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지역에 강제된 제국의료 -만철의 의료위생사업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일본은 중국 동북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첫 식민지 대만 통치과정에서 구축한 의료위생체계를 중국 동북으로 이식하였다. 그 지배 영역 내에서 새로이 의료위생체계를 구축했던 주체는 만철이었다. 만철은 철도부속지를 중심으로 위생행정기구를 설치하고 근대 서양의학에 기초한 병원, 학교, 연구소 등을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한편으로 만철은 동북에서 발생한 페스트, 콜레라 등의 방역활동에 주도적으로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방역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러한 만철의 의료위생사업은 일본의 중국 동북 통치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1) 일본의 식민지 대만에서의 의료위생의 경험이 1904년 러일전쟁 후 획득하게 된 관동주를 비롯한 만철부속지에 이식되는 구체적인 과정과 양상을 파악한다. 특히 대만 총독부 민정장관 출신으로 만철의 초대 총대가 된 고토 신페이의 '文裝的 武備'론이 중국 동북의 의료위생사업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지 염두에 두면서 제1장의 내용을 구성하려고 한다.
2) 만철은 철도부속지에서 위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부서로 지방부 아래 위생과를 설치하고 보건, 의료, 방역의 세 부문에 걸쳐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과 특징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철이 구축한 의료위생체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3) 이 시기 동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던 전염병으로 1910~1911년의 페스트와 1919년의 콜레라가 있다. 이 두 개의 전염병이 발생했을 당시 전염병 방역활동에서 만철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봉천성 정부를 비롯한 중국 정부, 사회와의 공조 혹은 대립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1910~1911년 동북에서 페스트가 발생하자, 중국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으나, 일본 측에서는 중국 측의 대응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관할 영역을 넘어 방역활동에 적극 개입하려고 하였다. 이미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중국의학의 기반 하에 서양의학에 기초한 의료와 위생사업이 전개되지 시작하였으나, 일본은 전염병 방역에서 중국의 재지 의료위생 기반을 제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장에서는 전염병 방역에서 만철 방역활동을 통해서 식민권력의 현지사회에 대한 인식, 역으로 현지사회의 식민권력에 대한 반응 혹은 대응을 정리함으로써 중국 동북에서 만철(일본)의 의료위생체계가 구축되어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중국 동북에서의 일본의 이른바 '제국의료' 혹은 '식민지의료'의 양태를 파악하고자 한다.
4) 마지막 장에서는 이상에서 제시한 만철의 의료위생체계 혹은 사업이 중국의 동북 통치에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살피고자 한다. 결국 식민지에서의 의료위생사업이 규율 권력을 확립하고 식민지사회에 통치권력이 침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식민지 정책의 중요한 도구였음을 생각할 때, 만철의 의료위생사업 역시 만철의 부속지 경영과, 나아가 일본의 중국 동북 통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철의 의료위생사업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중국 동북 통치에서 수행한 역할과 그 의미를 도출하는 것으로써 연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