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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시의 구조 연구 : 종결 유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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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1930년대 중후반의 백석의 시를 대상으로 시적 언술의 구성 방식, 특히 종결에 주목하여 살펴본 연구이다. 백석의 시에 독특하게 나타난 종결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시작 태도 및 구성 원리에 접근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슴󰡕에 실린 시들과 그 이후의 시들의 종결을 나누고 각각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그 차이와 시 의식의 변모 과정을 알아보았으며, 그러한 종결 구조가 상호 작용하여 어떠한 효과를 가지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 논문은 기존의 논문들이 소홀히 다루었던 종결이 한 시인의 시 세계의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시 텍스트 속에 나타난 언술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전체적인 맥락의 연관 아래 배치된다. 시 텍스트의 낱말뿐만 아니라 문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언술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병치·충돌함으로써 상호 작용하여 하나의 시 텍스트를 구성한다. 시적 언술을 구조화하는 작업은 결국 현실과의 미적 거리를 확보하는 본질적 수단이 된다. 이 구조화는 결말 맺기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한시의 기·승·전·결의 전개 방식은 시적 언술을 구조화하는 전통적 결말 맺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말 맺기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시조의 초·중장은 기·승에 해당하고 종장이 전·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말 맺기의 구조화는 ‘목적론적 세계관’과 연관되는데, 현대시는 이러한 목적론적 세계관을 지양하고 개방의 형식을 취한다. 즉 종결의 미완 혹은 실패를 통해 열린 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구조는 예술과 실재의 경계선에 대한 회의와 경험 현실의 진정한 재현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다. 이 논문에서는 종결 기법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실제 분석의 사례를 통해 시를 구성하는 원리로서의 종결을 다룬다. 시의 종결 구조 연구는 시의 끝맺음 방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피는 작업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이는 시의 창작 방법 및 구성 원리에 대한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검토 후에 백석 시의 종결에 대해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삽화적 구성에 의한 종결의 미완이 나타나는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슴󰡕에 실린 「힌밤」류의 시에서 기억에 의한 초점의 전환과 과거·현재 시공간의 중첩으로 시가 끝남으로써 종결은 미완되는데, 이러한 시들은 「비」나 「靑柿」 등의 극단적인 이미지즘 시와 「여우난곬族」류의 시의 중간항을 형성한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현재의 풍경과 사건에 집중하다가 끝에서 과거의 사건이나 기억을 삽입하여 이야기를 생성하는 것이 「힌밤」류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는 반복을 통한 완결성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여분의 기대를 남기며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거리를 유동적으로 만든다. 즉, 시의 끝에서 초점이 이동되면서 지평이 확대되는데, 이는 독자에게 고정된 풍경을 제공하지 않으며 독자의 지평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풍경에 깊이를 부여한다. 초점의 전환은 전통적인 서정시의 작법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전환과 종결’과는 다르다. 자아와 대상의 합일 혹은 자아와 대상에 거리를 두고 논리적 일반화시키는 태도를 배제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백석 시의 서사 지향성은 사건을 보여주는 데 한정되지 않고 이면의 사건을 독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것까지를 지칭한다. 이 논문은 이러한 시적 언술 구성 원리를 ‘삽화적 구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개방적인 시 형식은 종결의 차원에서 ‘종결의 미완’의 형태를 취하는데, 종결의 미완은 종결의 실패로 귀결됨으로써 구조적 완결성을 저해하지만, 오히려 구조적 완결성을 거부함으로써 독자의 기대를 쇄신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종결의 형태는 전통 시가의 구조를 창조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석은 상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기억을 시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건이 전경화되는 서사 지향적인 시를 발전시켰다. 기억을 정조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거리를 취함으로써 비동화의 기법을 추구한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취하는 백석 시의 특징은 압축적인 언술을 통해 이야기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구성 원리를 지탱하는 것은 환유적 상상력이다. 환유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주체가 대상을, 혹은 대상과 대상을 동일시하는 연상 체계가 아니라 주체가 대상을, 혹은 대상과 대상의 인접성에 의해 병렬적으로 파악하는 연상 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환유적 상상력은 백석의 시에 쓰인 직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장에서는 부가적 반복에 의한 구조적 완결성이 나타나는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슴󰡕 이후의 시들 중 형태적 반복을 가진 시에서는 텍스트의 끝에 화자의 전경화에 의한 서정적 회감이 부각되고 형태적 이탈이 발생하면서 종결이 강화된다. 병렬적 반복의 형태 구조로 된 시에서 반복의 이탈은 종결력으로 기능한다. 종결에서의 이러한 형태적 반복을 ‘부가적 반복’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이러한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는 독자의 마음속에 적절한 중지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여분의 기대를 남기지 않으면서 정서의 확장을 추구한다. 즉, 시의 말미에 오는 종결은 화자의 정조가 고양되는 순간과 그것을 다스리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정조의 고양으로 인해 발생한 긴장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부가적 반복을 통해 종결을 강화하는 시들에서 화자는 비교적 객관적 정황을 나타내는 서실법에 충실하다가 시의 후반부에 서상법을 통해 논평적 태도를 보이면서 종합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진 시들에서는 텍스트의 끝까지 서실법을 유지하면서 화자의 직접적인 감정 노출을 꺼리는 태도와 상반된다. ‘종합과 완결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들은 대부분 텍스트의 끝에서 주체와 대상과의 동일시가 전면에 부각되는데, 이는 시상을 전환시켜 결말을 맺은 전통적인 시가의 형식을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석의 시가 전통적 시가 가지는 폐쇄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결핍의 확인과 집단적 기억에 의한 역사의식의 표출 때문이다.
    시의 종결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회감은 수평적으로는 사물들과 공동체와의 연대로 확산되고, 수직적으로 역사와 전사(前事)에 대한 의식으로 확산된다. 그것은 사물과 사물에 담긴 시간(기억)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개인적 기억이 공동체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구성 원리를 지탱하는 것은 제유적 상상력이다. 제유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주체가 부분적인 대상을 통해 전체를 인지하거나 전체를 부분으로 집약시키는 연상 체계를 말한다. 백석의 시는 유년의 자폐적 공간에 대한 퇴행적 추억이나, 개인의 내면에 대한 배타적 몰입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제유적인 종합을 통해 제유가 가진 총체성의 인식을 보여주었다. 부가적 반복의 형태를 취하는 종결 구조는 시의 전체적인 의미가 마지막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연쇄적으로 병렬되는 수식어구가 구문의 마지막의 피수식어를 지향하여 그것을 초점화하는 것도 제유적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백석의 후기 시에서는 제유를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환칭이 나타나기도 한다.
    4장에서는 2장과 3장에서 살펴본 종결 유형들이 상호 작용하여 어떤 효과를 보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지는 백석의 시가 동일성의 시학을 극복하고 환유적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서정적 전환과 종합으로서의 종결 구조는 개인적 기억에 머물렀던 화자의 인식이 공동체와 역사로 확장되어 총체적 사유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유적 상상력과 제유적 상상력이 상호 작용하는 것을 ‘지속과 정지의 변증법’이라고 칭한다. 백석의 시는 지속과 정지의 변증법을 통해 정조와 사건의 의미를 강조하고 독자의 상상력을 작동시킴으로써 독자가 참여할 수 여백을 제공한다. 무의지적 기억에 의한 개인적 과거와 역사의 환기는 화자가 시를 쓰는 시적 현재에 깊이를 부여하고 시공간을 확장시킨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에서 나타나는 비동화의 거리는 시에 서사를 부여하며, ‘종합과 완결로서의 종결 구조’에서 보이는 주체와 대상의 동일시는 역사의식으로 확장된다. 비동화의 기법에서 역사의식으로의 전이는 1920년대 문학의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동시에 극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비동화의 기법은 전대의 감상주의를 극복하는 형식적 차원의 혁신이었으며 이는 전통 시가의 형식의 창조적인 수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백석은 감성의 혁명을 통해 고향의 객관적인 재현에 집중했으며, 압축적인 언술을 통해 이야기를 생성해내기도 했다. 근대 문명이 자리 잡기 시작한 1930년대 초중반의 시점에서 백석 시에 나타난 토속적 생활 세계와 투박한 방언은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 모더니티에 대해 질문과 반성이었다. 백석은 진보적이고 낭만적인 역사관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적 근대성을 거부하고 식민지적 상황 이전의 고향과 이후의 고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회복과 근원으로의 회귀를 보여주었다. 요컨대, 백석은 시사적 맥락에서 1930년대의 시 작법상의 기교주의와 현실 도피적인 태도를 극복하면서 내용(경향시)과 기교·형식(순수시)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구현된 ‘전체로서의 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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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1930년대 중후반의 백석의 시를 대상으로 시적 언술의 구성 방식, 특히 종결에 주목하여 살펴본 연구이다. 백석의 시에 독특하게 나타난 종결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시작 태도 및 구...

    이 논문은 1930년대 중후반의 백석의 시를 대상으로 시적 언술의 구성 방식, 특히 종결에 주목하여 살펴본 연구이다. 백석의 시에 독특하게 나타난 종결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시작 태도 및 구성 원리에 접근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슴󰡕에 실린 시들과 그 이후의 시들의 종결을 나누고 각각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그 차이와 시 의식의 변모 과정을 알아보았으며, 그러한 종결 구조가 상호 작용하여 어떠한 효과를 가지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 논문은 기존의 논문들이 소홀히 다루었던 종결이 한 시인의 시 세계의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시 텍스트 속에 나타난 언술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전체적인 맥락의 연관 아래 배치된다. 시 텍스트의 낱말뿐만 아니라 문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언술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병치·충돌함으로써 상호 작용하여 하나의 시 텍스트를 구성한다. 시적 언술을 구조화하는 작업은 결국 현실과의 미적 거리를 확보하는 본질적 수단이 된다. 이 구조화는 결말 맺기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한시의 기·승·전·결의 전개 방식은 시적 언술을 구조화하는 전통적 결말 맺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말 맺기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시조의 초·중장은 기·승에 해당하고 종장이 전·결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말 맺기의 구조화는 ‘목적론적 세계관’과 연관되는데, 현대시는 이러한 목적론적 세계관을 지양하고 개방의 형식을 취한다. 즉 종결의 미완 혹은 실패를 통해 열린 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구조는 예술과 실재의 경계선에 대한 회의와 경험 현실의 진정한 재현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다. 이 논문에서는 종결 기법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실제 분석의 사례를 통해 시를 구성하는 원리로서의 종결을 다룬다. 시의 종결 구조 연구는 시의 끝맺음 방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피는 작업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이는 시의 창작 방법 및 구성 원리에 대한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검토 후에 백석 시의 종결에 대해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삽화적 구성에 의한 종결의 미완이 나타나는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슴󰡕에 실린 「힌밤」류의 시에서 기억에 의한 초점의 전환과 과거·현재 시공간의 중첩으로 시가 끝남으로써 종결은 미완되는데, 이러한 시들은 「비」나 「靑柿」 등의 극단적인 이미지즘 시와 「여우난곬族」류의 시의 중간항을 형성한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현재의 풍경과 사건에 집중하다가 끝에서 과거의 사건이나 기억을 삽입하여 이야기를 생성하는 것이 「힌밤」류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는 반복을 통한 완결성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여분의 기대를 남기며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거리를 유동적으로 만든다. 즉, 시의 끝에서 초점이 이동되면서 지평이 확대되는데, 이는 독자에게 고정된 풍경을 제공하지 않으며 독자의 지평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풍경에 깊이를 부여한다. 초점의 전환은 전통적인 서정시의 작법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전환과 종결’과는 다르다. 자아와 대상의 합일 혹은 자아와 대상에 거리를 두고 논리적 일반화시키는 태도를 배제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백석 시의 서사 지향성은 사건을 보여주는 데 한정되지 않고 이면의 사건을 독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것까지를 지칭한다. 이 논문은 이러한 시적 언술 구성 원리를 ‘삽화적 구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개방적인 시 형식은 종결의 차원에서 ‘종결의 미완’의 형태를 취하는데, 종결의 미완은 종결의 실패로 귀결됨으로써 구조적 완결성을 저해하지만, 오히려 구조적 완결성을 거부함으로써 독자의 기대를 쇄신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종결의 형태는 전통 시가의 구조를 창조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석은 상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기억을 시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건이 전경화되는 서사 지향적인 시를 발전시켰다. 기억을 정조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거리를 취함으로써 비동화의 기법을 추구한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취하는 백석 시의 특징은 압축적인 언술을 통해 이야기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구성 원리를 지탱하는 것은 환유적 상상력이다. 환유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주체가 대상을, 혹은 대상과 대상을 동일시하는 연상 체계가 아니라 주체가 대상을, 혹은 대상과 대상의 인접성에 의해 병렬적으로 파악하는 연상 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환유적 상상력은 백석의 시에 쓰인 직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장에서는 부가적 반복에 의한 구조적 완결성이 나타나는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슴󰡕 이후의 시들 중 형태적 반복을 가진 시에서는 텍스트의 끝에 화자의 전경화에 의한 서정적 회감이 부각되고 형태적 이탈이 발생하면서 종결이 강화된다. 병렬적 반복의 형태 구조로 된 시에서 반복의 이탈은 종결력으로 기능한다. 종결에서의 이러한 형태적 반복을 ‘부가적 반복’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이러한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는 독자의 마음속에 적절한 중지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여분의 기대를 남기지 않으면서 정서의 확장을 추구한다. 즉, 시의 말미에 오는 종결은 화자의 정조가 고양되는 순간과 그것을 다스리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정조의 고양으로 인해 발생한 긴장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부가적 반복을 통해 종결을 강화하는 시들에서 화자는 비교적 객관적 정황을 나타내는 서실법에 충실하다가 시의 후반부에 서상법을 통해 논평적 태도를 보이면서 종합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진 시들에서는 텍스트의 끝까지 서실법을 유지하면서 화자의 직접적인 감정 노출을 꺼리는 태도와 상반된다. ‘종합과 완결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지는 시들은 대부분 텍스트의 끝에서 주체와 대상과의 동일시가 전면에 부각되는데, 이는 시상을 전환시켜 결말을 맺은 전통적인 시가의 형식을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석의 시가 전통적 시가 가지는 폐쇄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결핍의 확인과 집단적 기억에 의한 역사의식의 표출 때문이다.
    시의 종결에서 나타나는 서정적 회감은 수평적으로는 사물들과 공동체와의 연대로 확산되고, 수직적으로 역사와 전사(前事)에 대한 의식으로 확산된다. 그것은 사물과 사물에 담긴 시간(기억)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개인적 기억이 공동체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구성 원리를 지탱하는 것은 제유적 상상력이다. 제유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주체가 부분적인 대상을 통해 전체를 인지하거나 전체를 부분으로 집약시키는 연상 체계를 말한다. 백석의 시는 유년의 자폐적 공간에 대한 퇴행적 추억이나, 개인의 내면에 대한 배타적 몰입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제유적인 종합을 통해 제유가 가진 총체성의 인식을 보여주었다. 부가적 반복의 형태를 취하는 종결 구조는 시의 전체적인 의미가 마지막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연쇄적으로 병렬되는 수식어구가 구문의 마지막의 피수식어를 지향하여 그것을 초점화하는 것도 제유적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백석의 후기 시에서는 제유를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환칭이 나타나기도 한다.
    4장에서는 2장과 3장에서 살펴본 종결 유형들이 상호 작용하여 어떤 효과를 보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를 가지는 백석의 시가 동일성의 시학을 극복하고 환유적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서정적 전환과 종합으로서의 종결 구조는 개인적 기억에 머물렀던 화자의 인식이 공동체와 역사로 확장되어 총체적 사유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유적 상상력과 제유적 상상력이 상호 작용하는 것을 ‘지속과 정지의 변증법’이라고 칭한다. 백석의 시는 지속과 정지의 변증법을 통해 정조와 사건의 의미를 강조하고 독자의 상상력을 작동시킴으로써 독자가 참여할 수 여백을 제공한다. 무의지적 기억에 의한 개인적 과거와 역사의 환기는 화자가 시를 쓰는 시적 현재에 깊이를 부여하고 시공간을 확장시킨다. ‘개방과 확장으로서의 종결 구조’에서 나타나는 비동화의 거리는 시에 서사를 부여하며, ‘종합과 완결로서의 종결 구조’에서 보이는 주체와 대상의 동일시는 역사의식으로 확장된다. 비동화의 기법에서 역사의식으로의 전이는 1920년대 문학의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동시에 극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비동화의 기법은 전대의 감상주의를 극복하는 형식적 차원의 혁신이었으며 이는 전통 시가의 형식의 창조적인 수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백석은 감성의 혁명을 통해 고향의 객관적인 재현에 집중했으며, 압축적인 언술을 통해 이야기를 생성해내기도 했다. 근대 문명이 자리 잡기 시작한 1930년대 초중반의 시점에서 백석 시에 나타난 토속적 생활 세계와 투박한 방언은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 모더니티에 대해 질문과 반성이었다. 백석은 진보적이고 낭만적인 역사관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적 근대성을 거부하고 식민지적 상황 이전의 고향과 이후의 고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회복과 근원으로의 회귀를 보여주었다. 요컨대, 백석은 시사적 맥락에서 1930년대의 시 작법상의 기교주의와 현실 도피적인 태도를 극복하면서 내용(경향시)과 기교·형식(순수시)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구현된 ‘전체로서의 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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