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계는 익명의 공간이며 입출입에 있어서 현실세계보다 훨씬 자유롭다. 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상호 교환하도록 유도하기에 사이버세계는 젠더의식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현실보다 ...
사이버세계는 익명의 공간이며 입출입에 있어서 현실세계보다 훨씬 자유롭다. 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상호 교환하도록 유도하기에 사이버세계는 젠더의식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현실보다 더욱 집중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면에서 사이버공간은 성에 대한 정보의 시장으로서 젠더의식을 확인하고 구성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다.
이 연구는 사이버세계에서 논의되는 성의 문제를 점검한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젠더의식의 특성은 무엇인지, 실제로 사이버공간의 젠더의식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를 연구한다.
연구대상은 청소년 팬클럽 사이트이다. 청소년기는 성에 대해 가장 민감한 시기이다. 그 시기 성적 이야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공간이 팬클럽 사이트이다. 팬들이 창작하는 팬픽을 통해 청소년들은 욕망의 대상에 대해 소통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정서를 투여하며, 대화하고, 또 상상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젠더의식을 형성한다. 따라서 팬픽은 이들의 젠더의식이 꾸밈없이 표출되는 공간이기에 선택했다.
본 연구는 “팬픽에 나타난 젠더 담론의 내용적 특성은 무엇인가?”, “팬픽에 나타난 젠더 담론의 내용적 특성에 회원들은 실제로 어떤 반응과 의식을 가지는가?”라는 두 가지의 연구문제를 통하여 2011년 상반기의 두 팬카페를 선정하고, 총 20개의 세부 범주에 의거하여 팬픽을 분석하였다. 팬픽을 인물, 공간, 애정표현범주로 분류, 스토리 라인에 따라 세부를 나누어 어휘의 개별 성향을 분석하였다. 댓글은 스튜어트 홀의 매체반응담론인 순응적, 저항적, 타협적 반응으로 분석하였다.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냈다.
먼저, 이성팬픽과 동성팬픽 모든 텍스트에 있어서 내부인물 중심이다. 인물 범주의 댓글에 보면, 이성팬픽과 동성팬픽 모두 순응적 반응이 높은 비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내부인물 지향적인 젠더의식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부지향적 집단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젠더의식은 이들이 지닌 사적, 공적 공간에 대한 무관심 혹은 둔감함으로부터 확인되며, 애정표현에 있어서 육체적인 자각보다는 정신적 유희에 집중하는 경향으로부터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들의 성의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발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들은 이미 성의식을 가지고 팬픽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러한 의식이 애정관계에 있어 인물, 공간, 표현의 영역에서 젠더의식으로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사이버 팬픽을 통한 청소년의 젠더의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젠더의식의 실제적인 형성과정으로부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외부 인물들로부터 자신 내부의 인물을 지키는 당연한 단계를 거친다. 즉, 자신의 젠더의식에 참여하고자 하는 타인에 대해 저항과 타협의 반응을 보인다. 내부 인물과 동성 간의 애정관계에 대한 순응적 반응은 청소년들이 현실의 젠더의식과 사이버의 젠더의식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상세계, 청소년 세계, 청소년들의 가상문화라는 것은 실은 청소년이 상상하고 꿈꾸고 욕망하고 노력하는 현실세계의 연장이며 청소년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점에서 사이버세계는 현실세계의 충분한 연장선상에 있다. 사이버세계에 있어서 기술이 정신을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인간의 정신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팬픽문화라고 할 것이다.
핵심어
팬픽, 팬덤, 대중문화, 청소년문화, 서사구조, 젠더와 젠더의식, 사이버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