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서 직업 개념에 비추어 본 자유교육의 의미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의 주제는 삶으로서 직업 개념을 제안한 듀이의 철학적, 교육학적 논의에 근거해서 현대적 의미의 자유교육의 성격을 명료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학 연구에 있어 자유교육 또는 교양교육으로 번역되는 liberal education이라는 주제영역은 직업교육과의 대조를 통해 하나의 체계적인 담론을 형성해 왔다. 정신세계의 가치와 문화생활이 가져다주는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교양교육과 사회적 봉사나 삶의 실제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직업교육의 구분에 기초해서 교양교육의 편에서 자유교육의 의미가 규정되는 것은 전통적인 계급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삶의 조건에 비추어 보면, 모든 개인은 교육을 통해 학문세계에 입문함으로써 정신적인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문화생활을 하는 여가를 누릴 수 있다. 동시에 모든 개인은 자신의 생계와 사회적 봉사의 임무를 맡고 있으며, 이러한 임무는 각자의 직업적 활동을 잘 수행하고 직업생활을 원만하게 해 나갈 때에 달성된다. 특히 현대인은 자신의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또 삶의 의미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특정의 고용주나 특정의 삶의 영역과 그 가치에 종속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라는 한 가지에 전 생애에 걸쳐 헌신하고 몰입한다는 의미의 ‘삶으로서 직업’ 개념을 주목한다. 삶으로서 직업이라는 아이디어는 확정된 인생의 행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이 아이디어는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관념을 실제 행위로 구체화하기 위한 삶의 과정 자체에 경험자가 강하게 구속되면 구속될수록 인간적인 삶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주장을 함의한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삶’이나 ‘직업’이 아니라 ‘삶으로서 직업’이라고 할 때에는 소명직(vocation)으로서 직업의 성격이 부각된다. 그리고 직업이라는 말의 기본적인 의미와 특성을 강조해서 말하자면, 인간의 삶에 있어 직업과 직업적 활동은 활동적인 삶의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며 삶과 학문세계의 다양한 가치와 자원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중심축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삶으로서 직업 개념에 기초한 교육에서는 단적으로 말해서 교양과 직업의 구분이 사라진다. 그리고 각자의 삶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경험자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교육목적은 삶의 총체적 이상으로, 그리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은 삶의 이상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통합된 실체로서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성격을 띤 각자의 삶의 의미와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교육은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자유교육의 대표적인 장이었으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직업세계와 학교교육 간의 접점에 놓여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더욱더 강조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 보면 대학에서의 자유교육은 각자의 ‘삶’을 중심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이상을 실제적인 교육목적으로 의식하고 교육실천의 장에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때 실현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이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자신의 일을 중심으로 그리고 자신의 일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는 인간’으로서 자유인 그리고 사회와 문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삶의 총체적 이상의 구현체로서 직업적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그리고 자신이 변화시키고 확대해 나가고 있는 ‘사회적·문화적 세계를 디자인하는 인간’으로서 자유인이 될 때 교육의 과정은 자유교육을 보장하게 된다. 이 두 측면에 대응해서 대학에서의 교육은 한편에서는 개인적인 삶의 이상을 형성, 구체화하고 계속적으로 재구성하도록 하는,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보다 넓고 보다 깊은 ‘삶의 가치와 자원들을 주고받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한 시기의 집중적인 교육이나 훈련으로 끝나거나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삶의 총체적 이상을 형성하고 실현해 나가는 삶의 전 과정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여기에서 제안하는 교육은, 앞으로 연구가 진척되면서 적절한 용어를 창안해야 하겠지만, ‘생애교육’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