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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르케임의 '직업집단론'이 지닌 코포라티즘적 함의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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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riss.kr/link?id=T1314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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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 초록 (Abstract) kakao i 다국어 번역

      본고는 뒤르케임(É. Durkheim)의 직업집단론을 코포라티즘적 함의를 중심으로 검토한 후, 그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다. 직업집단론은 『자살론』,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 『직업 윤리와 시민 도덕』에서 제시되는 사회개혁안으로서, 직업집단·동업조합을 중심으로 한 일국적 산업체계의 재편계획을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뒤르케임의 문제의식(경제적 탈규제·아노미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가장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또 그의 제안은 당대 유럽 대륙에서 유행한 코포라티즘에 정확히 해당하는 만큼, 본고는 그것을 코포라티즘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본고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사회과학에서 논쟁적인 개념인 코포라티즘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시도했다(1-2장). 초역사적 정의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대신, 개념사적 접근에 따라 그것이 역사적으로 가졌던 다양한 의미를 구분하자는 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이었다. 본고에서 논하는 코포라티즘은 “19세기 초에 태동, 1870-1940년 동안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유행한 경제·사회 사상”을 가리킨다. 그것은 유기체적 사회관에 근거하여 현대 사회의 조화와 통일을 꾀했고, 중세 길드 질서를 현대적 형태로 변형하고자 했다.
      본고는 뒤르케임 문헌 검토에 앞서, 그를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동시에 대표적인 코포라티스트로 만든 지적·사회적 배경을 분석했다(2장). 지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회학(생시몽·콩트·뒤르케임) 내의 다양한 親코포라티즘적 요소다. 그리고 사회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학과 코포라티즘을 배태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무질서적 조건으로서, 이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상대적 저발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둘째는 18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영국 헤게모니의 위기로서, 상술한 프랑스적 조건과 결합하여 제3공화국의 안정화를 저해했다.
      이어서 본고는 뒤르케임 저작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진행했다(3-5장). 3장은 뒤르케임의 1880년대 작업들을 검토하는데, 이것들은 초기부터 형성된 그의 ‘코포라티즘적 사회관’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직업집단’ 개념이 아직 출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유기체적 사회관, 도덕에 대한 문제의식, 공동체에 대한 강조,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 등, 사실상 모든 코포라티스트가 공유하는 요소들이 이미 발견된다. 이 점에서 이 시기는 미래의 직업집단론을 위한 중요한 준비기였다. 특히 이 시기의 뒤르케임은 생시몽·콩트의 유기체적 사회관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시하며, 또 그 과정에서 셰플레를 비롯한 독일의 유기체주의적 사상들에 크게 주목한다.
      4장은 1890년대 초 작업들, 특히 『사회분업론』을 검토한다. 뒤르케임은 이 시기 동안 사회 진화라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유기체적 사회관의 갱신(更新)을 시도한다. 게다가 그는 이 과정에서 ‘직업집단’에 최초로 주목한다. 그는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의 변화를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의 진화로 이해하는 가운데, 현대 사회의 유기적 연대와 개인의 자유를 양립시킬 제도로서 직업집단을 제시한다. 다만 『사회분업론』의 가장 큰 한계는, 어떤 조건에서 ‘비정상적’ 분업으로 일탈하는지 충분히 해명하지 않은 채 ‘진화적 낙관주의’에 막연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직업집단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반영됐는데, 『사회분업론』에서 그것은 사회 진화의 ‘자연적인’ 결과로 제시될 뿐이다. 요컨대 직업집단 개념은 있지만 사회개혁안으로서의 직업집단론은 아직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까지 그는 일체의 사회개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지혜로운 보수정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 시기는 직업집단론을 위한 중요한 맹아기였지만, 그럼에도 직업집단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려면 몇 년이 더 필요했다.
      5장은 1890년대 말-1900년대 초 작업들을 검토한다. 이제 그는 이전의 맹아적인 직업집단 개념을 구체적인 사회개혁안으로서의 직업집단론으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회분업론』 초판의 ‘진화론적 낙관주의’, ‘지혜로운 보수주의’에서 벗어나 더욱 개혁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자살론』에서 이기적·아노미적 자살과 같은 현대 유럽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서 직업집단·동업조합을 통한 사회구조의 개혁을 제안한다. 그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에서 더욱 명료화되는데, 특히 이 글은 동시대 코포라티즘의 중심 테마들을 집약하고 있어 코포라티즘의 ‘선언’이라 불릴 만하다. 다른 한편, 『직업 윤리와 시민 도덕』은 뒤르케임의 직업집단 체계에서 국가·개인·직업집단 3자가 갖는 관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여기서 국가·개인·직업집단은 어느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또 어느 하나도 타자를 억압하지 않고 진정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뒤르케임 문헌 분석을 마무리한 후, 본고는 그의 사회학·직업집단론이 갖는 의의와 한계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시도했다(6장). 우선, 그의 기획은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단 여기서의 ‘위기’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의미의 위기는 혁명 이후부터 19세기 내내 계속된 위기이자 상당부분 프랑스적 조건을 전제하는 위기였다. 반면 두 번째 의미의 위기는 1870년대 이후 전개되는 위기이자 명실상부한 세계사적 위기, 19세기 영국 헤게모니의 총체적 위기였다.
      그리고 본고는 이상의 위기에 대응하는 뒤르케임의 기획을 ‘종합’이라는 맥락에서 재평가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종합’의 사상가였다. 특히 그는 현대 사회의 위기를 ‘도덕적 위기’로 간주하고 해법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현대 정치의 3대 이념(자유주의·보수주의·사회주의)을 나름의 방식으로 화해시키고자 했다. 뒤르케임 정치사회학의 성격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도 결국 이와 같은 종합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고는 이러한 논쟁을 전향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뒤르케임의 종합 정신은 다른 면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그는 19세기 사회학의 양대 문제인 ‘질서’와 ‘진보’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자를 종합하고자 했다. 또 그는 사회의 ‘안정’과 ‘개혁’이라는 상충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양자 모두를 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업집단론은 그의 종합 정신이 가장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로 발현된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뒤르케임의 기획이 갖는 한계는 무엇일까? 본고는 우선 뒤르케임의 시도가 가질 수 있는 ‘원리적 한계’를 비판한다. 상술한 것처럼, 그의 사회학은 당대의 상쟁하는 이념, 가치들을 종합하고 화해시키고자 했다. 이는 분명 그의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시도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과욕(過慾)의 산물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질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 또 현대 정치의 3대 이념을 화해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당대의 모든 관념에 내포된 요소들 중, 긍정적인 것은 수용하고 반면에 부적합한 것은 버리거나 개조할 수 있다고 사실 너무 쉽게 가정했다. 그리하여 그는 당대의 유명한 관념들을 자신의 사회학적 개념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그것들의 본래 의미를 교묘하게 바꾸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구별되는 뒤르케임적 판본의 개인주의로서 ‘도덕적’ 개인주의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의미 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추가적인 쟁점들을 철저하게 규명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가 설정하는 ‘도덕적 개인’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적 개인에 해당하는지는 여러모로 논쟁적이다.)
      이어서 본고는 뒤르케임의 종합을 구현하는 제도적 기획으로서의 직업집단론이 갖는 ‘구체적 한계’를 비판한다(6장). 본고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직업집단과 국가의 견제·균형이 현실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질지는 사실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다. 둘째, 현대의 직업집단 또한 과거 길드가 야기했던 ‘동업조합적 이기주의’의 문제를 충분히 야기할 수 있지만, 뒤르케임은 이 점을 충분하게 규명하지 않았다. 셋째, 국가와 직업집단이 결탁할 경우 개인을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개인 자신이지만, 그의 ‘도덕적 개인’은 정치적 주체로서의 현대적 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
      뒤르케임은 드레퓌스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개인주의를 ‘당대의 거대한 질병’으로 비난한) 브륀티에르를 공식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적어도 자신의 선의(善意) 자체는 충분히 증명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제안이 현실 세계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객관적 가능성이다. 상술한 문제들은 그가 구상하는 질서가 현실에서 자신의 선의를 배반하고 오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뒤르케임의 구상에 대한 일부의 비판(라눌프, ‘파시즘의 이론적 선조’ 등)은 바로 이러한 위험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무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만 본고는 이러한 비판을 일면 그대로 수용하여 뒤르케임의 사상을 ‘原-파시즘’ 식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것이 갖는 선의와 한계를 공정하게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는 의미에서 그것이 갖는 ‘유토피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더 나은 삶을 희구하는 유토피아적 열정은 인간 사회의 개선을 위해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개선하려는 모든 의지의 현실적 타당성은 오직 역사 속에서, 그것도 사후적으로만 확인될 수 있다. 뒤르케임의 선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 내에 잠재(潛在)하는 미해결의 문제들은 그의 구상이 현실에 직접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경계하게 한다. 실제로 뒤르케임 사후 전간기의 권위주의·국가주의적 코포라티즘 체제는 그러한 위험이 현실에서 극적으로 확인된 계기였다.
      결과적으로, 뒤르케임의 기획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뒤르케임에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순수하게 부정적인 것밖에 없는가? 그의 코포라티즘은 유토파이적 속성으로 인해 현실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 없는 이념적 구성물, 미완의 기획에 불과한가? 본고는 아직 이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뒤르케임의 코포라티즘이 현실 세계에 적용된 희귀한 사례로서) 괴칼프(Z. Gökalp)와 터키 케말주의(Kemalism)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연구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컨대 뒤르케임을 20세기 후반 서유럽의 네오코포라티즘·복지국가와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자의적 시도보다는 훨씬 더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뒤르케임 사회학의 강점과 약점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괴칼프와 케말주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본고의 비판적 결론은 다소 유보적, 제한적인 방식으로 독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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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고는 뒤르케임(É. Durkheim)의 직업집단론을 코포라티즘적 함의를 중심으로 검토한 후, 그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다. 직업집단론은 『자살론』, 『사회분업론』의 「개...

      본고는 뒤르케임(É. Durkheim)의 직업집단론을 코포라티즘적 함의를 중심으로 검토한 후, 그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다. 직업집단론은 『자살론』,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 『직업 윤리와 시민 도덕』에서 제시되는 사회개혁안으로서, 직업집단·동업조합을 중심으로 한 일국적 산업체계의 재편계획을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뒤르케임의 문제의식(경제적 탈규제·아노미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가장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또 그의 제안은 당대 유럽 대륙에서 유행한 코포라티즘에 정확히 해당하는 만큼, 본고는 그것을 코포라티즘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본고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사회과학에서 논쟁적인 개념인 코포라티즘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시도했다(1-2장). 초역사적 정의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대신, 개념사적 접근에 따라 그것이 역사적으로 가졌던 다양한 의미를 구분하자는 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이었다. 본고에서 논하는 코포라티즘은 “19세기 초에 태동, 1870-1940년 동안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유행한 경제·사회 사상”을 가리킨다. 그것은 유기체적 사회관에 근거하여 현대 사회의 조화와 통일을 꾀했고, 중세 길드 질서를 현대적 형태로 변형하고자 했다.
      본고는 뒤르케임 문헌 검토에 앞서, 그를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동시에 대표적인 코포라티스트로 만든 지적·사회적 배경을 분석했다(2장). 지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회학(생시몽·콩트·뒤르케임) 내의 다양한 親코포라티즘적 요소다. 그리고 사회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학과 코포라티즘을 배태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무질서적 조건으로서, 이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상대적 저발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둘째는 18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영국 헤게모니의 위기로서, 상술한 프랑스적 조건과 결합하여 제3공화국의 안정화를 저해했다.
      이어서 본고는 뒤르케임 저작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진행했다(3-5장). 3장은 뒤르케임의 1880년대 작업들을 검토하는데, 이것들은 초기부터 형성된 그의 ‘코포라티즘적 사회관’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직업집단’ 개념이 아직 출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유기체적 사회관, 도덕에 대한 문제의식, 공동체에 대한 강조,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 등, 사실상 모든 코포라티스트가 공유하는 요소들이 이미 발견된다. 이 점에서 이 시기는 미래의 직업집단론을 위한 중요한 준비기였다. 특히 이 시기의 뒤르케임은 생시몽·콩트의 유기체적 사회관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시하며, 또 그 과정에서 셰플레를 비롯한 독일의 유기체주의적 사상들에 크게 주목한다.
      4장은 1890년대 초 작업들, 특히 『사회분업론』을 검토한다. 뒤르케임은 이 시기 동안 사회 진화라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유기체적 사회관의 갱신(更新)을 시도한다. 게다가 그는 이 과정에서 ‘직업집단’에 최초로 주목한다. 그는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의 변화를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의 진화로 이해하는 가운데, 현대 사회의 유기적 연대와 개인의 자유를 양립시킬 제도로서 직업집단을 제시한다. 다만 『사회분업론』의 가장 큰 한계는, 어떤 조건에서 ‘비정상적’ 분업으로 일탈하는지 충분히 해명하지 않은 채 ‘진화적 낙관주의’에 막연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직업집단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반영됐는데, 『사회분업론』에서 그것은 사회 진화의 ‘자연적인’ 결과로 제시될 뿐이다. 요컨대 직업집단 개념은 있지만 사회개혁안으로서의 직업집단론은 아직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까지 그는 일체의 사회개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지혜로운 보수정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 시기는 직업집단론을 위한 중요한 맹아기였지만, 그럼에도 직업집단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려면 몇 년이 더 필요했다.
      5장은 1890년대 말-1900년대 초 작업들을 검토한다. 이제 그는 이전의 맹아적인 직업집단 개념을 구체적인 사회개혁안으로서의 직업집단론으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회분업론』 초판의 ‘진화론적 낙관주의’, ‘지혜로운 보수주의’에서 벗어나 더욱 개혁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자살론』에서 이기적·아노미적 자살과 같은 현대 유럽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서 직업집단·동업조합을 통한 사회구조의 개혁을 제안한다. 그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에서 더욱 명료화되는데, 특히 이 글은 동시대 코포라티즘의 중심 테마들을 집약하고 있어 코포라티즘의 ‘선언’이라 불릴 만하다. 다른 한편, 『직업 윤리와 시민 도덕』은 뒤르케임의 직업집단 체계에서 국가·개인·직업집단 3자가 갖는 관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여기서 국가·개인·직업집단은 어느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또 어느 하나도 타자를 억압하지 않고 진정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뒤르케임 문헌 분석을 마무리한 후, 본고는 그의 사회학·직업집단론이 갖는 의의와 한계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시도했다(6장). 우선, 그의 기획은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단 여기서의 ‘위기’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의미의 위기는 혁명 이후부터 19세기 내내 계속된 위기이자 상당부분 프랑스적 조건을 전제하는 위기였다. 반면 두 번째 의미의 위기는 1870년대 이후 전개되는 위기이자 명실상부한 세계사적 위기, 19세기 영국 헤게모니의 총체적 위기였다.
      그리고 본고는 이상의 위기에 대응하는 뒤르케임의 기획을 ‘종합’이라는 맥락에서 재평가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종합’의 사상가였다. 특히 그는 현대 사회의 위기를 ‘도덕적 위기’로 간주하고 해법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현대 정치의 3대 이념(자유주의·보수주의·사회주의)을 나름의 방식으로 화해시키고자 했다. 뒤르케임 정치사회학의 성격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도 결국 이와 같은 종합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고는 이러한 논쟁을 전향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뒤르케임의 종합 정신은 다른 면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그는 19세기 사회학의 양대 문제인 ‘질서’와 ‘진보’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자를 종합하고자 했다. 또 그는 사회의 ‘안정’과 ‘개혁’이라는 상충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양자 모두를 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업집단론은 그의 종합 정신이 가장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로 발현된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뒤르케임의 기획이 갖는 한계는 무엇일까? 본고는 우선 뒤르케임의 시도가 가질 수 있는 ‘원리적 한계’를 비판한다. 상술한 것처럼, 그의 사회학은 당대의 상쟁하는 이념, 가치들을 종합하고 화해시키고자 했다. 이는 분명 그의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시도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과욕(過慾)의 산물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질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 또 현대 정치의 3대 이념을 화해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당대의 모든 관념에 내포된 요소들 중, 긍정적인 것은 수용하고 반면에 부적합한 것은 버리거나 개조할 수 있다고 사실 너무 쉽게 가정했다. 그리하여 그는 당대의 유명한 관념들을 자신의 사회학적 개념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그것들의 본래 의미를 교묘하게 바꾸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구별되는 뒤르케임적 판본의 개인주의로서 ‘도덕적’ 개인주의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의미 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추가적인 쟁점들을 철저하게 규명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가 설정하는 ‘도덕적 개인’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적 개인에 해당하는지는 여러모로 논쟁적이다.)
      이어서 본고는 뒤르케임의 종합을 구현하는 제도적 기획으로서의 직업집단론이 갖는 ‘구체적 한계’를 비판한다(6장). 본고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직업집단과 국가의 견제·균형이 현실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질지는 사실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다. 둘째, 현대의 직업집단 또한 과거 길드가 야기했던 ‘동업조합적 이기주의’의 문제를 충분히 야기할 수 있지만, 뒤르케임은 이 점을 충분하게 규명하지 않았다. 셋째, 국가와 직업집단이 결탁할 경우 개인을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개인 자신이지만, 그의 ‘도덕적 개인’은 정치적 주체로서의 현대적 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
      뒤르케임은 드레퓌스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개인주의를 ‘당대의 거대한 질병’으로 비난한) 브륀티에르를 공식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적어도 자신의 선의(善意) 자체는 충분히 증명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제안이 현실 세계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객관적 가능성이다. 상술한 문제들은 그가 구상하는 질서가 현실에서 자신의 선의를 배반하고 오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뒤르케임의 구상에 대한 일부의 비판(라눌프, ‘파시즘의 이론적 선조’ 등)은 바로 이러한 위험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무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만 본고는 이러한 비판을 일면 그대로 수용하여 뒤르케임의 사상을 ‘原-파시즘’ 식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것이 갖는 선의와 한계를 공정하게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는 의미에서 그것이 갖는 ‘유토피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더 나은 삶을 희구하는 유토피아적 열정은 인간 사회의 개선을 위해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개선하려는 모든 의지의 현실적 타당성은 오직 역사 속에서, 그것도 사후적으로만 확인될 수 있다. 뒤르케임의 선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 내에 잠재(潛在)하는 미해결의 문제들은 그의 구상이 현실에 직접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경계하게 한다. 실제로 뒤르케임 사후 전간기의 권위주의·국가주의적 코포라티즘 체제는 그러한 위험이 현실에서 극적으로 확인된 계기였다.
      결과적으로, 뒤르케임의 기획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뒤르케임에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순수하게 부정적인 것밖에 없는가? 그의 코포라티즘은 유토파이적 속성으로 인해 현실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 없는 이념적 구성물, 미완의 기획에 불과한가? 본고는 아직 이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뒤르케임의 코포라티즘이 현실 세계에 적용된 희귀한 사례로서) 괴칼프(Z. Gökalp)와 터키 케말주의(Kemalism)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연구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컨대 뒤르케임을 20세기 후반 서유럽의 네오코포라티즘·복지국가와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자의적 시도보다는 훨씬 더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뒤르케임 사회학의 강점과 약점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괴칼프와 케말주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본고의 비판적 결론은 다소 유보적, 제한적인 방식으로 독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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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Table of Contents)

      • Ⅰ. 서론 1
      • 1. 문제 제기 1
      • 2. 선행연구 검토 4
      • 1) 코포라티즘 4
      • 2) 뒤르케임의 직업집단론·코포라티즘 4
      • Ⅰ. 서론 1
      • 1. 문제 제기 1
      • 2. 선행연구 검토 4
      • 1) 코포라티즘 4
      • 2) 뒤르케임의 직업집단론·코포라티즘 4
      • 3. 이론적 자원과 분석 방법 5
      • 1) 코포라티즘 개념에 대한 본고의 이해 5
      • 2) 코포라티즘 번역의 문제 8
      • 3) 뒤르케임 문헌에 대한 본고의 분석 방법 9
      • 4) 본고의 연구에서 제외된 뒤르케임 이론 11
      • 5) 본고에서 이해하는 ‘현대’의 의미 13
      • 4. 논문의 구성 15
      • Ⅱ. 직업집단론의 ‘배경’: 코포라티즘과 프랑스 사회학 17
      • 1. 유럽 대륙의 코포라티즘 사상 17
      • 2.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의 ‘코포라티즘적 정신’ 23
      • 3.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조건과 ‘질서’의 문제 27
      • 4. 스펜서의 ‘非코포라티즘적’ 사회학 33
      • 5. 제3공화정의 ‘아노미’와 뒤르케임의 임무 34
      • 6. 소결 42
      • Ⅲ. 직업집단론의 ‘준비’: 1880년대의 작업들 45
      • 1. ‘코포라티즘적 사회관’의 형성 45
      • 2. 콩트적인 ‘유기체적 사회관’의 계승 47
      • 3. ‘사회동학’의 거부와 ‘사회정학’의 계승 50
      • 4. 독일의 ‘도덕과학’ 52
      • 5. 알베르트 셰플레 56
      • 6. 소결 60
      • Ⅳ. 직업집단론의 ‘맹아’: 1890년대 초의 작업들 61
      • 1. 유기체적 사회관의 ‘갱신’ 62
      • 2. 전통적 대가족을 대체하는 ‘직업집단’ 64
      • 3. 사회 유기체의 ‘진화’: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66
      • 4. ‘사회동학’의 부활? 70
      • 5. ‘비정상적’ 분업과 미해결의 문제 73
      • 6. 사회개혁에 대한 회의적 입장 75
      • 7. 소결 77
      • Ⅴ. 직업집단론의 ‘선언’ : 189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의 작업들 81
      • 1. 사회개혁에 대한 입장의 변화 82
      • 2. 『자살론』 84
      • 3.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 89
      • 4. 국가·개인·직업집단 92
      • 5. 소결 95
      • Ⅵ. 직업집단론의 ‘의의’와 ‘한계’: 비판적 평가 97
      • 1. ‘위기’의 두 가지 의미 97
      • 2. ‘종합’의 사상가, 뒤르케임 101
      • 3. 뒤르케임의 종합이 내포하는 ‘원리적 한계’ 105
      • 4. 직업집단론이 내포하는 ‘구체적 한계’ 108
      • 5. ‘벨 에포크’, 그리고 세계전쟁 115
      • 6. 뒤르케임 이후: 전간기의 코포라티즘 118
      • 7. 뒤르케임과 ‘네오코포라티즘’을 연결시키는 해석의 문제점 123
      • 8. 소결 128
      • Ⅶ. 결론 131
      • 1. 연구 요약 131
      • 2. 본고의 함의, 그리고 향후 연구과제로서 터키 ‘케말주의’ 135
      • 참고문헌 141
      • <Abstract>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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