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원자력발전 이슈는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1990년대 이후 줄곧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전문가의 확률에 근거한 위험통제 확신은 원자력위험을 관념 ...

http://chineseinput.net/에서 pinyin(병음)방식으로 중국어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변환된 중국어를 복사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원자력발전 이슈는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1990년대 이후 줄곧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전문가의 확률에 근거한 위험통제 확신은 원자력위험을 관념 ...
대한민국에서 원자력발전 이슈는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1990년대 이후 줄곧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전문가의 확률에 근거한 위험통제 확신은 원자력위험을 관념 속에 존재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규정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였다. 기후변화가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가 되면서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서 소위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듯 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에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원전 사고는 ‘발생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또한 원자력발전을 에너지믹스의 중요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신규 원전건설 뿐 아니라 운영 중인 원전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당사자인 일본은 물론, 58개의 원전으로 전체 전력의 80%를 충당하고 있는 프랑스도 원전 중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믹스 자체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기업들이 원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믹스가 변화할 것을 예고한다. 특히, 독일은 2020년까지 원전의 전면 폐기를 선언했으며, 스위스는 원전 포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원전도입을 계획했던 태국과 필리핀은 이를 유보하고 다시 검토 중이다. 많은 나라들의 이러한 고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타난 원자력에 대한 인식변화에 기초한다. 여기서 대한민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은 기후변화 완화, 국가경쟁력 강화,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이라는 세 축의 균형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믹스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믹스는 위험을 내재한 원자력발전의 비중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에너지믹스의 이해관계자가 어떠한 원자력스키마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향후 논의 즉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명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첫째, 에너지 문제는 국가 차원의 이슈일 뿐 아니라 개인 일상의 이슈이다. 둘째, 에너지믹스를 결정하는데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은 공적 발언권을 갖는다. 셋째,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 비중의 문제는 에너지믹스의 핵심 사안이다. 넷째, 개인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은 에너지믹스 결정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다섯째, 원자력발전은 위험을 본질로 하고 있다. 여섯째, 원자력발전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은 원자력위험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곱째, 원자력을 바라보는 해석의 틀 즉, 원자력스키마와 커뮤니케이션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연구는 원전 비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이해관계자인 에너지생산자, 에너지소비자,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의 원자력스키마 유형을 발견하고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믹스 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갈등의 핵심인 원자력위험을 사회의 공진화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한다. 이들의 원자력스키마를 이해하는 것은 최선의 에너지믹스를 구성하고 또 이를 실천하는데 현실적 지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문제로서 원자력위험을 규정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을 위한 실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원자력 이슈는 기술공학적 논의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이로부터 파생된 이슈는 가치판단적 특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 즉, 판단 주체의 주관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주관성을 과학적, 통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Q방법론이다. Q문항을 설정하기 위하여 원자력 이슈와 관련한 신문과 방송 보도 분석,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와의 심층인터뷰, 각종 문헌조사와 경험을 통하여 200여개의 Q모집단을 우선 추출하였다. 이를 기초자료로 하여 원자력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어디서 발화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자력발전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혹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원자력발전 자체에 대한 인식보다는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영향에 대한 시각 차이가 갈등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Q문항 설계를 위한 기준으로서 원자력발전의 내재적 특성과 외생변수를 선정하였다. 원자력발전의 내재적 특성이란 원전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원전의 역할, 원전의 위상, 원전의 가치, 원전의 과제, 원전의 감성으로 구분하여 문항을 구성하였다. 원자력발전의 외생변수란 원전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영향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위험통제, 위험인식, 개인부담의 감수, 연구개발의 우선순위, 사업의 우선순위, 안전성 확보 기여도, 시설 유치 요청의 정당성, 논의의 범주, 정책결정의 주체 등에 대한 문항을 구성하였다. 특히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이슈화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중심으로 각각의 문항을 구성하였다. 이 연구는 P 표본(P sample)을 에너지믹스 이해관계자인 에너지생산자, 에너지소비자,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로 구분하고 있다. 에너지생산자란 현재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업계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발전사 중 에너지믹스 논의의 핵심인 원자력발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에너지소비자는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에너지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여기서는 에너지다소비산업계와 일반시민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에너지다소비산업계란 이익 창출을 위해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고, 에너지믹스에 따라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산업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관련 산업체 담당자가 이에 해당한다. 일반시민은 에너지를 일상 속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개인을 말한다.
에너지 생산·소비조정자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현황을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에너지믹스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전문가를 말한다. 여기서는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믹스에 관한 논의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다. P 표본은 에너지생산자 47인,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 23인,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 52인,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 14인을 선정하였다. 여기서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와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는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 전수를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스키마, 원자력스키마, 위험, 위험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조작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스키마란 경험, 정보, 지식 그리고 자기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화된 해석의 틀을 의미한다. 원자력스키마란 원자력 이슈에 관한 경험, 정보, 지식 그리고 자기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구조화된 해석의 틀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즉, 원자력스키마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며, 원자력 이슈에 대한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창출함으로써 판단하고 결정한다. 원자력스키마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요인들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위험은 사회적 맥락에서 인식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사회적 부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위험커뮤니케이션이란 위험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마련된 논의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논의 주체 간의 정보, 지식, 의견의 공유 과정을 말한다.
한편, 에너지믹스는 자연친화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바탕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전원(電源)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믹스는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의 산물로서 의미가 있다. 에너지믹스의 이해관계자는 에너지생산자, 에너지소비자 그리고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로 구분할 수 있다. 에너지생산자란 실제로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대한민국 전력 생산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발전 즉 원자력산업계를 에너지생산자의 대표로 선정하였다. 구체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주) 근무자가 이에 해당한다. 에너지소비자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생산된 에너지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에너지다소비산업계와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반시민이 각각에 해당한다. 에너지다소비산업계로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산업체 근무자를 선정하였다.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는 에너지믹스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전문가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대한민국 에너지믹스에 관한 정부 차원의 논의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를 선정하였다.
이해관계자별로 원자력스키마를 분석한 결과, 에너지생산자는 세 가지 유형, 에너지소비자 중 에너지다소비산업계 세 가지 유형, 에너지소비자 중 일반시민의 경우는 다섯 가지 유형의,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는 두 가지 유형의 원자력스키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13개의 원자력스키마 중 12개의 원자력스키마가 관심을 보인 범주는 위험인식 영역이다. 이는 위험을 이성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지, 감성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지가 원자력 이슈를 해석하는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11개의 원자력스키마가 주목하고 있는 범주는 원전의 감성, 위험통제, 개인부담 감수, 기술개발 우선순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전과 어떠한 단어를 연결하여 생각하는지,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지, 정책결정에 따라 개인부담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 어떠한 기술개발을 우선해야 하는지 등이 원자력 이슈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생산자의 원자력스키마 유형은 각각 성장동력 지향형, 사용후핵연료 관심형, 위험통제 확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전의 역할, 위험인식, 안전확보 기여도, 정책결정 주체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 유형 모두 에너지공급을 원전의 중요한 역할로 전제하고 있다.
에너지생산자의 원자력스키마는 원자력 이슈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각기 다른 위험인식의 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동력 지향형과 사용후핵연료 관심형 원자력스키마는 감성적인 차원에서 위험을 규정하지만, 위험통제 확신형 원자력스키마의 경우는 위험을 이성적 차원에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통제에 관해서는 성장동력 지향형 원자력스키마를 제외 한 두 유형 모두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논이해관계자의 모든 원자력스키마 유형이 개인부담 감수에 대해 관심을 보인데 반해 에너지생산자의 경우는 성장동력 지향형 원자력스키마 유형에서만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생산자의 원자력스키마는 공통적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기술개발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등의 시설 유치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이 정책결정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는 세 가지 유형의 원자력스키마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중시형, 정부권위 인정형, 위험통제 우려형 원자력스키마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각각 원자력 이슈를 안보적 관점, 경제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중시형과 정부권위 인정형 원자력스키마는 이성적인 차원에서, 위험통제 우려형 원자력스키마는 감성적인 차원에서 위험은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관심 영역에 있어서도 위험통제 우려형 원자력스키마가 다른 두 유형의 원자력스키마와 차별화되는데, 위험통제와 수명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시설 유치 요구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하고 또한 정책결정 주체로서의 정부도 인정하고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은 다섯 가지 유형의 원자력스키마로 구분할 수 있다.
원전과제 체감형, 시민역할 중시형, 포괄적 관심형, 사회적 인식형, 체감위험 인정형 원자력스키마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각각 원자력 이슈를 안전,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위험인식과 위험통제 측면에서도 다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적으로 원자력발전과 밀실행정, 위험을 연관지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정부의 시설유치 요구에 대해서는 부당성을 강조하며, 정책결정 주체로서의 정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의 원자력스키마는 유형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는 에너지공급 중시형과 위험통제 불신형 원자력스키마로 구분할 수 있다. 에너지공급 중시형 원자력스키마는 원자력 이슈를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는데 반해 위험통제 불신형 원자력스키마는 안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자의 경우는 개인 부담감수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후자는 긍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공급 중시형 원자력스키마는 정부의 시설 유치 요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지만 위험통제 불신형 원자력스키마는 부당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유형의 원자력스키마 모두 위험을 감성적인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으며, 밀실행정, 위험 등의 단어와 원자력발전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두 유형 모두 안전관리 기술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원전의 가치를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술개발을 통한 위험통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원전 확대 측면에서 각각의 원자력스키마의 경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너지생산자의 원자력스키마인 성장동력 지향형, 사용후핵연료 관심형, 위험통제 확신 기술개발 중시형과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의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중시형, 정부권위 인정형 원자력스키마,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의 체감위험 인정형 스키마,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의 에너지공급 중시-원전 필요성 인정형 원자력스키마는 원전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의 위험통제 우려형 원자력스키마와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의 원전과제 체감형, 사회적 인식형 원자력스키마,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의 위험통제 불신형 원자력스키마는 원전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의 시민역할 중시형과 포괄적 관심형 원자력스키마는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체 13개 유형의 원자력스키마 중 7개 유형의 원자력스키마가 원전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의 경우가 원전 확대에 대해 부정적 경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에너지믹스 논의의 핵심이 원전 비중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일반시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에너지믹스 논의를 진행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과 방식 역시 다른 이해관계자와는 차별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에서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은 에너지믹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욱 강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문제가 더 이상 정부 차원의 논의에 갇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일상 속에서 부딪치며 형태를 다시 잡고 내용을 채워가야 하는 우리들의 문제이다. 따라서 에너지생산자, 에너지소비자,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가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공적 발언권을 갖는 것은 마땅하다.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사회문화적 수용성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자 결과이다. 사회문화적 수용성은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공유하고 우리의 현재를 공감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수용성을 사회적 합의와 동일시해서도 안 되며, 포퓰리즘과 혼동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아닌 우리 편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이끌어낸 지지를 사회문화적 수용성으로 간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화적 수용성에 대한 착각이며 왜곡이다.
사회문화적 수용성은 특정 정책과 상황에 대해 이견이 있거나 이해관계 혹은 정서적으로 불편함이 있더라도 과정의 정당성과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공감하고 편익과 부담을 공유하면서 만들어가는 낯익음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믹스 논의와 사회문화적 수용성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면서 원자력스키마에 대해 고민한 것은 에너지믹스 중심에 있는 원자력 이슈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가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에너지믹스 이해관계자들은 원자력발전을 위험이라는 큰 틀 속에서 재구성하고 있으며, 에너지공급 차원에서 그 역할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위험에 대해서는 이성 차원뿐 아니라 감성의 차원에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믹스 이해관계자별로 원자력스키마가 유사한 경향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는 에너지생산과 소비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조정이라는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감당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원자력스키마를 유형화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에너지믹스 논의 과정에서 표출되는 갈등의 성격이 매우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단순한 정보오류나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은 해명과 제3자 개입 혹은 정책대화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치의 문제가 개입된 갈등은 조정이 매우 어렵다. 여기서 기술공학적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사회문화적 수용성의 구성요소가 정보에 근거한 사실 이해, 지식에 기반한 맥락 이해, 정서에 바탕한 가치판단, 감성에 따르는 가치판단, 이해관계에 의한 가치판단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갈등을 풀어가고 사회문화적 수용성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수단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원자력 이슈를 둘러싼 위험과 갈등을 사회의 공진화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위험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이 위험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자 목적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논의의 장, 소위 공론장이 필요하다. 공론장에서는 원자력 이슈에 대한 정보, 지식, 의견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공론장에서 위험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된 공적 의견은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이 위험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적 영향력이란 시민의 투표 행위나, 의회, 정부, 사법부의 의지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연구결과, 에너지믹스 이해관계자 대부분의 원자력스키마 유형에서 위험과 함께 밀실행정에 대해 주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수단과 목적으로서, 위험 수위를 낮추고 갈등을 사회의 공진화 동력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공론장에서 준수해야 할 다음과 같은 원칙(t+++ rules)이 필요하다. 첫째, 사실중심(truth)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과거 여러 경험을 통해 원전 관련 논의 속에서 사실보다는 사실화된 정보가 쉽게 유통되고 이것이 발화점이 되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실화된 정보는 에너지생산자에 의해 명확한 설명 없이 제시된 자료나 공식적, 비공식적 발표에 의해 생산되기도 하며, 에너지소비자들에 의해 생산되어 확산되기도 한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로 가공되어 확산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사실에 근거한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때 사실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둘째, 상호존중(trust)의 커뮤니케이션 즉, 논의주체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형식을 갖추기 위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논의주체들로 하여금 이야기하도록 하지만 듣지 않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은 논의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열린마음(tolerance)의 커뮤니케이션 즉, 다른 논의주체의 의견에 대해 수용할 마음과 자기 의견에 대해 수정할 마음을 지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원자력스키마에 따라 원자력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다른 의견에 대한 수용과 자기 의견에 대한 수정의 가능성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전 비중 문제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믹스 논의는 논의의 장 즉 공론장에서 각각의 논의주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채워져야 한다. 이 때 커뮤니케이션을 위험커뮤니케이션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공적 의견에 대해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다시 위험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위험문제의 해결이 위험을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올바른 위험관리와 통제를 통해 위험의 수위를 최저 수준으로 낮춘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장에서 위험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에너지믹스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최종결정은 정책결정자 즉 정부의 몫이다. 현재의 결정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미래 영향력이 다시 현재를 제한한다는 것을 숙지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논의의 장을 구축하고 원칙에 근거하여 운영하는 일이다.
논의의 장 즉 공론장에서는 에너지생산자, 에너지소비자,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의 공통 관심 영역인 ‘위험’에 대해 우선적으로 다루어야할 것이다. 이는 원자력 이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자체에 대한 것뿐 아니라 이에 대한 통제에 대한 것을 포함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논의 대상은 선택으로 인한 개인부담에 대한 것이다. 개인부담은 직접 지불해야 할 비용, 사회적 비용, 위험감수 등 유무형의 것을 모두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논의 대상을 분절하여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갖고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성, 경제성 등은 물론 관련 기술개발,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이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연속성을 갖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해관계자 별로 초점을 두어야 할 논의의 대상이 다를 수 있다. 에너지 생산자는 어떻게 하면 경제성과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에너지믹스를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에너지소비자-에너지다소비산업계는 원자력 이슈를 다각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논의는 원자력 이슈를 다면체로 재구성하고,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조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자-일반시민은 원자력 이슈를 위험이라는 필터를 통해 바라보고 있으며,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 이용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위험이 주요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에너지믹스 논의 절차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한다. 에너지생산·소비조정자는 어떻게 하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믹스를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원자력위험은 더 이상 통제의 대상, 즉 객체로 머물지 않는다. 원자력위험은 불안 그리고 두려움과 결합하여 갈등의 화학적 변화를 유발하고 새로운 갈등을 촉발한다. 위험에 뿌리를 둔 갈등은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제도를 바꾸고 권력을 행사하며 사회를 재구성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원자력위험은 에너지믹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믹스의 변화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또 다른 모습을 강제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험은 조금 더 나은 그래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학과 기술, 정치, 경제, 문화의 역할 조정자로 나서고 있다.
이 연구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스키마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분석보다는 현상을 이해하고, 검증을 통한 일반화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의 단초를 제공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점이 연구의 한계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라 하겠다.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결과를 도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험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위험인식 연구들은 이미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위험인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가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으며,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종속변수에 대한 독립변수로서 위험인식을 다루는 연구가 주를 이룬다. 위험인식의 원인과 결과는 있지만 ‘어떻게’와 ‘왜’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어떻게’와 ‘왜’가 커뮤니케이션의 몫이라고 판단된다. 커뮤니케이션은 그렇기 때문에 수단이자 목적이다.
의사결정과 정책결정에 의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고, 그 위험의 복잡성으로 인해 통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위험을 그대로 놓아두면 사람과 환경,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으로 남아있지만 이를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현재 사회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가 자연재해와 인재를 동시에 가져오고,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여 농작물과 해양작물의 공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과 사막화를 불러와 삶의 물리적 공간을 축소시키고,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신종 전염병의 창궐을 맞게 한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환경 악화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을 이어간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에너지 효율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고, 자연과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현 세대 안에서만 고민하던 형평성의 문제를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문제로 확대하도록 이끌고 있다. 여기서 위험을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왜, 어떻게,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사회학적 상상력의 약속을 지키는 첫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목차 (Table of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