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해방을 전후하여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글쓰기를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욕망’을 확인하고, 그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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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해방을 전후하여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글쓰기를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욕망’을 확인하고, 그에 따...
본 논문은 해방을 전후하여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글쓰기를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는 이광수의 ‘자서전적 욕망’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서사구조와 서술방식의 변화를 분석한다.
필립 르죈에 따르면 ‘자서전(Autobiography)’은 저자와 화자 그리고 주인공 간의 동일성이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한 실제 인물이 자신의 개인적인 삶, 특히 자신의 인성(人性)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산문 형식으로 된 과거 회상형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나 르죈의 이 엄격한 정의를 적용할 경우, 다양한 양식으로 발현되는 이광수의 ‘자서전’ 기획들이 모두 논의에 포함되기 어려울뿐더러 대부분의 텍스트가 자서전의 미달태로 분류되어 생산적인 논의를 도출하기 어렵다. 이에 본 논문은 이광수의 자서전과 그 주변적 텍스트를 아울러 ‘자서전적 글쓰기(Autobiographical writing)’라 지칭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서전적 글쓰기가 이광수의 삶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인데, 그는 삶의 고비나 중대한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자서전적 글쓰기를 통하여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광수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정치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성격을 띤다. 작가 자신의 삶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는 까닭에 서술된 내용만 봐서는 이들 텍스트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이야기의 형식과 서술 양태를 따져보면 전혀 다르게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정」 발표 20주년 즈음해서 발표된 「그의 자서전」은 1인칭 동종소설의 형식으로 그의 생애를 정리하는 ‘회고체(Memoir)’의 글쓰기이고, 연작 형태로 기획된 나는 참회와 반성의 정조를 강하게 띤 ‘고백체(Confession)’의 오토픽션 형식이다. 한편, ‘저자=화자=등장인물’의 요건을 충족하여 엄격한 의미에서 이광수의 유일한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나의 고백은 반민특위의 소환을 앞두고 ‘변증체(Apology)’로 쓴 일종의 변호문이다. 이에 본 논문은 이상의 세 텍스트를 본론의 각 장에 배치하고 각각의 텍스트를 탄생시킨 자서전 기획과 서사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폈다.
먼저 2장에서는 단순 회고담에 가까웠던 이광수의 자기 서사가 1930년대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인 자서전적 글쓰기로 변모하는 양상에 주목하고 인정욕구의 실현을 위한 성취의 서사로서 직조된 「그의 자서전」의 서사 전략을 분석한다. 「그의 자서전」은 안창호의 투옥, 조선일보 이직 논란, 아들 봉근의 죽음 등 그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해 유실된 삶의 의미를 복원하고 인정욕구를 실현할 방편으로 기획한 이광수의 첫 번째 자서전 기획이었다. 1920년대 후반부터 문단에서 서구의 자서전에 대한 양식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과, 미국에서 자서전형 소설을 발표하려 큰 성공을 거둔 강용흘의 뉴스는 그가 자서전적 글쓰기를 기획하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자서전」에서 이광수는 자신의 형성사를 조망하고 문단에서의 성취를 정리하는데, 대중 독자들에 익숙한 고전소설 영웅담의 이야기 틀을 차용하여 비범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여로형 서사구조를 도입하여 주인공의 성장담을 대중 독자들에 효과적으로 어필한다. 또한, 그는 「그의 자서전」에 삽입된 허구의 서사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대리청산하고, 도덕성이 검증된 작중 인물의 삶을 자기에 동일시하여 도덕적 자기완성의 경지에 이른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구현한다.
3장에서는 해방 이후 반성의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문단에의 복권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획된 오토픽션 나 연작을 분석하였다. 「그의 자서전」이 문인으로서 이광수의 형성사를 조명한 성취의 서사라면, 나는 이광수의 타락과 회개의 과정을 그린 회심의 서사이다. 그러나 나에서 기술된 생애가 그의 공적 활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유년기와 청년기의 일부에 국한되어 있어, 독자들이 기대한 죄의 구체적인 죄의 고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 참회의 포즈를 취한다. 특기할 것은 나의 전편을 관통하는 회심(回心)의 서사인데, 문의 누님과의 불륜 사건을 기점으로 맞물린 전편과 후편이 각각 타락과 구원을 테마로 한 하강의 서사구조와 상승의 서사구조를 보인다는 점이다. 텍스트에 서술된 기억의 가공되거나 그 배치 순서가 바뀌는 것도 구조화된 회심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이광수는 등장인물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서 고백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한편,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백을 완수할 방편으로 알레고리적 에피소드를 삽입하기도 한다. 이는 속악한 자신을 뉘우치고 양심의 고백을 완수하여 종교적 구원의 길을 모색하려는 나의 서사 전략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이광수의 유일한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나의 고백을 분석한다. 도산 안창호 전기와 구조적 상동성을 보이는 나의 고백은 그의 롤모델이었던 안창호의 삶을 경유하는 이광수의 자기탐구라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민족 반역자의 자리에 서게 된 이광수는 자신의 현재 위치가 자서전적 글쓰기의 의미를 손상시킬 수 없는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모색한다. 이에 나의 고백에서는 세간의 지탄을 받는 해방공간의 ‘나’를 대신하여 해방 후에도 꺾이지 않은 그의 ‘민족주의’ 사상을 서사의 종착지에 배치하고, 그의 과거사를 대신하여 그가 견지해 온 사상의 발달사를 써 내려간다. 그는 사상 형성의 과정과 그에 기반을 둔 공적 행보를 중심으로 자기의 서사를 재편하는 한편, 민족주의의 지형 안에서 자신의 사상이 놓인 자리를 확인하고 자신이 살아낸 삶에 대한 가치 평가의 참조점을 마련한다. 또한, 주관적 진실을 강조하고, 자신의 친일에 대한 재평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자신의 죄과를 축소하고자 한다. 이 같은 서술전략의 변화는 민족의 반역자가 되어버린 현실의 ‘나’를 극복하고 지난 삶의 가치를 복원시키고자 했던 이광수의 열망을 확인시켜준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광수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도 매번 새롭게 다시 쓰여진다. 기왕의 자서전적 텍스트가 획득했던 서사적 정합성이 글쓰기 이후의 삶에 의해 곧잘 상실되고 마는 까닭에 이광수는 계속해서 자서전적 글쓰기를 다시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포착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작업인 동시에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자서전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매 순간 그의 자기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이상적인 자기 상에 도달하기 위하여 서술의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서전 작가에게 과거의 삶이란 역사적 시간 속에 존재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자서전을 쓰는 현재의 ‘나’로 수렴되는 욕망의 시간 속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의미를 획득한 사건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논의에 접근할 때, 이광수의 자서전적 텍스트는 그의 가장 솔직한 욕망을 투영한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텍스트로 재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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