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조세구조와 복지국가 간 관계에 대한 경험적 연구로써, 복지국가에 유의한 조세구조를 검토함으로써 향후 복지국가 발달을 위한 정책 및 전략적 함의를 제...
본 연구는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조세구조와 복지국가 간 관계에 대한 경험적 연구로써, 복지국가에 유의한 조세구조를 검토함으로써 향후 복지국가 발달을 위한 정책 및 전략적 함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크게 3가지의 연구문제를 포함한다. 첫째, ‘종속변수의 문제’(dependent variable problem)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계량화, 둘째 조세체계의 구조화, 셋째 복지국가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조세구조를 경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OECD 12개 주요 회원국을 대상으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복지국가와 조세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제도영역에 대한 패널데이터를 구축하였다. 먼저 대안적인 복지국가 측정을 위해 복지국가를 접근성, 관대성, 돌봄의 국가책임 그리고 활성화로 범주화하고 Fuzzy-set 접근방식을 통해 복지수준과 변화정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대안적인 종속변수를 생성하여 복지국가 지수(welfare state index)로 활용하였다. 또한 기존 이론과 선행연구를 통해 복지국가와 관련이 있는 조세체계의 5가지 구조(징수규모, 공평성, 징수방식, 부담주체, 징수주체)를 도출하였으며, 복지국가 발달을 설명하는 추정방정식에 종속변수의 시차변수가 설명변수의 하나로 포함되는 경우 발생하게 되는 추정편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태적 패널분석(dynamic panel analysis) 기법 중 하나인 FEGMM 모형을 활용하였다.
먼저 복지국가 및 그 변화에 대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Fuzzy-set 방법을 통해 접근성, 관대성, 활성화 그리고 돌봄이라는 4가지 주요 범주에 따라 복지국가의 시계열적 변화과정을 살펴 본 결과 복지국가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변화에 동원되는 전략은 매우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들은 이들 범주들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독특한 변화의 경로(path)를 구축해 왔으며, 특히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복지국가는 변화의 정도와 방향성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복지국가가 일차원적인 형태로 변화한다기보다 나름의 가능한 전략 속에서 다양하게 분화되어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며, 복지국가 변화의 역동성은 보다 면밀하게 조망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둘째, 각 국가들의 변화전략이 시기적으로 상이하기는 하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세계화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복지체제가 급격하게 전환하였거나 뚜렷한 축소 또는 확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복지국가 발달에 관한 연구가 주로 정치경제적 조건의 산물로써 복지국가 그 자체의 수렴 또는 분화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본 연구의 결과는 복지국가 변화전략 상의 수렴과 분화를 요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소위 ‘변화전략 상의 경로의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와 같은 특징은 복지국가들의 변화가 ‘없다’는 단정이라기보다, 질적인 변화가 감지되기는 하나 그것이 패러다임적 전환이나 질적 임계점을 넘었다는 확인으로 나아갈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다음으로 조세체계의 5가지 구조와 복지국가 간 경험적 관계를 분석한 FEGMM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징수규모가 증가하면 복지국가도 성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대상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을 살펴본 결과, 높은(낮은) 조세부담-높은(낮은) 복지수준이라는 기존의 정설을 뒷받침할 만한 국가로는 덴마크가 유일하며,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국가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FEGMM을 통한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연결되는데, 분석결과 조세부담 수준은 복지국가 발달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세수준이 증가해도 복지국가가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며, 조세-복지 간 관계를 긍정해 온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비용(조세부담) 대비 편익(사회보장수준)이 낮은 한국의 경우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저항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결국 한국의 조세부담은 절대적인 그 규모에서가 아니라 저발달된 복지국가에 의해 증가해 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조세부담 수준을 상향하는 것이 반드시 복지국가의 발달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과 같이 사회보장수준이 낮은 국가의 경우 실제 조세부담은 절대적인 징세규모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세입확대와 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 발달을 통해 실질 세부담을 경감함으로써 정치적 동의를 획득하는 전략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조세의 공평성을 크게 수평적 공평성과 수직적 공평성으로 구분하여 복지국가와의 관련성을 검토하였다. 먼저 수평적 공평성의 경우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어떠한 국가에서도 자본소득세의 급격한 삭감을 경험한 경우는 없었다. 한편, 수직적 공평성의 경우 모든 국가에서 1990년대에 저소득계층의 한계세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공평성과 복지국가 간 관계를 경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FEGMM 분석을 실시한 결과 시기적으로 그 영향력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즉, 1980년대는 수직적 공평성만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의 영향력을 보인 반면, 1990년대에는 반대로 수평적 공평성만이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다시 말해, 1980년대에는 소득 계층 간 조세형평성을 통해 복지국가가 발달해 왔다면, 1990년대에는 노동소득에 대한 관대한 조세와 자본에 대한 과세의 강화를 통해 복지국가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한다. 이는 특히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자산의 양극화가 주목을 받는 한국의 경우, 소득계층 간 수직적 공평성보다 수평적 공평성이 불평등 완화와 복지국가 발달에 더욱 유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요소소득별로 차등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을 복지국가 확대 전략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셋째,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복지국가 발달에 대한 간접세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위해 세율과 규모면에서 직접세와 간접세를 조망하였다. 분석결과 1980년대에는 세율의 경우 복지국가 발달에 유의하지 않았고 규모는 오히려 복지국가 발달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된 반면,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에서 조세개혁이 단행된 1990년대 세율과 규모는 복지국가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간접세의 복지재원 성격은 다분히 1990년대 선진 복지국가들의 특수한 현상으로 복지국가 일반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직접세와 간접세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누진성과 역진성의 관계설정으로만 해석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조세를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넷째, 조세의 부담주체에 따라 복지국가의 발달을 검증한 결과 개인소득세율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법인소득세율은 어떠한 경우에도 복지국가에 유의한 영향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활동의 위축과 시장교란 행위의 대표적인 형태로 지적되어 온 법인세 인하와 복지국가 발달에 대한 기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즉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나타나는 복지효과는 법인세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담론 속에서만 존재하며, 오히려 법인세 인하는 감세에 따른 세수를 늘리기 위해 개인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선택을 강화함으로써 복지국가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세입의 중앙집권화이다. 기존의 이론들은 징수주체에 따른 복지국가의 발달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견해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복지국가의 발달이 강력한 중앙집권화와 정부의 통제력에 상응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 다른 하나는 지방의 재정활용이 용이해질수록 복지발달의 실질적 효과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이를 경험적으로 분석한 결과, 1980년대의 경우 중앙정부의 세입비중과 복지국가 발달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1990년대에는 중앙정부의 세입비중이 클수록 복지국가 발달이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나 중앙집권화에 대한 이론적 가설을 경험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중앙정부에 비해 자원전달이 효과적인 지방정부의 재원조달 능력이 증대하게 되면 복지국가도 성장할 수 있다는 분권화 정리를 실증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또한 복지국가의 변화가 단순히 총량적인 측면에서 나타난다기보다 세입의 원천과 그 재량권의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만약 복지국가의 발달을 목적으로 한다면 과세기반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거나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보조를 늘려 자원배분의 효과성을 증진시킴으로써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조세구조 자체가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에 필적하는 이해(interests)와 이념투쟁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복지국가 발달 연구들은 국내 정치와 제도적 유산의 중요성을 배타적으로 강조한 나머지, 복지국가 발달의 물질적 기초인 조세구조와의 관련성을 간과해 온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현실 수준에서 어떠한 조세구조를 전략적으로 취하는지에 따라서도 복지국가의 발달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