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1왕조의 개창과 메소포타미아

국문 초록 (Abstract)

이 연구는 이집트 제1왕조의 개창에 미친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을 밝히는 데에 있다. 1980년대 이후로, 이집트 제1왕조의 개창은 주로 북동 아프리카의 자체 발전의 결과라는 영국의 학자 마이클 호프만의 주장이 이집트 문명의 기원에 관한 정설이 되어 있다시피 하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집트학의 창시자 플린더스 페트리는 상이집트 테베 근처에서 발굴된 제1왕조 이전에 속하는 유물들에 그려진 도상이 이집트 고유의 것이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것이며, 제1왕조의 개창은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온 ‘왕조 인종(Dynastic Race)’의 업적이라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페트리 이후 지금까지 제1왕조의 개창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축적되었다. 제1왕조를 개창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도상적 증거, 고고학 증거, 문헌증거와 같은 댜양한 증거들을 유기적으로 종합하면 좀 더 개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1왕조의 개창 이전에 속하는, 상이집트의 테베 근처에서 발굴된 유물들에 그려진 메소포타미아의 도상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도상이 왕가의 상징물들이어서 교역에 의해 전해진 것이라고 말하기가 어렵고 이집트 제1왕조의 개창에 메소포타미아의 정치적 영향이 지대했다고 말해야 한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상이집트에 침입하여 ‘왕조 인종(Dynastic Race)’을 형성하였다는 플린더스 페트리의 주장에는 도상학적 증거로 보건대 일리가 있다.
둘째,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이집트에 이주했음을 시사하는 문헌증거들인 구약성서 ｢창세기｣(｢창세기｣ 10:6-10), ｢수메르 왕명록｣ 같은 문헌증거를 망라하여 분석해볼 것이다.
셋째, 나일 강 유역의 새로운 고고학 유적지에 관한 학자들의 발굴결과와 그 해석을 분석해볼 것이다. 제1왕조를 개창한 세력에 관련된 전(前)왕조 시기의 유물이 처음에는 상이집트에 있는 아비도스, 나카다, 히에라콘폴리스에서 발굴되었으나 나중에는 중(中)이집트의 바다리와 파이윰에서도 그리고 하이집트에서도 발굴되면서 상이집트가 제1왕조를 탄생시킨 지역이라는 종래의 학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제1왕조와 관련된 전왕조 시기의 유물이 상이집트에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하이집트의 유물은 상이집트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제1왕조를 개창한 세력은 상이집트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고고학 발굴지에 대한 연구결과로 보면 제1왕조를 개창한 세력은 하이집트라기보다는 상이집트이고, 전(前)왕조 시대에 메소포타미아 왕가의 도상이 상이집트에서 거의 전적으로 발굴되었고 그 도상이 이집트 제1왕조에서 왕가의 도상으로 사용되었고,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이집트로 이주했음을 시사하는 문헌증거가 있다. 세 종류의 증거를 종합하면, 메소포타미아인들이 해로로 아라비아 만을 항해하여 홍해로 들어와 함마마트 와디를 거쳐 상이집트 나일 강에 침입하였고 수백 년 후에 하이집트를 통합하여 이집트 최초의 국가인 제1왕조를 탄생시켰다는 그림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