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은 한(恨)이나 정(情)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과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한과 정 등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신명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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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려대학교, 2007
2007
한국어
186.3 판사항(4)
158.3 판사항(21)
서울
vii, 154 p.: 삽화; 26 cm
권말부록으로 "개방형 설문지" 등 수록
참고문헌: p. 11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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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은 한(恨)이나 정(情)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과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한과 정 등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신명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오지 못하였다. 여기에는 한국인들과 한국문화를 한이나 정과 같이 부정적이거나 정적(靜的)인 개념으로 이해해 온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한국인의 역동성과 같은 긍정적인 부분들이 최근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신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신명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한국학 혹은 민속학의 영역에서, 연구자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폭넓은 통찰에 근거하여 논의되어 온 측면이 크다. 따라서 신명이 언제 경험되고, 그 경험적 질과 심리적인 과정은 무엇이며, 그것이 한국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은 드물었다.
본 연구는 신명을 한국의 문화적 맥락에서 경험되는 긍정적인 정서로 간주하고, 신명이 일반인들에게 의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경험되고, 심리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한국문화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구성되었다.
연구는 이론연구(연구 1)와 질적 개념화 연구(연구 2), 그리고 양적 타당화 연구(연구 3)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 1에서는 신명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을 분석함으로써 신명이라는 현상이 갖는 특성과 의미를 고찰하였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신명은 ‘한의 풀림’에서 비롯되는 강렬한 정서 경험이며, 이러한 정서는 개인적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빠른 속도로 전이되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그렇게 형성된 강한 공감대 내에서 기존에 누적된 부정적 정서나 표출될 수 없었던 욕구 등을 놀이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출함으로써 해소 및 해방감을 느끼고, 긍정적 자기가치감 및 집단정체감을 형성할 뿐 아니라, 나아가 앞으로의 삶에 활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한과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신명의 문화심리학적 의미는 ‘자기(혹은 집단)가치’의 회복 혹은 재확인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신명은 일종의 문화적 경험체계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총체적으로 경험되며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한편 연구 1에서는 한과 신명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확대하여, 한의 직접적 소멸에 의해서 신명이 발생하는 경우와 신명에 의해서 한의 감정이 간접적으로 배설되는 경우로 세분화하였으며, 한과는 또 다른 이유에 의해서 신명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몰입(flow)경험과 관련하여 논의하였다.
연구 2에서는 실제로 신명을 경험하는 일반인들의 자료를 개방형 설문 및 반구조화 면접의 방식으로 수집하고 근거이론의 절차에 의해 분석함으로써, 신명이 언제, 어떠한 방식에 의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경험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연구 1에서 상정한, 신명을 경험하는 원인에 의한 세 가지의 유형이 확인되었고, 신명의 세 유형은 세부적인 양상에서는 서로 차이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성격을 갖는 마음경험임이 밝혀졌다.
신명은 전환적 사건의 발생에 의해 자신의 자기가치감이 회복되거나 타인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우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떠한 일을 함께 경험하면서 우리의식을 확인할 때, 그리고 자신의 가치와 관련된 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명을 경험하면 사람들은, 즐겁고 유쾌하며, 붕 뜬 것과도 같은 쾌감과 함께, 자신의 자기가치감과 연계된 이차적 쾌감을 느끼며, 그러한 감정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고, 그 사실에서 다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그러한 감정들을 표출하기 위해 분출 및 몰입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신명의 행동들은 신명의 감정들을 강화하며, 강화된 감정은 다시 신명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감정과 행동의 피드백을 통해 신명이 경험되고, 이후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연구 3은 연구 2에서 도출된 신명경험의 과정과 구조를 양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행되었다. 우선, 신명경험 전반을 측정하는 총 68문항의 척도를 제작하였고, 구성된 척도를 바탕으로 경로모형을 사용하여 신명경험의 구조를 확인하였다. 모형 검증 결과, 신명의 인과조건인 ‘자기(혹은 집단)가치의 재발견’이 1차적 쾌감과 자기(혹은 집단)개입적인 2차적 쾌감 및 주위 사람들과의 공감을 포괄하는 ‘신명의 감정’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주변 분위기 등의 외부적 조건은 ‘신명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명의 감정’과 ‘신명 행동’은 서로에게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쌍방향적 관계임이 확인되었으며, 신명의 감정과 행동은 각각 ‘신명의 기능 및 결과’에 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개인이 신명을 경험한 빈도와 신명 경험의 정도(감정+행동)와 기타 긍정적 의미를 갖는 변인들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신명을 경험한 빈도와 신명 경험의 정도가 자기존중감 등의 긍정적 자기가치감과 일상적 생활만족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 3의 결과, 신명경험에 대한 질적인 분석 내용이 양적으로 검증되었으며, 신명의 원인과 현상, 그리고 결과에 대한 각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의 양상을 실증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주된 의의는, 이론적 차원에 머물고 있던 신명에 대한 논의를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영역으로 확대하였다는 데 있다. 본 연구는 특히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신명의 심리학적 과정을 밝혀내고 이를 양적인 방식으로 검증함으로써 한국인 심리 이해의 폭을 넓혔을 뿐 아니라, 예전부터 그 긍정적 기능에 관심이 모아졌던 신명 개념을 기타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