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서울의 거리를 폐허화시켰다. 서울에 있는 전체 주택의 30퍼센트를 새로 건축해야 했다. 서울의 인구는 전쟁이 종료되면서 빠르게 증가하여 과잉인구의 도시를 만들었고, 과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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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orean
한국연구재단(N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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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서울의 거리를 폐허화시켰다. 서울에 있는 전체 주택의 30퍼센트를 새로 건축해야 했다. 서울의 인구는 전쟁이 종료되면서 빠르게 증가하여 과잉인구의 도시를 만들었고, 과잉인구는 저임금을 유발하며 빈곤을 가중시켰다. 서울의 과밀화를 촉진한 또 하나의 사건은 무허가 판자집의 난립이었다. 전후에 주택과 관련한 고통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은 정연희의 「어느 하늘 밑」(1960)이다. 정연희는 이 소설에서 무허가 주택의 철거 문제를 통해 전후의 궁핍과 가진 자의 횡포에 대해 신랄하게 고발한다. 김광식의 「213호 주택」(1956)은 똑같이 지어진 획일적 주택을 통해 근대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한국전쟁은 공동체적 연대를 파괴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전쟁을 겪은 전후시대의 사람들은 오히려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불신하게 된다. 손창섭의 주요 작중인물들은 외출을 두려워하고 방에 칩거하는 자폐적 인간이다. 전후의 한국사회는 기존 가치관이 몰락했으나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사상적 혼란에 빠져든다. 박경리, 서기원, 추식, 이범선의 소설은 전후 서울의 궁핍과 가치관의 혼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원조물자가 쏟아지면서 서울 거리는 명동 등 중심가를 중심으로 활발한 거리 풍경이 이루어진다. 끊어졌던 전차가 다시 움직였고, 명동 등에는 다방이 성업했고, 영화관에서는 미국 영화에 매혹된 시민들로 가득 찼고, 백화점은 다시 문을 열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했다. 전후 서울의 복구와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백화점’이다. 백화점은 단순하게 한 건물 안에 의식주에 관련한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는다. 백화점이 일반인들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소비상품을 하나의 볼거리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김광식의 「오늘」(1955)에서 보듯 소비자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 놓여 있는 근대의 상품들을 보면서 상품에 대한 욕망을 자극받았고, 백화점의 상품 구매를 통해 근대 문명을 제대로 구가하고 있다는 환상을 제공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기만적 환상일 뿐이다. 백화점은 가난한 서민에게는 닫혀 있는 인공낙원이기 때문이다.
전후의 궁핍과 절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공간은 사창가이다. 전후의 궁핍 속에서 젊은 여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창녀가 되어야 했고, 이러한 성매매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사창가였다. 서기원의 「암사지도」, 손창섭의 「미해결의 장」 등에서 보면 사창가를 찾는 남자고객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녀가 등장한다. 50년대 서울 거리에서 중요한 공간 중의 하나는 정비석의 자유부인(1954)과 한말숙의 「신화의 단애」(1957)에서 보듯 댄스홀이다. 서구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상징하는 댄스홀은 당대 사회의 엄숙한 가부장적 규율에서 일탈할 수 있는 일종의 해방 공간이었다. 50년대 서울의 중요한 공간 중의 또 하나는 ‘다방’이다. 다방은 커피로 대표되는 서구의 문화적 상품을 소비하는 상징적 공간만은 아니었다. 식자층인 실업자들이 하루 종일 쉴 수 있는 문화적 쉼터였으며, 문화예술계의 사람들이 정보교환하며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갔던 아지트였던 것이다.
전쟁이 종료되고 서울은 빠르게 복구되기 시작한다. 서울의 중심가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출퇴근길 전차와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서구적 근대성을 상징하는 다방과 댄스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다시 개장한 백화점은 화려한 상품을 통해 행인들을 유혹했다. 전후 서울은 복구되었지만 사회 기반 시설의 취약 속에 대폭우, 대화재에 자주 노출되었다. 전후작가들이 그려낸 소설에는 전후의 궁핍과 가치관 전도 현상으로 인한 일그러진 공간 의식을 지닌 서울 시민들이 등장한다.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갇힌 서울 시민들은 자폐적 내면 세계에 갇히거나 서구적 근대의 환상에 도취되어 현실을 망각했다. 전후소설에 나타난 당대 서울의, 서울시민들의 협소한 내지 부정적 공간의식은 당당한 주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없는 전후의 열악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