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는 고통(苦, dukkha)의 문제에 대한 붓다의 해명이다. 붓다는 당시 인도사상들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중(中, majjha)의 관점에서 연기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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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는 고통(苦, dukkha)의 문제에 대한 붓다의 해명이다. 붓다는 당시 인도사상들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중(中, majjha)의 관점에서 연기를 설...
십이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는 고통(苦, dukkha)의 문제에 대한 붓다의 해명이다. 붓다는 당시 인도사상들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중(中, majjha)의 관점에서 연기를 설명한다. 당시 바라문(婆羅門, brahmaṇa)과 사문(沙門, samaṇa)들은 초월이나 객관적 이론에 기반을 두면서 인간의 존재, 인식, 가치를 설명한다. 바라문은 초월적 존재인 브라만(梵, brahman)이 내재화된 아트만(我, attan)을 본래적 자아라고 주장한다. 바라문은 브라만과 아트만이 동일(一, eka)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자작(自作, sayaṃkata)을 주장한다. 바라문은 선정(禪定, jhāna)의 상태가 궁극적 행복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사문들은 상주하는 아트만이 없고 물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자아를 이루다가 죽는 경우에 물질로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사문들은 자아와 세계가 개별적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異, puthujjana] 대상적 세계에 의해 결정되는 타작(他作, paraṃkata)을 주장한다. 사문들은 세속적 쾌락이나 혹은 고행을 삶의 목표로 제시한다. 바라문은 초월의 영역에 기반을 두고 사문들은 객관적 원리에 기반을 두면서 우리의 존재, 인식, 가치를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붓다는 바라문의 주장처럼 자아가 본래적이라면 어떤 행위를 하든지 상주(常住, sassata)할 것이기 때문에 업(業, kamman)과 그 보(報, vipāka)를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또한 사문들의 주장처럼 자아가 단지 물질의 소산이라면 역시 어떤 행위를 하든지 단멸(斷滅, uccheda)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도 업보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본다. 붓다는 바라문과 사문들의 대립적 논쟁을 검토하면서 존재, 자기 구성, 가치, 인식, 자기 지속성에 관한 무지로부터 고통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고통은 스스로 지닌 존재에 관한 유·무, 자기 구성에 관한 일·이, 가치에 관한 고·락, 인식에 관한 자작·타작, 자아 지속성에 관한 상주·단멸이라는 일련의 조건에 대한 무지로부터 발생되는 것이다. 붓다는 모순대립된 견해들을 중[도]의 입장에서 다가가지 않고 무명, 행, 식, 명색, 육처,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의 십이연기를 설명한다. 본 연구에 의하면 ‘유(有), 생(生), 노사’는 유·무중[도], ‘갈애(渴愛), 취(取)’는 일·이중[도], ‘수(受)’는 고·락중도, ‘식(識), 명색(名色), 육처(六處), 촉(觸)’은 자작·타작중[도], ‘무명(無明), 행(行)’은 상·단중[도]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십이연기는 유·무, 일·이, 고·락, 자작·타작, 상·단의 견해가 나타나는 구조를 보여준다. 십이연기는 조건성(此緣性, idappaccayatā)으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에 대한 해명으로서 자신의 의식 세계에서 ‘무지와 욕망으로 인해 어떻게 존재를 구성해내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이 경우 생·노사는 생물학적 탄생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기보다 무지, 욕망, 취착의 조건성으로부터 드러난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왜냐하면 붓다가 설명하는 자아와 세계는 내입처, 외입처, 식의 삼사화합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십이연기가 초월과 객관의 영역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견해가 스스로의 의식 구조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자기이해이자 자기성찰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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