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이광수와 김동인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문학에 있어 역사소설의 위상을 밝히면서, 두 작가의 역사소설이 가진 특이성을 그들의 작가적 특성과 함께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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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인하대학교 대학원, 2013
2013
한국어
811.309 판사항(21)
인천
A Study of the Historical Novel of Lee Kwang-su and Kim Dong-In
vii, 154p ; 26cm
지도교수:김만수
인하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참고문헌 : p.1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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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이광수와 김동인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문학에 있어 역사소설의 위상을 밝히면서, 두 작가의 역사소설이 가진 특이성을 그들의 작가적 특성과 함께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들 두 작가는 한국 근대 초기문학을 정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작가이며 동시에 역사소설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간의 여러 평에서, 한국의 역사소설은 왕조 중심이거나 영웅 중심으로 씌어졌으며 그에 따라 봉건적인 요소와 대중 유희적인 요소가 지배적이라고 평가되어왔다. 이는 매우 기이한 일이다. 역사소설의 창작자에는 그 이전까지 근대문학 창작의 선두에 서서 문학의 서구적인 양식을 도입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이 논문은 두 작가의 초기문학에 나타난 근대적 행보와 역사소설 창작을 상호 대조하여 한국문학사에 있어 역사소설이 가진 발생론적 위상과 두 작가의 역사소설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이광수와 김동인은 작가 활동을 시작함에 있어서 전자는 계몽성, 후자는 예술성을 그 목표로 했다. 1910년대 이광수는 진정 어린 감정을 표현할 수 없게 만드는 과거 습속에 대한 불만을 주로 토로했으며 민족주의를 역설했다. 1917년의 「어린 벗에게」와 『무정』은 혼인 문제에 있어 부모에게 순종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사랑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러한 태도를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진정한 사랑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면서 결말을 맺지 않는다. 「어린 벗에게」는 자신의 열정적인 사랑만으로 여성을 소백산맥으로 끌고가는 기혼남의 종작없는 독백으로, 『무정』의 삼각관계는 가련한 민족에 대한 애정어린 단합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무정』에서 우리는 주관적 열정의 곤경을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봉합하고 마는 이광수 문학이 내포한 근대성의 한계를 체감할 수 있다.
김동인은 예술성과 소설작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광수의 감정해방론이 기존의 도덕이라는 객관에 부딪치는 주관으로 나타났다가 이데올로기라는 공동의 틀을 (재)수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김동인은 이광수의 한계를 명료히 지적하고 예술적 주관 속에서 도덕을 괄호 치는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했다고 자인했다. 작중 인물들을 동정하거나 교훈을 주려는 결말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동인은 형식적 틀을 완비하는 데 주력했다. 「배따라기」에서부터 시작된 액자소설 방식과 간결한 문체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로 인해 「배따라기」는 주인공 중심의 소설이 아니라 인물 상호간의 관계 중심의 소설이 되었다. 작품 속의 용어를 인용하자면 “운명”의 소설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운명”은 교훈으로 나타나지 않고 미적 정조(情調)로 나타나 의미-결여형 서사의 틀을 만들었다. 김동인 문학은 도덕성을 억압함으로써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광수의 역사소설은 1923년의 「가실」에서 시작한다. 그에 이어 발표한 「거룩한 죽음」, 『허생전』, 『춘향』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역사소설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가실」과 「거룩한 죽음」이 단편이라는 것과 『허생전』과 『춘향』은 고전문학의 다시쓰기 버전일 뿐이라는 것이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역사를 단지 배경으로써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과 당대인들이 느끼는 민족적 울분을 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소설은 대한제국의 멸망과 고종의 죽음, 그리고 고종의 인산일을 기점으로 해 3·1운동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역사경험 속에서 태어난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가실」과 『허생전』은 이광수의 역사소설을 다룰 때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작품인데, 그 이유는 도덕성을 체현한 인물인 가실과 초월적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인 허생의 이상적인 인물상이 이후 역사소설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역사소설”이라는 표제를 달고 나온 『마의태자』에서 『단종애사』, 『이순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의 주요 인물들은 허생의 뒤를 이은 이상적 인물들이지만, 허생보다는 훨씬 역사적 경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와 다르다. 이들은 각각 신라 멸망기, 국왕 또는 국가의 위난에 당하여 도피하거나 죽는 등 험난한 생애를 산다. 그러나 김충, 단종이 상대적으로 연약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면 이순신은 왕에 대한 충성심이 굳건한 인물로 나타난다. 어떠한 비난이나 오해에도 격동하지 않고 왕의 명령을 침착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순신에서 나타난 역사-초월적 개인은 『이차돈의 사』와 『세조대왕』에서 불교 신자로 나타난다. 이차돈과 세조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죄의식에 시달리는 인물들인데, 불교가 그들의 불안한 심리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조대왕』은 기존의 인물들과는 달리 왕좌를 차지한 이상적 인물로, 권력의 최정점에서 신하들에게 불교를 믿도록 강요하는 공격성을 내보인다. 라캉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이는 이상적-자아가 우월한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김동인의 첫 역사소설은 1930년의 『젊은 그들』이다. 이 소설에서 김동인은 임오군란 직전의 시기를 배경으로 실권한 대원군을 위해 암약하는 비밀단체를 그려 흥미성을 중시함을 보여주었다. 그런에 이 작품에서 흥미성을 강화하는 또 다른 요소는 상대방의 비밀이나 진심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이다. 이러한 상호주관성은 『운현궁의 봄』에서 앞으로 빌 왕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세 세력의 계산으로 바뀐다. 자신에게 유리한 왕의 세우려는 두 세력 앞에서 두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암투를 계산하여 행동하는 인물인 이하응은 상호주관적 관계를 제3의 지점에서 볼 수 있는 자아이상이 발달한 인물이다. 두 작품 모두에서 대원군은 서원이나 외척, 당파의 왜곡된 역사에 대항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 인물로 나온다. 다만 민중적 세계와 활발한 교감 없이 고립되어 암약하는 인물이라는 한계를 보인다. 객관적 도덕에 대해 상대적 주관성이 우월한 김동인의 작품은 이어 『제성대』와 『대수양』에서 신라 적통성과 장자 적통성에서 벗어나 고구려 적통성과 능력 있는 차자 적통성을 다룬다.
일제강점기 이광수의 마지막 작품인 『원효대사』에서 외부에서 인물을 강제하거나 괴롭히는 역사의 힘은 현저히 약해진다. 그러므로 원효에게 중요한 적은 내적 갈등과 구원인데, 그런 원효에게 최종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상징적인 여성, 요석공주와 아사가이다. 이 둘은 단적으로 말해서 『무정』의 두 여성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요석공주는 풍요로운 미래를, 아사가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술적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원효는 외부의 불법에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의 진리를 체득함으로써 두 여성이 발휘하는 매력에 저항하는데, 지속적인 실패를 겪다가 마침내는 역사도 현실도 아닌 설화적 세계에 안착한다. 김동인의 『백마강』은 이전의 김동인 작품과 완연히 다른 특성을 여럿 보인다. 그동안의 작품에 나타나던 역사적 사실의 참고도 현저히 줄어들고 가족적 협력관계가 조화롭게 나타난다. 이 가족의 균형을 깨는 것은 여성-어머니의 상실이다. 의자왕, 종실복신, 종실집기에게 이 상실은 각각 광기, 출가, 구출하기 위한 위장 등의 행위를 촉구한다. 이 중 종실복신의 가출은 백제의 멸망으로 이어진다. 아버지의 부재가 국가의 멸망으로, 그의 귀환이 질서의 재수립 가능성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신화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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