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은 기존의 지배적 질서의 전복을 통해 다원성과 불확정성을 추구하며 소외되었던 타자적 요소들을 창조적 영감으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첨단과학기술과 사이버미디어 문...
현대 패션은 기존의 지배적 질서의 전복을 통해 다원성과 불확정성을 추구하며 소외되었던 타자적 요소들을 창조적 영감으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첨단과학기술과 사이버미디어 문화를 매개로 타 분야와의 상호연관,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 영역을 무한히 확장해가고 있으며 이를 탈중심화 현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탈중심화에 대한 개념 정의 및 사유체계에 관한 이론적인 연구를 토대로, 탈중심화의 핵심개념을 패션을 분석하는 객관적 근거로 활용하여 현대 패션에 나타난 탈중심화 현상의 미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분석하는 연구이다.
본 연구의 요약 및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탈중심화는 서구 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한 단초로서 중심주의와 일원성의 획일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를 인정하는 대신 그동안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해 온 기존의 체제를 해체시키고 소외되었던 타자의 가치를 인정하는 열린 사고방식이며, 개체간의 통시적 상호관계 뿐 아니라 공시적 상호관계를 통해 ‘제3의 영역’을 창조하는 생성의 사유방식이다.
둘째, 탈중심화는 중심적 주체의 지위상실을 의미하며,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파악될 수 있다. 탈중심화의 핵심개념은 중심주의, 이성주의를 부정하고 텍스트 내부의 절대적 기본관념을 붕괴시키는 주체화 과정에서의 탈중심화인 해체성, 소외되고 억압된 것을 복귀시킴으로써 전체성을 상실하고 다원성으로 이행하는 타자적 구조에 의한 탈중심화인 타자성, 의미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있어서의 탈중심화인 텍스트성, 실재의 부재와 표상체계의 해체와 사물이 기호로 대체됨을 나타내는 시뮬라크르로 구분할 수 있다.
셋째, 현대 패션에 나타난 탈중심화 현상의 미적 특성을 해체성, 타자성, 텍스트성, 시뮬라크르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해체성은 의복의 존재와 의복 구성요소간의 관계에 있어 전통적 의복 개념이 지향해 온 질서, 대칭, 균형, 조화, 완전, 단순성을 거부하고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였던 무질서, 비대칭, 불균형, 부조화, 불완전, 복잡성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미적 표현 양식에 반영하여 새로운 미를 창조한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탈중심화 현상에서 해체성의 미적 특성은 생략, 모조, 훼손, 미완성의 특성을 나타내는 ‘존재의 해체’, 형태 왜곡, 부적합 사이즈로 나타나는 ‘형상의 해체’, 이질적 소재의 혼용, 부적절 소재의 사용으로 나타나는 ‘질료의 해체’, 규모 변형으로 나타나는 ‘측정기준의 해체’, 이질적 삽입, 탈부착으로 나타나는 ‘연속성의 해체’, 수직·수평의 파괴, 전위로 나타나는 ‘위치의 해체’, 반복, 중첩, 이접으로 나타나는 ‘배열의 해체’, 부정형, 착용순서의 해체로 나타나는 ‘결합방식의 해체’로 고찰되었다.
타자성은 계급, 젠더, 민족, 문화적 가치를 포함하는 복식의 정신미와 착용자의 신체미를 중심으로 한 의복 주체가 미적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탈중심화되는 현상이다. 이는 상류, 지식층, 부, 남성, 서구, 백인, 엘리트문화, 고급문화, 정신에 의해 타자의 영역으로 소외되었던 하류, 노동자층, 빈곤, 여성, 비서구, 유색인, 대중문화, 하위문화, 신체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며, 탈계급, 탈젠더, 탈민족, 탈문화, 탈신체로 고찰되었다.
텍스트성은 복식 텍스트와 패션 장르 텍스트가 이전 텍스트 혹은 동시대의 다른 텍스트들과 상호 관련성을 맺으며 이루어지는 탈중심화 현상을 분석의 범주로 하였으며, 상호텍스트성과 하이퍼텍스트성으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상호텍스트성은 의복 구성요소나 복식 아이템 혹은 일상의 오브제들을 상황적 맥락에서 이탈시켜 전혀 다른 위치나 용도로 재구성하고 재조합하는 브리꼴라주, 이전의 텍스트나 선행 양식의 외적 형식과 내적 의미 혹은 일상적 오브제를 패러디하거나 복식 텍스트를 매개로 한 정치·사회·문화 상황을 풍자하는 패러디, 이전 시대의 복식 양식이나, 이전 디자이너의 유명 패션 디자인, 하위문화스타일, 그라피티, 예술작품이나 종교적 이미지, 젠더나 민족 등 착용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복식 이미지와 스타일, T.P.O 등에 따라 고정된 스타일과 룩을 다른 맥락에서 차용하고 복제하여 재구성하는 패스티쉬, 의복의 지시 기능을 전복하고 시대정신을 공유하여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알레고리로 고찰되었다.
하이퍼텍스트성은 복식 텍스트가 타 영역과 비선형적·리좀적 접속을 통해 새로운 미를 창출함으로써 패션의 표현과 창조 영역을 확대시킨다. 하이퍼텍스트성의 미적 특성은 착용자의 착용 행위에 따라 변형성이 내재되어 다목적성과 다기능성을 갖는 가변성, 첨단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기능과 형태를 창조하고 신체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게 하는 융합성, 의복 착용자의 패션 창조 행위에의 참여하고 디자이너와 상호 작용하는 상호작용성으로 고찰되었다.
시뮬라크르는 실재가 부재한 하이퍼리얼리티를 창조하는 디지털미디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며, 다중적 정체성과 실체가 없는 허구적 존재로서의 패션을 가시화하고 이것이 대중의 모방과 복제에 의해 현실에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현대 패션의 탈중심화 현상을 야기한다.
현대 패션의 탈중심화 현상에 나타난 시뮬라크르는 미디어의 시간적 연속성을 통해 다양하고 유동적인 패션 정체성을 표현하는 다중성, 미디어를 통해 현실을 모방하여 재현된 하이퍼리얼리티의 패션 이미지가 다시 현실에 모방하여 표현되는 복제성, 사이버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패션 현상인 가상성,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매개로 의복 디자인과 의복 착용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으로 고찰하였다.
넷째, 현대 패션에 나타난 탈중심화 현상의 미적 가치를 외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외재적 가치는 탈, 하이브리드, 하이퍼로 분석되었다. 탈 현상은 의복의 구조를 해체하거나 기능을 전복하고, 형태를 왜곡하거나 변형시킴으로써 복식에 대한 기본 개념과 전통을 배제시킴으로써 조형미의 불확정성을 추구한다. 하이브리드는 서로 다른 대상물의 대립적 요소의 조정과 융합을 추구하며 스타일, 소재, 의미의 복수성을 나타내고, 혼합과 공존을 통해 반증의 미의식을 창출한다. 하이퍼는 서로 다른 영역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것으로 패션 이외의 타 영역과의 교류를 통해 나타나는데, 특히 첨단과학, 첨단의학, 디지털미디어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인간의 다중적 정체성 표현, 잠재된 무의식의 가시화, 테크놀러지를 통한 신체의 한계성 극복 및 의복의 기능성과 지능성의 강화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내재적 가치는 주체의 해체, 중심의 부재, 타자의 재인식, 개입과 참여, 창조와 혁신으로 분석되었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탈중심화는 포스트모던이라는 미명하에 난해하고 무분별한 창작 행위와 불확정적이며 애매모호한 현대 패션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 특히 탈중심화는 개체의 다원성과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그들 간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통해 ‘제3의 영역’을 가능케 하는 사유 방식이기 때문에 다원적이고 불확정적인 동시에 무한한 창조와 혁신이 가능해진 21세기 현대 패션을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가치를 지닐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