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연구자의 자전적 경험의 상흔(傷痕, 트라우마)을 도가(道家)사상의 핵심인 ‘순환적 생명관’으로 치유적 관점의 조형표현 가능성을 추구한 연구이다. 연구자는 1993년 눈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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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단국대학교 대학원, 2013
학위논문(박사) -- 단국대학교 대학원 , 조형예술학과 동양화전공 , 2013. 8
2013
한국어
701.17 판사항(22)
경기도
A study on the expression of formative arts in terms of healing
x, 236 p.: 천연색삽도; 30cm.
단국대학교 학위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王亨烈
참고문헌 : p. 22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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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연구자의 자전적 경험의 상흔(傷痕, 트라우마)을 도가(道家)사상의 핵심인 ‘순환적 생명관’으로 치유적 관점의 조형표현 가능성을 추구한 연구이다.
연구자는 1993년 눈길에서 차량 충돌사고로 인하여 일곱 차례의 대수술을 받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지기도 했으며, 일 년 반 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병원에서 수술 후 온몸에 뚜렷하게 박힌 봉합용 스테플러(stapler)와 뼈 속에 금속용 핀이 박혀있는 X-선 필름을 본 연구자는 삶과 죽음의 본질 자체가 드러나는 상징적 이미지로 다가왔다. 따라서 죽음 직전 까지 경험한 사고로 자신의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게 되면서 생명성 표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구자에게 작품은 내면의 고통과 억눌린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내적 자아의 회복과 치유에 이르도록 기능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X-선 필름과 스테플러 라는 이미지가 고통과 치유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반전(反轉)을 통하여 근원적 생명과 희망을 작품에 구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와 같이 연구자는 X-선 필름과 스테플러를 작품창작의 질료(質料)적 소재로서 어떻게 치유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표현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왔다. 연구자의 작품들, <뢴트겐의 정원>, <Amor Fati>, <지혜로운 죽음> <상처난 一筆寫意圖>등은 그 결과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 작품들은 X-선 필름을 통해 기억하고 있는 절망과 고통의 흔적을 사고를 당한지 10년 만에 그 속에서 의미와 개념을 발견하면서 연구자가 왜 X-선 필름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고통의 시간이 던져준 질문에 대해 한 번쯤 진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재료를 선택하여 만든 작품이다.
X-선 필름을 선택함으로써 연구자가 겪은 신체적 고통과 상처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러한 사고적 태도는 교통사고 직후 느꼈던 죽음의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아 지속적으로 연구자를 괴롭혔지만, X-선 필름의 작업을 통해 죽음의 공포와 맞서서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단계가 되었다.
X-선 필름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신체골격과 그 구조를 드러내는 물성은 차갑고 건조하며, 그리하여 공포와 죽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드리워진 생태학적 존재인 식물과 꽃은 생명, 환희, 충만, 희망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 공간에서 죽음과 삶이 공존하고 순환하면서 생명을 탄생시키고 상처를 극복하며 치유하는 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연구자가 추구하는 치유적 관점의 의미론적 대상이자 개념인‘순환적 생명관’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모든 만물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흙에서 다시 생명이 나오듯이 죽음이란 목숨이 끊어지는 동시에 다시 무한한 연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와 개념을 가지고 있다. 즉 죽음에 대한 깊은 관조(觀照)에서 나온 이 말은 인간과 자연의 상식적인 위계질서와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와해시키고, 인간, 동물, 식물, 광물 등 인간이 정한 외형적 정체성의 전치(轉置)와 만물의 평등한 공존사상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만물평등사상(萬物平等思想)은 인간의 이기적 성향의 편애(偏愛)사고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근대부터 이어진 물질문명의 지배를 받으면서 인간중심적인 사고체계를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그 결과 물질적 이익을 위한 가치관이 발달하여 자연의 생태적 환경은 물론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그것은 인간 차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인데, 그처럼 욕망으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쳐서 온전한 사고의 원리를 망각한 인간들에게 장자의 순환적 생명관 사상은 치유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자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변화과정과 내면적 치유과정의 방법론적 연관성은 상기와 같은 순환적 생명관이 자전적 트라우마로 대치된다. 연구자 자신의 작품을 주제, 매체를 통한 표현방법, 도구의 변화 중심에 따라 세단계의 특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고통과 치유의 희망이 담긴 기억’이다.
‘X선 사진’은 자신의 고통과 상처가 담긴 X선 사진 속에서 생명과 치유의 희망을 찾고자 시작된 것이다. 예비적 죽음의 이미지와 뼈만 남은 생명체 이미지로 가득 찬 폐기된 X선 사진 속에서 자연의 형태가 내재되어 있는 조형성을 발견하고 관찰하여 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다시 빛으로 태어나 생명의 꽃들로, 식물로, 산수풍경으로 변형되고 반전(反轉)이라는 효과를 이끌어 내고자 한 것이다.
X선 사진은 버려진 상처의 흔적들을 되살리고 또 다른 유기적 형태로 살아나게 하는 고통과 상처를 치유와 회복으로 변환(變換)시키려는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각기 다른 병든 신체부위 X선 사진을 자르고 조합하여 동일하지 않은 요소들이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히, 기계적으로 반복(反覆), 집적(集積), 증식(增殖)으로 확산(擴散)시켜 연구자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작업방법으로 연결하고 있고 그것이 어떤 형식이나 표현양태를 취하든 간에 연구자에게는 일종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치유책(治癒策)이었다.
둘째, ‘이질적인 것들의 봉합(縫合)’이다.
‘스테플러(Stapler)’는 장자(莊子)의 제물(齊物)적 의미를 부여(附與)하며, 만물일체사상으로서 생명체와 무생명체의 통합된 실제적 체험과 교감을 작품화한 것이다. 여기서 스테이플은 또 다른 생명체를 발아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의 무생물로서, 꿰매기의 페미니즘 작가들과 달리 의미론적이나 조형적으로 차별화된 의미구조를 지니고 있다.
캔버스를 마치 부상당한 환자처럼 칭칭 감싸고 상처를 꿰매듯 수술 후 봉합하는 스킨스테이플을 사용하여 일회성이 아닌 하나하나 반복적으로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여 생명을 표현하였다. 자연 풍경으로 나타나는 스테이플은 단지 금속 재료가 아니라 X선 사진처럼 또 다른 생명체로 변환하는 동등한 위치의 무생물로서 연구자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붕대와 스테이플 작업을 통하여 봉합하고 회복하는 치유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예술의 치유적인 특성과 역할은 예술이 본래의 기원으로 돌아가 삶을 구원하는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환기(喚起)시키며, 예술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일깨우게 하려는 의도이다.
셋째, ‘자연회귀를 통한 치유’이다.
‘펜 드로잉’방식인데 연구자의 최종적인 결과물로써 수천 장의 펜 드로잉을 편집해 연구자의 중심주제가 되고 있는 동양 특유의 순환적 세계관과 범신론(汎神論)적 사유를 바탕으로 시간성을 통한 생명이미지를 에니메이션 영상물로 재현하였다. 순환 의미의 치유적인 성격을 다양한 해석과 전개과정을 거쳐 이제는 시간을 살게 하는 것은 자연이나, 자연은 시간을 죽임으로써 지속한다는 논리를 통해 치유의 궁극 목적을 실현하는 단계로 나타난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상징과 반전(反轉)의 숨은 의미로서 절망(切望)과 희망(希望), 신체(身體)와 영혼(靈魂), 자연(自然)과 인간(人間), 존재(存在)와 부재(不在), 부분(部分)과 전체(全體), 무생물(無生物)과 생물(生物), 삶(生)과 죽음(死) 등 이러한 대립관계(對立關係)적 치유의 개념 해석은 다양한 작업방식으로 인해 전혀 다른 듯 보이는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연구자가 작품에 사용하는 매체는 그동안 미술에서는 사용한 적이 없었던 스킨스테이플과 X선 사진으로 매체의 차별화를 부여(附與)하고자 하였다. 수술환자의 상처부위 봉합에 사용되는 스킨 스테플러(Skin Stapler)이나 압박붕대를 활용해 산수화를 표현하고 병원에서 폐기처분된 환자들의 손상된 뼈들이 찍힌 X선 사진을 편집해 생명력을 상징하는 자연, 식물, 화초, 나무, 꽃 등으로 치유를 통한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처럼 연구자는 종이와 붓, 먹과 같은 동양화의 전통적인 오브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현대적인 매체를 동양적 사유와 결합하여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술의 혼성과 융합, 조우(遭遇)적 방식을 통해 연구자의 치유적 관점의 표현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작품제작을 통해 연구자의 상처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주제의식과 조형적 표현방법의 분석(分析)과 규명(糾明)을 시도하였다. 이후 연구자의 작품에서 간과(看過)하였던 부분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활동이 지니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 본인 작품의 내면세계와 상징적 치유과정을 윤회(輪回)적 생명관 개념으로서 예술방법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즉 트라우마와 개인적 상흔(傷痕)에서 출발한 연구자 작품은 궁극적으로 소멸(消滅)과 생성(生成)을 반복하는 소우주(小宇宙)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면서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생물과 무생물, 부분과 전체 등의 간극의 사유방식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상처를 치유하고 순환적 생명관을 통한 위로와 환생(幻生), 사물의 동등한 가치를 주장하는 연구자의 기본 개념들을 예술로 표현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향후 현대 예술철학(藝術哲學)과 미술사(美術史)의 맥락에서 하나의 방안(方案)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본 논문의 의의(意義)가 있을 것이다.
목차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