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전쟁과 국제 이슬람 무자히딘 운동: 아랍인 야전사령관 카탑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비교적 신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4개의 1차 자료와 그동안의 선행 연구를 참조하여 카탑의 실체에 접근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논리를 전개했다. 먼저 서론에 해당하는 제1장에서는 본고가 다룰 문제를 제기하고 사용되는 1차 자료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뒤이어 제2장에서는 체첸 분쟁과 국제 무자히딘 운동의 관련성을 예비 고찰한 후, 제3장에서 카탑의 개인적인 신상 및 그가 지하디스트로 나서게 된 과정을 분석한다. 이어서 제4장에서는 제1차 체첸 전쟁에서 카탑이 한 역할을 그의 작전 수행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제5장에서는 1차 전쟁 종결부터 1999년 8월에 2차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의 전간기(戰間期) 동안 카탑의 활동을 군사 훈련 캠프 운영과 성전(聖戰) 확대 구상이라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분석한다. 끝으로 결론에서는 카탑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를 숙고하고 향후 연구 과제에 대해서도 논했다. 본 논문은 국제 이슬람 무자히딘 운동과 체첸 저항파와의 관계를 고찰하고, 이를 통해 체첸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무슬림 의용군들의 자기주장과 지하드 수행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었다. 9.11 사건 이후 전 세계를 휩쓴 대(對)테러리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카탑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의 전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되었고, 그의 죽음은, 마스하도프와 얀다르비예프, 바사예프 등 체첸 저항파 지도자들의 잇따른 죽음과 더불어, 체첸 저항 운동의 쇠락(衰落)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국제 이슬람 무자히딘 운동의 몰락 자체와 연결지우는 발상은 위험하다. 최근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현실이 말해주듯, 이슬람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행은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의 종교적 각성을 부추기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할 것이며, 국가 테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계속되는 한, 무슬림 저항 수단의 과격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단기간 내에 체첸을 포함한 북카프카즈에서 이슬람의 과격화 현상이 소멸될 가능성은 낮다. 북카프카즈의 사회와 경제 상황이 조만간에 호전될 전망이 없다는 점, 북카프카즈 내 공화국들의 무슬림 사회가 갖는 종교 및 정치 정세의 복잡성, 연방 정부가 분쟁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무시하고 무력 의존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이 그 이유다. 본 논문의 주제인 체첸 저항파와 해외 이슬람주의 세력의 연계성에 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그 실체 규명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무슬림 의용병들의 세계관과 참전 동기,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 및 체첸 사회와의 관계 등, 연구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본 논문에서는,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카탑 개인의 발언과 객관적인 전술적 성과를 중심으로 고찰했으나, 향후 체첸 전쟁에 참가한 무슬림 무자히딘의 실태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될 때, 본고가 그 시초적(始初的) 연구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