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1960년대 농촌 마을 부녀회의 조직과 성격

국문 초록 (Abstract)

기존 연구에 의하면, 1960~1970년대 부녀회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제도적 변화를 거쳤다. 1960년대부터 농촌 여성들의 노동력이 주목되면서 국가에 의해 부녀회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에 재건부녀회가 조직되었다. 그리고 1968년에 가족계획어머니회가 결성되었다. 부녀회의 조직적 활동은 새마을운동이 전개되어 새마을부녀회가 조직되고(1973년) 기존의 부녀회들이 새마을부녀회로 통합되면서(1977년) 더욱 확대되었다.
그러나 농촌 지역 마을 부녀회의 결성 과정에는 국가가 주도한 흐름 외에도 여성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또한 1960년대부터 국가의 주도로 부녀회가 조직되면서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부녀회 여성들 사이의 상호 관계 속에서 설명될 수 있다.
1950년대 농촌 마을에서 여성들은 경제적·생활적인 이유로 소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임은 농촌 여성들이 공통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부녀회로 발전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촌 여성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근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농촌 여성들의 근대 교육은 1952년 초등학교(국민학교) 의무교육제도의 실시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었다. 근대 교육은 많은 농촌 여성들의 의식과 사고방식을 변화시켰는데, 자신과 가정의 삶을 계획하고 이끌어가는 ‘주인’이자 ‘주체’로서 자각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과 달리, 자녀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 나섰다.
이와 같이 변화된 의식을 가진 젊은 농촌 여성들의 증가와 함께 봐야 할 것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증폭된 농촌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다. 전쟁으로 인한 남성들의 부재는 농촌 여성들의 자녀 교육과 가정 경제에 대한 책임을 확대시켰다. 계모임이라는 농촌 여성들의 소모임은 이러한 상황에서 활성화 된 것이었다. 계모임은 여성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기도 했지만, 마을 내 여성들이 소통하는 관계망이자 사회 활동의 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모임 내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공통의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집단적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소모임은 부녀회로 발전하기도 했다.
1960년대 재건부녀회·가족계획어머니회라는 국가의 주도로 조직된 부녀회는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하면서 나타난 것이었다.
1960년대 부녀회의 활성화와 그 성장 배경에는 농촌 여성들의 4H 활동 경험도 있었다. 농촌의 많은 젊은 여성들은 4H 활동 과정 속에서 근대적인 영농 지식을 습득했고 여러 계몽적인 활동을 해가며 농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켰다. 농촌 젊은 여성들의 이러한 4H 경험은 그들이 이후 부녀회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한 경험적 토대가 되었다. 또한 4H 클럽은 마을 부녀자들을 결집시켜 이들의 경제 활동을 이끌어내 부녀회로 발전시키거나, 마을 개발에 있어 부녀회와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처럼 4H 조직·활동과 농촌 여성들간의 관계는 간과할 수 없다.
1960년대에 국가에 의해 조직된 재건부녀회·가족계획어머니회는 농촌 마을 개발과 경제개발을 위해 농촌 여성들의 노동력 및 신체를 통제·동원하고자 한 것이었다. 특히 가족계획사업의 추진 하에서 농촌 마을의 부녀회는 더욱 확대되었다. 1968년에 조직된 가족계획어머니회의 목표는 가정 경제와 자녀 양육을 위해 아이를 그만 낳고자 했던 농촌 여성들의 강한 욕구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때문에 농촌 여성들은 새마을운동시기인 1970년대 후반까지 가족계획어머니회라는 부녀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광범위하게 참여를 했다. 가족계획사업을 위해 국가에서 지급된 회의비 또한 부녀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초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어 농촌 여성들의 부녀회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한편 1960년대부터 국가의 주도 속에서 확장된 부녀회의 활동은, 1950년대 농촌 여성들의 모임 및 조직이 지향·실천하고 있던 자율적인 움직임이 이어진 것이었다. 또한 부녀회 활동 과정에서 농촌 여성들은 국가정책에 일방적으로 동원되지만은 않았다.
1960년대 농촌의 부녀회 조직에서 농촌 여성들은 국가 권력에 포섭돼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공간과 권력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부녀회를 활용했다. 이는 농촌 여성들의 권리와 지위가 크게 향상·신장될 수 있는 과정이었다. 농촌의 부녀회가 여성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의지 속에서 1970년대 새마을운동 시기 마을 개발 사업의 주축이 되며 현재까지 농촌 마을의 주요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농촌 여성 사회 내부에서 부녀회의 이와 같은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국문요약 ·················································································· ⅱ
• Ⅰ. 머리말 ················································································· 1
• Ⅱ. 1950년대 자생적인 여성 소모임의 출현 ························ 5
• 1. 근대 교육의 확산과 여성의 의식 변화 ······················· 5
• 2. 농촌 마을에 조직된 여성 소모임들 ···························· 11
• Ⅲ. 1960년대 국가의 여성 동원과 부녀회의 활성화 ········· 21
• 1. 4H 조직의 확산과 여성 참여의 확대 ·························· 21
• 2. 가족계획사업의 추진과 부녀회의 활성화 ················· 29
• Ⅳ. 농촌 부녀회 조직의 중층적 성격···································· 41
• Ⅴ. 맺음말 ················································································ 51
• 참고문헌 ·················································································· 53
• Abstract ···················································································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