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촌 청소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목적으로 '농촌 정주를 결정한 청소년은 왜 정주를 결정하였고 그 과정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탐색하기 위하여 Glaser(2014)의 근거...
한국의 농촌 청소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목적으로 '농촌 정주를 결정한 청소년은 왜 정주를 결정하였고 그 과정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탐색하기 위하여 Glaser(2014)의 근거이론 방법론을 사용하여 연구하였다. 정주를 결정한 20세 내외의 농촌 청소년 16명과 심층면담을 수행하였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개방 코딩, 선택 코딩, 이론적 코딩을 차례로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청소년의 농촌 정주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범주는 '안정을 선택함'이었으며, 이 현상은 '안정감을 느끼는 지역에서 성장하면서 진로 타협안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짐이 드러났다. 청소년은 성장 과정에서 농촌 지역사회에서 경험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에서 얻은 지역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도시로 대변되는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얻으면서 지역에서 강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청소년들은 진로를 탐색하며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선택으로 정주를 택했다. 그 결과로서 지역에 대한 안정감이 강화되기도 하고, 지역 밖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농촌에 정주하기로 한 청소년에게 있는 안정감의 속성은 도전할 수 있는 자원과 자본을 얻었다는 든든함인 '성취의 디딤돌'로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도시로 대변되는 외부세계의 불안함으로부터 피하고자 하는 '불안의 회피' 속성을 띄기도 하였다. 이는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개인의 삶이 불안정해진 현대 사회에 대한 농촌 청소년의 생존주의적 인식을 반영한 결과이다.
안정감의 속성과 ‘농촌 지역의 재발견’ 범주 유무에 따라 청소년이 농촌 정주 후 대응 전략은 4가지로 분류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농촌을 선택하는 ‘농촌 활용’, 정주 공간으로 농촌을 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농촌 내 생존’ 유형, 기존의 관계와 삶의 양식을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 유형, 진로가 아직 모호하므로 농촌에서 머물고 있는 ‘진로 유보’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은 한 사람 안에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도 발견되었다.
근거이론을 통해 생존경쟁이 심화된 사회에서 농촌은 청소년에게 안전한 울타리 역할이 되었고 청소년은 그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었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적 기반이 결여된 농촌사회에서 청소년에게 한정적 진로 선택지를 제시하였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꿈과 욕망이 충족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 밖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경제적·심리적으로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농촌과 도시 어느 곳에 살더라도 꿈과 욕망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체감하였다. 다수의 연구 참여자들이 느끼는 무기력이나 허무함의 감정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안정을 선택하는 청소년의 농촌 정주는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이 꿈 포부와 욕망을 키워가고자 하는 모습도 발견되었다. 자신 내면의 강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도 하였고, 가족과 또래,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욕망과 희망을 갖기도 하였다. 이때 지역사회가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경험과 진로의 다양성이 농촌 청소년의 꿈 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생존경쟁이 심화된 사회에서 농촌이 청소년에게 안정감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하였고 농촌에 정주하기로 한 청소년은 그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안정적 선택을 하였다. 그러나 진로 선택의 다양성이 결여된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들이 꿈 포부와 욕망을 줄여나가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청소년들이 농촌에 정주함으로써 욕망과 꿈 포부를 축소시켜 나가는 ‘꿈-자본’의 결핍은 더 큰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농촌에 정주하면서도 농촌 안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꿈 포부와 욕망을 줄여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청소년의 농촌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교육의 다양성을 포함한 물리적인 요소를 확충하는 것과 함께 청소년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누리며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문화 조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