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개발국가의 변화와 지속 : 산업정책 전략과 조직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한국 발전 모델은 금융자원에 대한 통제를 매개로 한 밀접한 정부-대기업 관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발전 모델에서 제도적 핵심은 이른바 '개발국가'의 존재인데, 이 개발국가의 경제 개입은 산업정책으로 나타난다. 박정희 정권의 수립과 더불어 제도화된 한국의 개발국가는 1960·1970년대 금융자원에 대한 통제에 기반하여 선별적인 산업·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한편으로는 개발국가를 가능하게 했던 국내의 정치사회적 조건의 변화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세계 정치경제적 조건의 변화속에서, 한국 발전 모델은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발전 모델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그 핵심인 개발국가의 변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개발년대 동안의 정부주도적 산업화에서 민간부문의 참여가 증대되는 방향으로의 변화 및 개발국가의 핵심 정책 수단이었던 금융부문의 자율화가 점차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발국가의 산업정책 전략과 조직 또한 이전 시기와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1980년대 개발국가의 산업정책은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먼저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선별적 산업육성에서 기능적 산업정책으로의 변화 및 산업조직 정책의 강화라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선별적인 산업육성이 산업부문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산업내부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효율성을 저하시켰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1980년대 산업정책은 산업구조정책에서는 산업합리화와 기술개발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독과점 규제와 중소기업 육성 등 산업조직정책의 강화가 주목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정책을 수행하는 국가기구 사이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에서 보듯 상공부는 선별적인 산업육성을 추진했던 핵심 국가기구였다. 1980년대 산업정책의 전략 변화는 국가기구내 관계에서는 상공부의 영향력 약화와 경제 총괄 기구로서의 경제기획원 및 기술개발 및 그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과학기술처의 영향력 확대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부실기업정리와 산업합리화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긴급한 산업정책상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기존 제도의 관성에 의해 상당 부분 제한된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1980년대 한국의 개발국가는 변화와 지속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1986년 제정된 「공업발전법」은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 「공업발전법」은 한편으로는 산업정책의 방향 전환 및 지원제도의 개편과 산업합리화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인 국가 개입 사이의,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국가의 경제 개입과 관련하여 중요한 국가기구인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며, 바로 이 점에서 탈개발국가로의 경향과 개발국가의 지속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