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조선족 및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들의 한국 내 모국문화 표출·유지 욕구와 정체성에 관한 연구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모국문화표출·�...
본 논문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조선족 및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들의 한국 내 모국문화 표출·유지 욕구와 정체성에 관한 연구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모국문화표출·유지 욕구와 문화적 정체성의 지형을 살펴봄으로써 이주여성 자신이 긍정적인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는 다문화 사회의 조건을 제시하는 데 있다. 본 연구는 2007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경기도 도시 지역 조선족 및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면접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내용은 크게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모국문화 표출·유지와 이주여성의 정체성이라는 두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첫째, 이주여성의 모국문화 표출·유지는 연구자가 작성한 질문지를 바탕으로 출신국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영역과 출신국에 따라 특성이 다른 영역으로 나누어 그 양상과 특징을 분석했다. 둘째, 이주여성의 정체성은 ‘모국적 정체성 유지’와 ‘한국 사회문화 수용’이라는 두 가지 변인에 대한 이주여성의 심리적 반응에 따라 ‘동화’ 지향적 정체성과 ‘통합’ 지향적 정체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는 베리의 문화접변 이론과 이주여성의 정체성 지형을 결합한 모델이다.
또한 본 연구는 다음의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이주여성들의 모국문화표출·유지에 대한 열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둘째, 모국문화표출·유지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어떠한 영역 및 상황에서 모국문화유지 및 표현에 대한 열망 혹은 좌절을 느끼는가? 셋째, 출신국, 학력, 체류기간 등 사회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모국문화유지 및 표현 양상에 차이가 나타나는가? 넷째, 모국문화유지 및 표현과 문화적 정체성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다섯째, 이주여성의 문화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주여성들의 전반적인 모국문화 표출·유지 욕구는 대체로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었으나, 이들은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때에 따라 모국문화를 표현하기도 하고 한국문화를 따르기도 하며 스윙(swing)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이주여성 및 남편이 고학력일수록, 경제력이 높을수록, 가족, 주변 사람 등 정서적 지지가 많을수록, 모국인 네트워크가 원활할수록, 모국적 정체감이 높을수록 한국사회에서 모국문화 표출·유지 욕구 및 수준이 높았다. 둘째, 이주여성의 정체성은 자발적인 이주와 현재 국제결혼의 특성으로 의해 ‘동화’ 지향적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았다. ‘동화’ 지향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인으로는 정착기간, 이주의 목적, 자녀 등이 있었다. ‘통합’ 지향적 정체성은 ‘동화’ 지향적 성향을 가진 이주여성들에 비해 대체로 고학력이며 사회경제적 지위가 있는 이주여성들에게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이주여성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모국문화를 표현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해 자신의 모국문화를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문화적 욕구와 문화적 권리를 가진 한 개인으로서 이주여성은 한국에서 모국문화를 표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며 이는 발전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는 한국 사회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단순히 ‘동화’의 대상이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아가는 동등한 주체로 볼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 사회는 이주여성들의 ‘문화적 표현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주여성이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모국문화를 표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다문화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주여성의 모국문화 유지 및 표출 욕구는 단순히 문화적 차원에서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인종 차별, 계급, 젠더, 빈부격차 등과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이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인종적, 젠더적 시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개별 사례의 특수성을 기초로 한 질적 연구를 채택한 만큼 연구결과를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일반화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에 대한 단선적이고 수동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기존 연구들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그들을 양 문화의 교섭을 통해 창조적인 문화를 만드는 역동적인 주체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