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사회에서 근대의학의 공간화가 시도된 것은 1920년대 중반 북경협화의학원의 공공위생학 교수였던 존 그랜트와 황자방 등에 의해서였다. 그랜트와 황자방은 질병분류, 사인분석, 생명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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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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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북경사회에서 근대의학의 공간화가 시도된 것은 1920년대 중반 북경협화의학원의 공공위생학 교수였던 존 그랜트와 황자방 등에 의해서였다. 그랜트와 황자방은 질병분류, 사인분석, 생명통...
북경사회에서 근대의학의 공간화가 시도된 것은 1920년대 중반 북경협화의학원의 공공위생학 교수였던 존 그랜트와 황자방 등에 의해서였다.
그랜트와 황자방은 질병분류, 사인분석, 생명통계 등을 통해 질병을 수치화하였고, 질병의 계보를 추적하며 신체의 공간화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질병의 공간화와 신체의 공간화를 바탕으로 도시공간을 재편하고자 하였는데, 도시공간의 재편은 위생구사무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우선 북경협화의학원이 위치한 내1구 지역을 중심으로 제1위생구사무소를 설립하고, 생명통계의 작성, 출생 및 사망관리, 전염병관리, 환경위생, 위생교육 등 위생행정 전 분야를 담당하였다. 그 결과 내1구는 인구증가, 영아사망률 감소, 주민 신체관리의 강화, 위생수준의 향상 등 미증유의 공간재편을 경험했다. 위생구사무소 중심의 공간재편은 1928년 북평시정부가 성립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위생구사무소의 위생행정은 북경에서 근대의학의 공간화과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서양의학 위주의 공간통제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던 내성구와 달리 외성구에서는 서양의학의 영향력이 미미했다. 특히 외5구의 천교는 북경의 평민문화를 상징하는 곳이었는데, 중의학, 민간의료, 매약문화 등이 결합되어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료문화가 형성되었다.
1920년대 이래로 북경에서는 위생구사무소를 중심으로 근대의학의 공간통제가 강화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내성구가 위생행정을 통해 근대의학이 확장되는 공간이었다면, 외성구는 근대의학에 저항하고 균열되는 지점이었으며, 교구는 일반 농촌과 다를 바 없었다. 시정부가 기획한 근대의학의 공간화는 지역적 분절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교로 대표되는 외성구는 근대의학의 균열 지점으로서 주목된다. 천교의 도시하층민과 민간의료 종사자들은 근대 도시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있어, 단순히 서양의학에 저항하거나 중의학에만 의존하거나 하지 않았다. 천교의 민간의료는 의약품을 생산, 유통, 소비에서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냈다. 수공업적인 기반에서 서양의 수입약품을 혼합하고, 草藥과는 다른 다양한 매약을 생산하여 저렴하게 도시민에게 공급하였다. 그 유통에 있어서도 다양한 오락과 선전방식을 동원하였다. 도시민들은 선농시장을 비롯한 천교의 다양한 시장에서 의약을 소비했다. 그 중에는 가짜도 있었지만 위험성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과 약효가 그들의 발길을 계속해서 천교로 안내했다. 시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근대의학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고, 도시하층민들의 일상공간에는 시정부의 공간통제에 저항하면서 다양성, 이질성, 상업성, 지방성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근대의학의 균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