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응 방안으로 촉발된 정책수혜자 관점의 일·가정 양립 연구에서 벗어나 맞벌이 부부를 능동적 주체자로 상정하여 내부자적 입장에서 일·가정 양립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
저출산 대응 방안으로 촉발된 정책수혜자 관점의 일·가정 양립 연구에서 벗어나 맞벌이 부부를 능동적 주체자로 상정하여 내부자적 입장에서 일·가정 양립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일·가정 양립 연구는 여성에게 주목하였으며, 남성에게는 가정생활의 참여 당위성을 강조하는 도구적 역할 관점으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을 질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내부자적 관점에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그들이 처한 개인적·사회적·문화적 상황은 어떠하며, 이러한 복합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남성들 내부의 경험적 차이에 주목하여 보다 깊이 있게 그들의 경험을 탐구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질적 연구의 근거이론을 사용하였으며, 6개월에 걸쳐서 12명의 육아기 맞벌이 남성들을 두 차례씩 심층 면접하였다. 분석 과정은 일·가정 양립의 경험을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밝히기 위해서 근거이론의 개방코딩과 축코딩을 통해서 일·가정 양립 경험의 모형을 산출하였고, 선택코딩과 매트릭스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일·가정 양립 경험을 유형화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을 근거이론 모형을 적용하여 규명하였다. 육아기 맞벌이 남성이 경험하는 중심현상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며, 그 원인(인과적 조건)은 두 영역의 양립을 위한 절대적 시간의 부족과 일·가정양립을 위한 직장 기반의 부족, 그리고 현대 사회에 적합한 남편 상에 대한 학습의 부족으로 나타났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잔존과 사회 변화에 따른 남편 역할의 변화는 일·가정 양립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작용하였다(맥락적 조건). 육아기 맞벌이 남성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친인척 활용, 보육시설 이용, 직장에서 근무조건 조율, 일·가정양립제도의 활용, 가정에서 출산 조절 전략을 사용했다. 일터의 특성과 양육지원체계의 특성, 아내의 성향에 따라 양립의 어려움 정도와 대응 전략은 상이했으며, 이는 현상과 전략을 상이하게 만드는 중재적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의 결과로서 그들은 원만한 가족관계 유지를 위해서 노력했으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 지원의 요구했다.
둘째,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의 핵심범주는 ‘일·가정 양립의 균형 모색’으로 규명했으며, 이는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로 달성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일·가정 양립의 모색 방식은 주체형, 순종형, 의존형, 회피형 4가지 유형으로 드러났다.
주체형은 아내의 성향이 진취적이며, 아내의 사회생활을 존중한다. 주체형은 자신의 근무조건 조율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균형 있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 노력함으로써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을 위한 여가 시간이 부족한 한계를 가진다.
순종형은 비교적 유연한 일터에서 근무하고, 직장 제도가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어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한다. 그러나 이들은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내면화하기 보다는 아내의 조정과 통제에 의해서 일·가정 양립 생활이 이뤄진다.
의존형은 직장과 가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이 유리한 환경에 있다. 이 유형은 가정의 역할과 책임을 자신이 분담하기보다 친족의 의존을 통해서 해결한다. 그래서 실업, 친인척의 사망 등 환경의 변화에 의해 자신의 역할 부담이 증가할 경우에 일·가정 양립의 균형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회피형은 생계부양자로서의 책임 의식이 강하여 직장생활에 몰두하고 장시간 근로를 한다. 이들은 가정의 역할 분담에 대한 아내의 불만족을 의식하지만, 아내의 높은 표준에 대한 불만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회피형은 부부간 역할 기대가 상이하며 균형 있는 일·가정 양립에 대해 가장 낮은 만족감을 보인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과 논의를 할 수 있다.
첫째,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을 모형으로 규명함으로써 여성의 일·가정 양립 경험과의 차이를 밝혔다. 여성의 양립이 두 영역에서 오는 역할 과중이 문제 지목되었다면, 남성은 가정생활에서 주도적 참여가 어려운 점이 문제상황으로 발견되었다.
둘째, 남성의 균형 있는 일·가정 양립의 의미는 ‘화목한 가정생활의 영위’이다. 두 영역을 양립하지만 균형의 의미는 가정생활영역에 귀속되어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 개인의 문제 해결을 통한 만족으로 균형이 연구되었다면, 본 연구 결과 개인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가정과 직장의 인적·물적 자원의 전략적 활용을 통하여 문제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균형의 의미로 밝혀졌다.
셋째, 육아기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 경험에 대한 한국 남성의 특수성을 발견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인정하지만, 남성의 생계부양의 전적인 책임을 고수하는 독특한 ‘지연된’ 인식이 양립의 장애로 작용하며, 한국 남성은 유형별로 다층적 젠더의식의 변화 양상을 보였다.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남성들이 가정에서 주체적 참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정생활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족이 함께 하는 문화생활체험, 가족휴가 등의 프로그램 확대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남성들의 친밀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장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현대 사회에 적합한 남편 상에 대한 학습 부족의 원인을 제거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작용하여 양립의 어려움을 증가시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남편 역할에 대한 적응을 위해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생활 교육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셋째,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직장기반을 구축하고, 제도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여성을 위한 제도가 아닌 일·가정 양립을 위한 모든 근로자가 혜택 받는 제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육아기 맞벌이 남성의 만족스러운 삶의 균형을 위해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자신을 위한 영역과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회가 돌봄을 분담하여, 육아기 맞벌이 가정의 위험상황을 줄이고, 가정생활의 부담을 줄일 때 그들의 건강한 가정생활 영위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