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자기정의기억을 중심으로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통합 과정을 밝히고, 자기정의기억에 초점을 둔 치료 개입이 외상후 정체성 회복에 기여하는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특...
본 연구의 목적은 자기정의기억을 중심으로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통합 과정을 밝히고, 자기정의기억에 초점을 둔 치료 개입이 외상후 정체성 회복에 기여하는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복합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 주목하였다. 이를 위해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자기정의기억 양상을 개념화하였고, 이를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하여 타당화 하였으며,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자기정의기억의 관계를 상관 분석 및 실험을 통해 검토하였다. 또한 정체성 변화 유형을 구분하여 유형 간 차이를 살펴보았고, 마지막으로 자기정의기억에 개입하여 외상후 정체성 회복 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 1에서는 근거이론 방법을 바탕으로 고문이라는 조직적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내레이션 실증 자료를 분석하여, 외상 이후 정체성 변화와 그 통합 과정을 기술하였다. 이론 통합은 정체성 단절과 통합 과정이라는 핵심범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의 내레이션은 단절에서 자기의 재연결과 정체성 확장까지의 경로를 따랐고 여기에 자기일관성 동기와 합치성 및 수용의 동기라는 하위개념이 작용하였다. 자기일관성 동기는 외상 정보의 동화(assimilation)에, 합치성 및 수용 동기는 외상 정보의 조절(accommodation)에 해당하였고 참여자들은 조절과 동화의 과정을 통해 외상 경험을 통합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연구 2에서는 정체성 변화 양상을 구체적으로 개념화하였고, 예비연구 310명과 본연구 234명의 외상 경험자의 참여로 자기보고형 도구를 개발, 타당화하였다. 외상후 정체성 변화 척도는 구조 요인으로 정체성 과잉조절과 정체성 통합결여, 내용 요인으로 정체성 혼란과 부정적 정체성, 그리고 정체성 기능문제의 요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인되었다. 외상후 정체성 변화의 심각도는 복합 외상 경험자에게서 가장 높았다. 정체성 변화의 구조 요인인 정체성 과잉조절과 통합결여는 연구 1의 통합 과정에서 각각 과잉-조절과 과잉-동화에 해당하여, 정체성 통합 과정의 주요 측정치로 나타났다.
연구 3에서는 외상후 정체성 변화의 핵심을 자기정의기억 양상의 문제로 보는 본 연구의 목적에 따라,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자기정의기억 양상의 관계를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살펴보았다. 우선 연구 3.1에서는 외상후 맥락기억표상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하여 타당화 하였다. 외상을 경험한 102명의 참여로 예비연구를 실시하고, 복합 외상을 경험한 142명의 참여로 본연구를 실시하였다. 외상후 맥락기억 척도는 자서전 조직화, 맥락 통제, 발화 조절이라는 3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된 위계적 요인 구조로 구성되었고, 이 모형의 적합도는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맥락기억척도는 감각기반기억 측정치와는 상관이 나타나지 않아 병렬 구조임이 검증되었고, 외상후 정체성 변화 측정치와는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연구 3.2에서는 망각지시실험을 바탕으로, 복합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중 외상의 감각기반기억 표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개념자기기억에 대한 억제조절 역량이 저조하다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감각기반기억 수준이 높은 실험 집단은 낮은 수준의 통제 집단에 비하여, 자기와 반대되는 단어에 대한 기억효과가 저조하다는 점이 나타났다. 감각기반기억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개념자기 기억망의 경직성과 편향성을 논의하였고, 이는 자기정의기억 양상과 외상후 정체성 변화의 관계를 뒷받침하였다.
연구 3.3에서는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271명의 자료를 활용하여, 외상후 정체성 변화 척도에서 외상 정보의 과잉-조절을 반영하는 정체성 과잉조절과, 과잉-동화를 반영하는 정체성 통합결여의 하위 요인을 중심으로 군집 분석을 실시하여 외상후 정체성 변화 유형을 구분하였다. 군집 결과는 해리 유형, 과잉조절 유형, 외상억제 유형, 그리고 통합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본 연구의 유형 가설을 지지하였다. 각 유형은 외상후 정체성 변화의 수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 증상의 수준, 외상 기억의 감각기반표상과 외상후 맥락기억 양상, 그리고 대처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 지속적 해리, 반추, 감정표현불능 등 부적응적 심리적 대처양상에서 구분되었다. 연구 3.3의 결과는 외상후 정체성 변화 유형 가설을 뒷받침하였고, 정체성 개념으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적응 과정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분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하였다.
연구 4에서는 임상 장면을 방문한 복합 외상 경험자 21명을 대상으로, 자기정의기억 양상에 초점을 둔 내러티브노출치료 개입과, 현재의 정서 조절 및 습관화에 초점을 둔 정서조절훈련, 그리고 정서초점의 지지치료가 중심인 일반치료 개입이 외상후 정체성 변화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 증상의 완화에 차별적인 효과를 주는가를 검증하였다. 자기정의기억의 조직화에 초점을 둔 개입은 외상 감각기반기억과 맥락기억 수준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외상후 정체성 변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 증상 수준에도 유의미한 완화를 촉진하였다. 그러나 정서조절훈련과 일반치료 개입에서는 감각기반기억, 맥락기억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외상후 정체성 변화 및 심리적 증상 측정치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감각기반기억과 맥락기억 측정치의 사전-사후 변화량은 외상후 정체성 변화 및 심리적 증상의 사전-사후 변화량과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다. 이로써 자기정의기억의 조직화가 정체성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정체성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개입하기 위한 본 연구의 이론적, 임상적 함의에 대해서 논의하였고, 연구의 한계와 추후 연구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