이 센티멘털한 정서였다. 시인의 민족의식은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 의식이란 애초부터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여성성에 의해 지탱되던 남성성이 어느 한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이다. 이럴 때 이 여성성이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이를 대신할 만한 또 다른 남성성이다. 모윤숙의 시들이 대부분 거대 서사와 관련된 것이 많고, 또 시대의 주류 세력에 아부하고자 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모윤숙은 일제 말기에는 친일이라는 거대 서사에 매달렸고, 해방 직후에는 이승만 중심의 민족주의라는 서사에 기댔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시절에는 이 정부가 추구했던 충성주의를 충실히 구현했다. 그러니까 모윤숙은 당대를 이끌었던 거대한 힘들에 철저히 종속되고 아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 이론적 근거가 된 것이 남성성에 기댔던 시인의 시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