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 이 논문은 서정주시에 대한 시각차를 수긍하면서도 그의 시세계를 좀더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루려는 시도이다. 서정주의 시를 정밀하게 읽어 내어 시의식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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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高麗大學校, 2006
2006
한국어
811.6 판사항(4)
895.714 판사항(21)
서울
iv, 214 p.; 26 cm
참고문헌: p. 20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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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초록 ]
이 논문은 서정주시에 대한 시각차를 수긍하면서도 그의 시세계를 좀더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루려는 시도이다. 서정주의 시를 정밀하게 읽어 내어 시의식의 특성과 구조를 도출하고 언어미학과 삶에 대해 더 깊은 이해의 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무속, 불교, 분석심리학의 사유체계를 방법적으로 준용하였다.
서정주의 초기시에서 ‘피’는 생명력과 病이 뒤섞인 혼합물의 성격을 띤다. 病은 무속의 神病 증상과 유사한 환각 현상을 특징으로 한다. 초기시에서 환시 현상의 사례들인 여성 인물들은 귀령적 속성을 띤 비현실적인 인물들로 집단무의식의 아니마 원형에 견줄 만하다. 환청 현상은 주로 새 울음이나 악기음으로 나타난다. 환각의 고통으로 인해 시의 화자는 일탈과 죽음의 충동에 빠지기도 하지만, 무속을 수용하거나 하늘을 동경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중기시는 여성 심상의 변전, 청각 심상의 변모를 수평축으로 하고, 여기에 방향을 부여하는 하늘과 바다 지향을 수직축으로 하여 전개된다. 여성 심상은 육정적․귀령적 속성을 덜어내고, 궁극적으로는 ‘눈썹’이라는 천상적 심상으로 변모한다. 청각심상은 영원의 새인 ‘뻐꾸기’로 나아간다. 수직적 지향은 문제 해결의 방향들이다. 시인의 의식은 ‘(門) 열린 꽃’을 통해 불교의 하늘로 올라간다. 바다는 침몰과 죽음을 벗어나 구름이 되는 상승의 물로 변환된다. 그러나 서정주의 상상력은 色界의 無雲天을 벗어나지도 해저의 유계에 침몰하지도 않는다. 그의 초월은 지상으로 돌아오는 초월이다. 이는 윤회의 단멸과 해탈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무속적 영원주의로 수정한 결과이다.
후기시에 이르면 시의식의 수평․수직운동이 통합을 이루지만 곧 균열의 조짐을 보인다. 수평․수직축의 교차로 생긴 네 반축의 끝에는 ‘눈썹’, ‘뻐꾸기’, ‘하늘’, ‘바다’가 놓인다. 그리고 ‘가락지’의 원환이 이들을 감싸 거대한 원융의 세계를 이룩한다. 그런데 수평축을 이루는 환시와 환청의 두 방향은 비합리적 무의식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반축에 포개어진다. 이는 합리성의 축이 결여되었음을 의미한다. 서정주의 모순된 삶과 이념적 편향성은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불균형 위에 선 것으로서 무속적 비합리주의에 과도하게 견인된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균열이 서정주시의 실패를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서정주는 자신의 삶의 어둠과 가장 치열하게 싸운 시인이다. 이 논문은 현실의 모순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그의 문학에 한계가 있다고 여기기보다 바로 그 현실의 모순과 대립하기도 화합하기도 하는 시인 내면의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사회적 제약으로 인한 고뇌를 헤아려 시를 엄밀히 이해하려 애쓰는 한편 한 인간의 모순과 현실의 모순이 공생한 예술적 성취의 자리 자체가 또한 비판이 가해져야 할 자리임을 확인하였다. 이 중첩된 모순이 곧 삶과 시의 균열을 낳은 근원적 조건이지만, 역설적으로 모순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 그의 시의 심층을 구성한다는 데 서정주 문학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