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경제학(Law and Political Economy) : 불평등의 시대, 법사회학에서 ‘경제적인 것’의 부활과 그 현대적 의미 = Law and Political Economy (LPE) : The Revival of ‘the Economic’ in the Sociology of Law and its Contemporary Implications in the Age of Inequality

국문 초록 (Abstract)

역사상 인류가 불평등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웠던 시기는 없었지만, 근래에는 극심한 양극화가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정치의 위기와 경제의 위기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정치적 지형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불가능하고, 또한 경제구조와 그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정치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의 중요성이 법사회학 분야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현대 법사회학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경제적인 것’에 다시금 천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법사회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중요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의 법현실주의(legal realism), 법과사회운동(law and society movement), 비판법학(critical legal studies)과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같이하며 계승･발전시키되 21세기의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법이론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법과 정치경제학’(Law and Political Economy, ‘LPE’)이라는 이름의 학문적 사조가 부상하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PE의 주요한 학문적 지향성 및 특징으로 첫째, 시장중심적 자본주의 체제를 고정불변의 진리로 보지 않고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현재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개진하고 있는 점, 둘째, 자본주의에 있어 법의 선분배적(pre-distribution) 기능을 조명하며 법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평등을 위한 여정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점, 셋째, 연구방법론에 있어 법학과 타 분야 간에 명목적인 수준을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제간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전제적 논의로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정치경제학의 개념과 연혁적 전개를 검토한 뒤(II), 법과 정치경제학(LPE)의 부상과 그것이 지향하는 목적, 주요 논의대상, 연구방법론상의 특징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III). 이러한 논의 위에서 법과 정치경제학의 핵심적인 시사점이 될 ‘정치경제학의 법사회학’을 모색한다. 칼 폴라니의 이중운동(double movement) 개념에 착안하여, 정치경제학의 중요한 법사회학적 시사점으로서 ‘이중운동의 법사회학’(legal sociology of double movement)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중운동의 본질은 시장확대적 움직임과 사회보호적 움직임 사이의 권력 겨루기다. 이러한 움직임은 법과 제도를 통해 성립되고, 기득권으로서 존속하기도 하고, 때로는 성립된 기득권이 약자와 소수자에 의해 도전받아 해체되기도 한다. 폴라니가 말하는 시장확대적 운동과 사회보호적 운동의 대립이라는 이중운동 이론을 법사회학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면 ‘시장확산에 기여하는 법’과 ‘사회보호에 기여하는 법’ 사이의 대립, 긴장, 갈등과 조화, 성립과 해체의 역동적인 과정이 발견된다. 이는 법철학적 관점에서는 법형식주의 대(對) 법현실주의의 대립이기도 하다. 또한 실정법에서 이중운동이 발현되는 방식은 ‘법적 허구’ 대 ‘법적 실질’의 대립이기도 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며 논증한 뒤,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관점을 적용할 실천적 필요성이 큰 주제인 젠더 및 인공지능에서의 불평등 문제에 이를 적용하여 살펴본다(IV).
마지막으로 불평등과 ...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ere has never been a time in human history completely free from inequality, but in recent times, extreme polarization has emerged as one of the most critical issues. The crisis of politics and the crisis of the economy are inseparable. Any attempt to find a solution to economic inequality is impossible without an understanding of the political landscape and context, just as it is impossible to fully comprehend political phenomena without an understanding of economic structures and realities. Within this context, the importance of ‘political economy’ is being reexamined in the field of sociology of law.
One of the key tasks of contemporary sociology of law is to re-engage with ‘the economic.’ In the United States, a notable shift is taking place within the field of sociology of law. While inheriting the core concerns of past movements such as legal realism, the law and society movement, and critical legal studies(CLS), there is now a growing recognition of the need for a more fundamental theoretical response to the dual crisis of deepening economic polarization and the threat to democracy in the 21st century. This has led to the emergence of a scholarly movement known as ‘Law and Political Economy’ (LPE), which is gaining momentum.
The main academic orientations and characteristics of LPE include, first, its refusal to accept market-centered capitalism as an immutable truth and its critical analysis of current inequality issues from the perspective of political economy; second, its focus on the ‘pre-distributive’ role of law within capitalism, recognizing the dual nature of law—as both a mechanism that can entrench inequality and a tool that can help overcome polarization and promote equality; and third, its commitment to genuine interdisciplinary research that goes beyond nominal collaboration between law and other disciplines.
This paper will first examine the concept and historical development of ‘political economy’ since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18th century as a foundational discussion (II). It will then outline the emergence of Law and Political Economy (LPE), its objectives, primary areas of discussion, and methodological features (III). Building on this discussion, the paper will explore and identify the points where political economy and law intersect, analyzing their implications and significance from a sociological perspective of law—an effort to conceptualize a ‘sociology of law of political economy’ (IV). Finally, in light of the extreme inequality and polarization we face today, the paper concludes by emphasizing that the ‘sociology of law of political economy’ ultimately signifies the restoration or revival of ‘the economic’ within the field of sociology of law, adding a few final reflections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