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현대사회에서 삶을 구성하는 중심 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경험하는 소비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히 생산체제의 변화에 따른 물자의 풍요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어난 소비주의의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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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2009
2009
한국어
서울
vi, 171 p. : 삽도 ; 26 cm.
지도교수: 김문조
부록: 설문지
참고문헌 : p. 147-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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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현대사회에서 삶을 구성하는 중심 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경험하는 소비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히 생산체제의 변화에 따른 물자의 풍요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어난 소비주의의 확산, 새로운 소비공간의 출현 등 복합적인 조건들을 수렴하며 나타난 결과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소비는 모두에게 가능한 일상적 행위로 변모했고, 이것은 자연스레 개인들의 정체성 구성 및 표현의 핵심이 되었다. 다양한 소비양식을 통해 개인들은 자아를 형성하고 집단에의 소속감을 느끼며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 차원에서 자아의 형성과 표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위치 짓고, 타인과 차별화하는 측면에서 소비는 또 다른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생산해내고 있다.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상징(symbol)’이라고 볼 때, 지극히 문화적인 현상으로서의 소비는 곧 상징을 매개로 한 차별화와 분화, 동질화와 통합 등을 통해 정치적인 것으로 의미를 확장하게 된다.
이와 같이 소비는 단지 물자의 구입과 사용을 넘어 개인의 일상적 삶과 사회의 질서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회학적 의제가 되었다. 개인의 욕구와 개성을 실현하는 다양한 생활양식이 등장하고, 그에 의해 사회가 동질화, 이질화되기도 하며 또한 그에 따라 통합과 분리를 경험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배경 하에, 사회를 분화하고 및 질서를 재구성하는 현대 소비의 속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추동하는 요소와 원리를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소비양식을 형성하는 데에는 지금까지 경제력과 문화적 취향이 핵심적 변수로 고려되어왔다. 특히 소비는 오랫동안 경제현상의 일부로 치부되었고, 소비양식의 문제는 주로 경제적 계급의 차이로 인식되어 다루어졌다. 그러나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연구로 사회의 불평등 양상을 문화적, 즉 소비의 영역에서 그려내게 되었으며 소비의 차별화 요인을 경제적 자본 뿐 아니라 상징적 자본의 하나인 문화적 자본으로써 구체화하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본 논문은 소비 취향이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에의 노출과 접촉에 따라 길러지고 작동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환경적 조건을 새로운 소비 분화 요소로 구성하였다. 생활공간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의 대도시에서 현실적으로 보다 큰 영향력을 갖는 변수가 될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경제적 조건과 문화적 취향 외에 개인을 둘러싼 일상적 환경, 생활공간을 포함하여 ‘소비자원’으로서 경제력, 취향, 그리고 공간의 세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집단 간 소비양식 차이에 대한 각 소비자원의 효과를 검증해보고자 하였다.
소비자원으로서 경제력과 문화적 취향, 소비환경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취향과 소비환경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자원들이고, 취향은 또한 경제력 외에 공간적 조건에 의해서도 길러질 수 있다. 경제적 조건과 환경적 요소는 궁극적으로 취향으로 표출되며 이것은 곧 직접적으로 소비양식으로 나타나 집단 간 차이와 분화를 경험하게 된다.
소비자원에 따른 소비양식 차별화를 밝혀내기 위해 먼저 경험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자들이 스스로 평가한 소비자원의 양을 조합하여 8개의 소비집단을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 자원이 풍부한 집단이 일정한 공간, 즉 ‘강남’에 집중 배치되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들 집단은 소비환경으로서 좋은 조건에 거주할 뿐 아니라 경제력, 취향에서도 풍부한 자원을 보유함으로써 경제력, 취향,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 가지 소비자원의 상호 관련 하에 개인의 소비양식은 특성화되는데, 소비양식은 소비행위, 소비의식의 두 차원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현대 소비의 주된 속성을 표출성, 심미성, 쾌락성, 자아추구성이라고 규명할 때, 이 속성들은 곧 소비의 목적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것을 소비 행위의 각 차원들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단지 삶의 기본 조건의 충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생산하는 기호와 상징, 이미지로써 소통된다. 그럼으로써 소비는 사회적 의미를 표출하는 주된 방식이 되며, 아울러 그러한 기호와 이미지의 소비는 인간이 지닌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편, 소비는 우리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구할 수 있는 쾌락의 원천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 경험들은 대부분 소비의 과정에서 생성되고 우리의 삶은 소비를 통해 향유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들은 개인들의 존재 의미와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일깨움으로써 자아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각 소비자원의 양에 따라 집단 간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소비양식에 대한 소비자원의 효과를 검증해보았을 때, 종합적으로 네 가지 소비 차원에서 모두 취향의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취향은 소비행위의 전반적인 측면을 결정지으며 절대적인 소비자원으로 나타난다. 물론 경제적 여유는 전반적 소비 생활을 좌우하는 소비생활의 기본조건임에 틀림이 없지만, 소비행위는 최종적으로 개인의 취향 수준을 통해 구분되는 것이다. 취향이 결여된 경제력은 소비의 질적인 차원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소비행위의 차이들은 곧 취향의 차이로 귀결된다. 또한 이것은 특정 공간의 소비환경에 의해 경계 지어지는 경향이 크다 하겠다. 소비공간의 효과는 구체적 지역 차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요약되는데, 소비환경적 요인과 취향의 문제는 곧 강남/비강남의 지역 차이로 특성화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런 의미에서 소비 조건으로서의 공간은 사회문화적 함의가 큰 것이다. 환경적 조건이란 단독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운 변수지만 월등한 소비 환경은 그 자체에 일정 수준의 취향과 경제력이 내재함으로써 모든 자원의 복합체로 기능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소비의 질을 차별화하는 것은 취향과, 그것을 배태하는 공간적 분위기라 볼 수 있고, 공간은 곧 물리적 자원에 의해 형성되는 경제 조건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환경과 경제력은 취향을 형성하는 데 있어 바탕이 되는 힘들로 작동한다. 경제력은 그 자체로 소비의 질적 분화를 야기할 수 없고, 오랜 시간 개인에게 육화된 취향으로 나타날 때 더욱 큰 차별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또한 그 취향은 소비의 공간적 장에서 끊임없이 재구조화된다.
한편, 소비의 의식적 차원을 고려할 때, 소비생활의 만족도는 경제적 능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소비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는 경제력만 필수적으로 인식될 뿐 취향이나 공간적 조건은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소비기회가 허락되는 것이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이며 따라서 많은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마음껏 쓸 수 있다면 만족스러운 소비생활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자신의 소비행위 및 수준에 대한 불만 역시 경제적 제약의 문제로 이해하게 된다.
소비양식의 질적 차이를 형성하는 핵심적 요소로서 취향, 공간은 소비생활에 있어 주요한 자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한정된 집단 내에서만 그 중요성과 가치가 인식되는데, 그것은 소비 권력이 일정한 집단 및 공간에서 형성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을 암시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소비 기회가 허락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비의 민주주의는 소비 대중화, 동질화를 앞세우는 포섭(inclusion)의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이에는 끊임없는 배제(exclusion) 및 차별화 전략이 뒤따른다. 소비의 대중화는 경제적 조건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기회’의 평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경험적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각 집단의 소비행위는 단순히 경제력의 차이를 넘어 취향의 다양함으로써 더욱 세분화되며 집단별 특성을 구체화한다. 취향은 소비행위에 있어 질적 차별화의 중요한 근원이지만 소비기회로 인한 동질화의 가능성으로 그 영향력은 은폐되고 만다. 소비의 정치는 이로 인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소비행위는 경제적 조건과 함께 취향의 차이로 보다 구체화된다. 경제적 조건의 평등은 소비의 동질화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취향은 끊임없는 차이의 생성과 구별짓기로 소비집단을 차별화하며 배제한다. 소비 권력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물질적 조건과 문화적 수준, 즉 경제력과 취향을 모두 취합한 소비공간을 통해 가시화되고 공고화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대 소비 세계에서 나타나는 차별화, 대중화의 변증법적 논리는 자본의 끝없는 순환과 축적에 따라 필수불가결하다 할 수 있는 유행이라는 현상을 통해 규명해볼 수 있다. 유행이 포섭과 배제의 기제로서 가장 명확히 작용하는 것은, 취향을 상대화시키는 측면에서이다. 그러나 유행은 동일시의 효과 뿐 아니라 사회집단 간 차이를 드러내는 차별화 기제로서 또한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
광범위한 집단의 선호를 하나로 묶어내는 대중적 유행은 계층적 구분을 해제하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차별화의 동학이 이어진다. 유행이 모든 양식을 동질화시켜버리는 힘은 이들이 지닌 권력과 맞물려 있다. 유행은 이처럼 모두에게 동질화의 기회를 열어주지만 유행을 이끌어가는 이른바 소비명사(consumer celebrity)는 경제력 뿐 아니라 소비 취향의 측면에서 우월한 집단으로 결코 경제적 제 조건만으로 동일시될 수 없는 대상이다. 경제력은 오랜 시간 체화되어 온 취향의 차이까지 좁힐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의 권력은 다차원적 자원의 융합된 효과를 드러낸다.
현대적 소비의 계층적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성은 소비명사, 즉 소비의 최상층이 대개 일정한 ‘공간’에 집중됨으로써 공간의 불평등이 곧 소비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공간이 소비자본주의에 잠식된 탈근대적 사회에서 공간적 불평등이란 경제자본으로서 물자의 차이 뿐 아니라 문화자본으로서의 취향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며 이러한 조건들이 공간 속에 형성되고 표출됨으로써 소비양식 분화의 주된 장을 이룬다. 즉 공간은 물질적 자원과 취향이 모두 취합되는 곳으로, 소비권력 형성의 최종지점이 된다.
소비의 분화를 경제, 취향, 공간의 차이 및 배제로 설명할 때, 경제력과 취향은 일정한 공간적 조건과의 연계로 특수한 효과를 발휘한다. 공간이라는 자원과의 결합은 개인의 소비 아비투스 형성 및 강화를 가속화하는데, 일정 공간에서의 경험은 개인에게 육화되고 각인되는 아비투스로써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 취향으로 드러나 차별화의 원리를 실행한다. 소비에 관한 취향 역시 육체에 각인되는 아비투스의 효과로, 이 또한 일정한 집단 및 공간 내에서 재생산되는 불평등 구조를 양산한다.
유행의 속성과도 같이, 모든 사회적 공간이 소비의 장소가 되는 탈근대적 상황에서 도시 내의 소비는 모든 공간에서 획일화되고 동질화된 양상으로 나타나는 듯 보인다. 동질화, 획일화, 그리고 탈중심화 가운데 나타나는 공간적 차별화의 요소를 무엇보다 본 논문에서는 공간이 갖는 고유한 분위기(ambiance)로 설명해보고자 하였다. 오늘날 소비를 선도하는 소비최상층, 이른바 ‘명사(celebrity)’들은 그들이 만들어가는 공간 역시 ‘명사화(celebrification)’시켜가고 있다. 도시 내 특정한 공간들은 오늘날, 차별적 자원과 인적 구성이 어우러져 공간 이미지를 형성하며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로 명성(celebrity)을 획득한다. 포스트모던 양식으로 사실 어디에서건 유사한 상품, 상점, 그리고 소비 행위를 마주하지만 이것들이 위치하는 공간은 그 분위기, 명성에 따라 색다르게 느껴지고, 경험된다.
장소들 간의 지리적 차별성이 사라지면 질수록, 장소의 상징적 차별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소비의 권력이 갖는 상징적 힘은 공간이라는 물리적 경계 내에서 점차 견고해지고, 경제적, 문화적 자본의 혼합물로 나타나는 소비 아비투스는 공간의 분위기를 통해 더욱 큰 상징적 차이를 유발한다. 소비권력의 지배는 단지 경제적 자원에 의한 가시적, 직접적 형태일 뿐 아니라 내재적, 간접적 효과로 더욱 강한 힘을 드러낸다. 이것은 소비권력의 재생산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양적인 차이가 아닌 질적 차별화, 개방적이고 가시적인 지배가 아닌 은폐된 효과, 개방적 전파가 아닌 폐쇄적 재생산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소비권력은 소비정치를 통해 소비자원으로 환원되는 환류적 효과를 발휘하는데, 경제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소비환경적 조건과, 양자를 취합하며 배태되는 취향은 차별적 소비 아비투스를 통해 타집단을 구별하고 분리하는 배제의 전략을 실행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제력과 취향적 효과가 가시적으로 작동하는 물리적 공간의 경계는 물자의 풍요와 높은 소비 안목을 모두 흡수하여 특정한 공간의 분위기(ambiance)를 생성함으로써 그 제한적 범주 속에 더욱 폐쇄적인 소비 자원의 순환과 재생산을 지속하는 상징적 경계로 확장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