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러시아 영화산업의 변화와 블록버스터

국문 초록 (Abstract)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문화산업과 깊은 관련을 가지지만, 그 상업성을 대중성으로, 수익성을 이념성으로 치환한다면, 소련시기 대표영화들은 블록버스터에 다름 아니다. 서구의 어떤 블록버스터도 대중적 인기, 관람객 수, 배급력 등 양적 규모에 있어 소련의 대중영화들과 감히 겨룰 수 없다. 블록버스터는 작가영화와 달리 그동안 학적 연구에서 홀대를 받아온 소련영화의 메인스트림을 역사적으로 재평가하는 개념적 도구이자,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 이후 러시아 영화산업이 경험한 변화를 설명해줄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소련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가능케 하는 소련 영화산업의 특성이 포스트-소비에트 시기 겪은 변화와 특성을 고찰하였다.
1990년대 러시아 영화는 소련시절 형성된 영화시스템의 붕괴와 관객층의 해체로 특징 지워진다. 그 원인은 국가주도체제에서 시장경쟁구도로 전환한 영화산업 시스템 자체의 변화, 이 변화에 대한 적응을 차단한 러시아의 기형적 경제구조, 불법비디오 시장의 번성, 체르누하 일색의 당대 영화에 대한 대중의 외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기 러시아 영화의 몰락은 소련 블록버스터가 보장해왔던 양적인 규모, 즉 대중성의 문제에 그 본질을 두며, 다시 이 양적 기준은 영화와 관객, 작품과 대중의 소통이라는 질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2000년대에 들어 영화보호법 제정 같은 제도적 차원의 정책, 산업으로서의 또는 사명으로서의 러시아 영화를 강조하는 영화인의 각성을 통해 러시아 영화의 부활이 시도된다. 그 결과 러시아만의 가치와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영웅을 제시하는 민족주의 블록버스터가 탄생하였고, 대중은 이에 크게 환호하였다. 새로운 영화의 등장과 인기, 극장인프라의 증가, 국가지원의 강화 등으로 2000년대 러시아 영화의 부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러시아 영화의 미래는 현재 정권의 통제 하에 존재하는 TV 및 TV 자본과 깊은 상관관계에 놓여있다. 러시아 영화의 부활을 견인한 러시아 블록버스터들의 민족주의적 경향, 그 예술 형식의 이념적 보수성과 푸틴 체제 사이의 유사성에 대한 영화예술의 성찰이 이루어질 때에만 러시아 영화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