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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우울증과 페미니스트 대항서사의 가능성
본 연구는 2010년대 후반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의 고통 말하기와 우울증서사의 의미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여성 우울증을 감정의 의료화와 신자유주의적 치유주체의 탄생으로 보는 선행연구들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심층면접과 디지털 참여관찰을 방법론으로 젠더화된 삶 경험으로서 여성들의 우울증 서사를 다룬다. 여성의 ‘광기’는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인가라는 고전적인 페미니즘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여성의 정신질환을 저항의 기호로만 바라보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들의 실질적인 저항을 피해자 정서라고 단순화하지 않으면서 20-30대 여성의 우울증 말하기가 지닌 정치적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인 여성들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여전히 그 고통과 함께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여성들은 병원 치료, 약 처방, 상담, 수련, 거리두기 등을 포함해 우울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장기적인 인지 과정을 겪어낸다. 이들은 자신의 우울증을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젠더 폭력과 불평등, 성공의 압박이나 빈곤 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서사화 하는 과정에서 정신의학 체계와 가부장제 지배담론이 복잡하게 공모/협상/갈등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이들의 집단화된 우울증이나 고통 서사는 대중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자기 진단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언어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이것이 사회적 고통의 일부임을 주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우울증의 대항적인 질환서사(illness narrative)를 만드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한 SNS는 고립된 진료실에서 고백하는 형식이 아닌 집단적 말하기로서의 우울증 말하기를 가능케한다. 이 공간에서 여성들은 고통을 폭로하기 위해 여러 발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발화전략은 언제나 페미니즘 정치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며 여성들을 고통의 순환회로 속으로 몰아넣는 등 대항서사로서의 불/가능성을 모두 담지하고 있다. 본 연구는 우울증 말하기를 하는 여성들의 실천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거나 좌절되고 굴절되기도 했지만 여성들이 더 이상 환자라는 낙인화된 위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의 목소리는 병리적인 하위 문화로만 축소할 수 없는 젠더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페미니스트 독해를 통해 여성의 우울서사가 진료실 밖으로 나와 공론장에서 표출될 때 우울증의 ‘의료화’를 넘어서는 젠더, 세대, 계급이라는 다층적인 권력 관계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질환경험을 외치면서 이들 여성들은 페미니스트 정치의 한 장면을 구성해낸다.
이 논문은 이상 문학 텍스트(시·소설·수필)에 상당히 만연해 있는 병리적 모티프와 의학적 모티프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야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출발하였고, 일찍이 김기림이 이상 문학을 ‘현대의 진단서’로 명명한 것에 입각하여 그의 전반적인 텍스트를 일종의 ‘진단서’로서 사유하고자 하였다. ‘진단’이라는 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분절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병리적 증상을 포착하는 것과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그에 해당하는데, 본고에서도 그러한 임상의학적 단계성을 바탕으로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격을 ‘병리성의 발견’과 ‘치료의 모색’으로 나누어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여 보았다.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과를 세밀하게 목도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는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이론적 개념을 도입했다. 그의 문학은 소위 난해하다고 일컬어지는데, 그 난해성의 기저에는 각종 다질적 성분들이 상호 분열된 채 긴장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때 ‘중첩’은 분열된 비동일적 존재들을 접합시킴으로써 그들의 관계성이 새롭게 도출되는 일종의 ‘교호작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상 문학의 분열된 요소들을 상호 교호적 관계로 포섭하고 그 경계성을 사유할 수 있는 적확한 방식이라 판단되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상 문학의 ‘진단’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중첩’의 양상을 심도 있게 고찰해 보았고, 그 세부적인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Ⅱ장에서는 이상 문학에 틈입해있는 여러 ‘증상’들을 포착하고 유형화하여 그가 구현한 ‘병리성’의 실체에 대하여 탐구하였다. 이상은 다양한 층위의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앓아온 환자였다. 한 명의 병리적 개인에게 ‘중첩’된 다양한 증상들은 그를 더욱 병리적 극한으로 유도하였다. 그런데 이상은 오히려 자신의 병력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솔직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을 병리적인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삼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Ⅱ장의 1절에서는 이상의 신체 내부에서 나타나는 개인적 증상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결핵’은 이상 문학의 병리적 세계관을 구성하는 기원이자 주제가 되는 증상으로서 작품 속에 실체적으로 투영되었다. 그 반영의 정황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내면이 표출되는 형태가 아니라 증상의 양태가 객관적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예술적 승화를 이뤄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생애를 잠식했던 위중한 질환이 충분한 성찰 과정을 거쳐 미학적으로 구현된 모종의 의지가 된 것이었다. 다음으로 살펴본 ‘성욕 과잉’과 ‘권태’는 표면상으로 감지되는 활력의 차이로 인해 서로 무관하거나 대척되는 증상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상당한 접점을 지닌 정신 병리적 증상에 해당하였다. 모두 ‘결핵’이 파생시키는 대표적인 2차적 증상에 속하였고, 각각 근대를 상징하는 정신 질환의 사례였다. 또한 두 증상은 이상에게 실존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활용되어 왔는데, ‘성욕 과잉’은 수용하고 함몰되는 방식으로 ‘권태’는 배척하고 탈피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실존의 감각을 끊임없이 반추하도록 유도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종국에는 두 증상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병리적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한층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2절에서는 이상이라는 병리적 주체에게 ‘중첩’된 증상의 범위를 사회적인 영역까지 확장시켜 보았다. 사회에 만연한 여러 징후들을 병리적으로 내면화하는 이상의 관찰력과 집중력은 매우 섬세하고 집요했으며, 육체적 병환의 이미지를 통해 개별 사회상의 부조리한 단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우선 이상은 ‘절름발이’ 혹은 ‘절뚝발이’라는 병리적 이미지를 은유적 기표로 활용하여 사회적 관계의 비대칭성을 표현하였다. 가족관계의 부조화를 상징하는 것에서부터 남녀관계의 파행적인 표상을 형상화하는 데까지 ‘절름발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남녀 간의 비대칭적 관계성은 이상 문학 전반에 걸쳐 매우 비중 있는 모티프로 자리했다. 이때 ‘절름발이’라는 불치의 형상은 이상에게 남녀관계가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부재한 것으로서 병리적 필연성을 부여해주었다. 다음으로 이상이 근대인으로서 근대 도시의 부정성을 폭로하는 순간에도 병리적 상상력을 개입시킨 것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는 도시 경관 및 도시화가 야기한 사회적 현상을 관조할 때에도 실제 병리적 증상에 의거하여 비판적인 시선을 노출하였다. 이상이 부조리한 근대 도시에 신체적 자질을 부여하여 병리적 특질들을 투영시킨 시도는 자기 자신을 근대적 환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그만의 고유한 특색이자 효과적인 수사법이 되었다. 3절에서는 이상에게 다양한 증상이 ‘중첩’되어 병리적 극한으로 다다르는 모습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다수의 증상이 한 명의 개인에게 겹쳐서 발현된다는 것 자체도 증상의 ‘중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상 문학은 더 나아가 개별 작품에서부터 여러 층위의 증상을 직접 ‘중첩’시켜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상은 작품 내부에서 증상이 전이되고 합병되는 맥락을 형성하고, 그 증상 간의 경계성을 통해 하나의 증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모종의 ‘병리적 총체’를 만들어내었다. 증상끼리의 인접성이 미미한 신체병리 간의 ‘중첩’에서부터, 신체병리와 정신병리의 ‘중첩’, 그리고 사회병리까지 아우르는 ‘중첩’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깊이 있는 병리적 심화를 이룩한 것이었다. 이에 이상 문학에 나타난 증상의 ‘중첩’은 개인 및 시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자 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그의 저항과 사투가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 볼 수 있게 되었다. Ⅲ장부터는 이상 문학이 증상을 ‘중첩’시켜 자신을 병리적 극한으로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 ‘치료’를 모색하는 지점에 대해 사유해 보았다. ‘치료’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다는 것은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격을 방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의 ‘치료’라는 개념은 완전한 회복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치유에 대한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에서 행해지는 모종의 작업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치료’는 하나의 불확실성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상 문학에서 처절한 분투와 반복된 실패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상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불확실한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분열적 양상들이 파생되었는데, 각각의 분열적 자질들은 서로 ‘중첩’되어 다채로운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Ⅲ장의 1절에서는 ‘칼’, ‘약물’, ‘인공신체’라는 의학적 치유도구를 중심으로 치료과정 내에서 발현되는 이중적 욕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각각의 대상물들은 ‘쇄신’을 모색하는 치료의 도구가 되면서 그와는 대척되는 무언가를 동시적으로 지향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우선적으로 ‘칼’은 수술로 환기되는 ‘치유’와 자살로 상징되는 ‘죽음’에 대한 욕망이 ‘중첩’되어 나타났다. 회복에 대한 갈망과 삶을 포기하고 싶은 태도가 한꺼번에 뒤섞인 양면성을 암시했던 것이었다. 그 중 ‘면도칼’이 작품 곳곳에서 빈번하게 등장하였는데, ‘면도’라는 행위는 사회에 이상적으로 편입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다는 측면에서 치유의 방향성과 맞닿았지만 역시나 동맥을 따고 싶다는 자살 충동을 동시에 반영하는 모습을 내포하였다. 결국 이상은 ‘칼’을 작품에서 거의 부재한 대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는 칼에 ‘중첩’된 욕망이 분출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시킴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한 동시적 갈망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그로 인해 실존적 인식을 계속 도모하려는 것에 해당하였다. 다음으로 ‘약물’은 ‘치료제’로서의 기능과 ‘독약’ 혹은 ‘환각제’로서의 기능이 공존하는 대상이었다. 이 역시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표류하는 존재에게 실존적인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으로 작용하였고, 약물에 탐닉되는 방식이나 정도에 따라서 주체의 다층화된 욕망을 효과적으로 체감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이에 이상은 스스로 그 경계적 상태인 ‘환각’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향유의 형태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아니라 도리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방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공신체’는 가장 진보된 의학적 상상력이 반영된 것으로서 ‘실존’과 ‘환상’의 개념이 ‘중첩’되어 나타났다. ‘인공신체’는 자연의 성질과 인공의 성질을 모두 갖춘 대상이라는 점에서 치유가 되었다는 환상성과 인공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현실성을 한꺼번에 자각시켰다. 즉, 완전한 자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치유의 환상과 불안한 실존이라는 양가감정을 ‘중첩’시켜 담아내기에 ‘인공신체’는 매우 적확한 대상이었던 것이었다. 2절에서는 ‘치료’ 행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주체의 ‘중첩’을 논의해 보았다. 먼저 이상은 본인이 직접 ‘책임의사’가 되는 것을 통해 자신의 병리적 증상을 진료해줄 의학적 주체를 구성하였다. 이로써 그는 ‘환자’와 ‘의사’라는 양면적인 신분을 동시에 거느리게 되면서 자신의 병리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울’ 시편을 중심으로 나타난 그의 자가진단은 반복적으로 ‘실패’의 결과만을 드러냈다. 이때의 ‘실패’는 병리적 심화를 시사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시도된 치료과정에서 치유 불가능성이 대두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실패’는 의학적 장이 형성되는 조직 원리를 의미하면서 궁극적인 치유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치료의 실패는 치유 불가능성이라는 심연을 실재로서 보여주었지만, 그 치유 불가능성에도 병리적 심화와 치유 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모색이 이중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것이었다. 결국 ‘환자’와 ‘의사’의 대면은 치유의 성패를 떠나 병리적 증상을 성찰하고 치료를 계속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한편, 들뢰즈는 의학적인 사유와 문학적인 사유가 교차되는 것을 징후학적이라 보았는데, 이상 문학은 ‘환자’와 ‘의사’라는 주체적 역할의 ‘중첩’을 시작으로 ‘작가’의 개념까지 겹쳐지는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지극히 징후학적이라고 판단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의 글쓰기 자체는 하나의 ‘진단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었고, 또 그의 기록은 반복되는 치료의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존적 인식을 위해 분투한 궤적으로 남게 되었다. 이상의 투철한 의지와 사명감은 ‘죽음’마저도 그의 진단적 글쓰기를 저지할 수 없었는데, 그로 인해 이상 문학이 그의 종생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영속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었다.
치매마을의 치유 환경적 공간 특성과 조성과정의 참여 주체 역할에 관한 연구 : 네덜란드 Hogeweyk을 중심으로
김소원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2022 국내석사
범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치매 유병 인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치매라는 질병의 특성상 요양시설에 의존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으나, 무분별한 시설의 건립으로 인권 유린 및 취약한 환경과 서비스 등의 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공급자 중심의 시설 공급에서 수요자 관점에서의 새로운 해결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고, 치매전담 요양마을인 치매안심마을 조성에 관한 공간적 복지 정책이 등장하였다. 이는 해외 각국에서 조성되고 그 실효성이 입증된 바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으로, 입지 선정부터 시공까지 전 단계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본 연구는 치매환자의 삶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치매마을의 대표적 사례로 불리는 네덜란드 Hogeweyk을 대상으로 해당 모델이 어떻게 조성될 수 있었으며 공간 및 사회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마을의 공간 환경 특성과 조성 과정을 검토하여 조성에 참여한 주체들의 역할과 협업구조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첫 치매안심마을 조성에 시사점을 제시하였으며,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고령화와 치매의 이슈를 도시계획 학문에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자 하였다. 치매마을의 개념과 등장배경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진행하여 치매환자를 위한 마을형 모델에 관한 논의가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치매마을 및 공간 조성 주체의 역할에 관한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체계적인 사례 분석을 위한 연구의 틀을 마련하였다. 마을의 환경적 특성을 파악하고 마을형 모델의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해 주거 유형, 외부 공간, 커뮤니티 공간을 공간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으로 구분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또한 마을 조성을 가능하게 한 배경과 주체의 역할 과정에 있어서는 크게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Hogeweyk의 조성 배경 및 과정을 다양한 요인으로 분석해 도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을의 환경 설계는 주도적 주체가 진행한 치매환자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입각했으며, 이는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와 더불어 의학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네덜란드의 사회복지제도는 마을의 건설과 운영을 지원하는 배경이 되었다. 셋째, 마을 조성 전반에 걸쳐 주도적 주체가 필요에 따라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거나 협력 주체를 탐색하였다. 넷째, 이들은 자체적으로 기부자를 모집하고 외부 개방을 통해 재정 구조를 다각화하였다. 이렇게 모금된 자금은 거주민의 복지 활동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주체는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이후 지역 사회와 치매마을이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국내 치매안심마을 사업 진행 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환경 설계, 재정적 구조의 다각화, 주도적인 참여 주체를 중심으로 한 통합된 서비스, 지역 사회와의 연결 등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치매환자를 위한 공간적인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Due to the global aging population, the number of people with dementia is also increasing rapidly. There is no clear solution other than relying on nursing facilities for dementia patients. However, due to the indiscriminate construction of facilities, many problems such as human rights violations, vulnerable environments, and services are occurring. In this supplier-centered facility supply, a new solution from a consumer's point of view has emerged as a new challenge. A spatial welfare policy for the creation of a dementia relief village, a nursing village dedicated to dementia, has emerged. This has been established in various countries abroad and has been proven to be effective, but it is the first project to be attempted in Korea, and conflicts are occurring at all stages from location selection to construction. This study aims to understand how the model could have been created and what it means spatially and socially, targeting Hogeweyk in the Netherlands, which is called a representative example of village-type residential space that prioritizes the life and rights of dementia patients. In order to understand, the role and collaboration structure of the organizations participating in the creation were analyzed by reviewing the characteristics and creation process of the village's spatial environment. Through this, this study presented implications for the creation of the first dementia relief village in Korea, and attempted to suggest that it is necessary to study the global accelerating aging phenomenon and dementia issues in the field of urban planning. It was confirmed that it was necessary to discuss the village-type model for dementia patients by conducting previous reviews on the norm and background of dementia villages. In addition, previous studies on the role of dementia villages and space creation participants were reviewed to establish a framework for systematic case analysis.In order to identify the environmental factors of the village and present the necessity of a village-type model, the analysis was conducted by dividing the residential type, external space, and community space into spatial and social environments. Plus, in the background that made it possible to create a village and the role process of the subject, external and internal factors were classified and analyzed. The results of the study derived by analyzing the background and process of Hogeweyk's composition with various factors are as follows. First, the village's environmental design was based on a database of dementia patients and lifestyles conducted by leading subjects. This resulted in positive medical results as well as high satisfaction of residents. Second, the Dutch social welfare system served as a background for supporting the construction and operation of villages. Third, throughout the village construction, leading organizations formed new organizations or explored cooperative participants as needed. Fourth, they recruited donors on their own and diversified their financial structure through external opening. The funds raised in this way led to a virtuous cycle structure that supported the welfare activities of residents. Finally, the subject not only prevented conflict through active communication with local residents, but also prepared a plan to continuously connect the local community and the dementia village. Therefore, research-based environmental design, financial diversification, integrated services, and communication with local communities should be considered for the domestic dementia village. This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has served as a basis for preparing spatial welfare policies for dementia patients.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는 다크투어리즘의 개념 논의으로부터 그 정의가 시작된다. 다크투어리즘에서의 비극이나 참사의 실상은 구조적 폭력에 대한 피해와 맞닿아 있으며,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아닌 모두가 집단적 비극에 대해 주체로서 존재해야 한다. 본 연구는 이를 기반으로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치유를 이룰 수 있음을 연구한다.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는 사회에서 벌어진 집단적 비극을 관객과 시민의 역할로 임하여 주체적으로 기억하여 수행적 실천에 이르고자 하는 장르다. 비극의 장소에 특성을 두는 장소특정적 연극이 보이는 추모와 애도의 형태와는 구분된다. 본 논문에서는 내러티브의 개념에서 파생된 내러티브 정체성을 살펴보고 그 연구방법인 자문화기술지를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에 대입시켜 그 특성을 도출한다. 자문화기술지는 내러티브 연구 중 하나로서 개인의 경험을 통해 개인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내러티브 주체는 연극과의 순환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며, 이는 나아가 집단 내의 사회적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문화기술지적 내러티브를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에 대입해본다면,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는 개인에게 일어난 비극이 아니라 사회적 비극을 퍼포먼스로 기술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스스로의 문화와 사회를 성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인류학에서의 자문화기술지 연구방법을 적용할 수 있어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를 분석했다. 본 논문의 연구 대상은 단일 투어형, 연합형, 무대형으로 분류하였으며 이는 다양한 형태의 사례들을 입체적으로 구축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로, 극단 신세계의 <망각댄스>에서 서울 단체관광으로 가장한 안전 참사지의 다크투어는 관객이 위험사회로서 도시를 인식하고 자신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게 한다. 두 번째로, <도시횡단프로젝트-광주>는 광주 도시 자체가 다크투어리즘으로서 관객은 일정 기간 과거의 참사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되어 여러 공연들을 통해 비극적 경험을 몸에 새기게 된다. 세 번째로, <미궁의 설계자>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고문을 공연 후 나선형 계단을 내딛는 행위로써 관객이 당시 고문이 자행된 사회를 경험하게 한다. 이상 세 작품에서 보이는 자문화기술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서 현재의 시간에서 투어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경험하는 구조로, 투어라는 개인적 경험 위에 비극적 집단기억을 중첩한다는 이중적 수행성이다. 둘째, 작품 속 관객은 퍼포먼스 이후의 삶 속에서도 신체에 각인된 기억으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공간을 중층적 시간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역사적 주체가 된다. 셋째, 결국 관객은 집단적 비극에 대해 주체로 존재하게 되어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이는 나아가 사회적 치유에 이르게 된다. 본 논문은 다크투어리즘 퍼포먼스를 통하여 비극적 사건을 인식하고 그 속에 담긴 사회를 돌아보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이해하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넓게 보자면 공동체의 치유를 이루고 비극적 집단기억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The definition of dark tourism performance begins with the discussion of the concept of dark tourism. Tragedies and tragedies in dark tourism are related to the damage to structural violence, and it studies that everyone, not individuals or small groups, must exist as subjects for collective tragedies and that social healing can be achieved through dark tourism performances. Dark tourism performance is a genre that seeks to achieve performative practice by independently remembering the collective tragedy that took place in society in the roles of the audience and citizens. It is distinguished from the form of remembrance and mourning that a specific play shows in a place of tragedy. In this paper, the narrative identity derived from the concept of narrative is examined, and the characteristics are derived by substituting the self-cultural technology paper, which is the research method, into dark tourism performance. The self-cultural technology journal is one of the narrative studies, and it is possible to understand the society and culture surrounding an individual through individual experiences. It can be said that the narrative subject of humans forms a self-identity through cyclical interaction with the play, and furthermore, it affects the social identity within the group. If you substitute it into the dark tourism performance with a self-cultural technology-intellectual narrative, it can be seen that the dark tourism performance describes social tragedies, not tragedies that occurred to individuals, and reflects on one's own culture and society through this. At this point, the research method of the self-cultural technology paper in anthropology could be applied and the dark tourism performance was analyzed. The research subjects of this paper were classified into a single tour type, an associated type, and a stage type, and tried to build them in three dimensions through various types of cases. First, the dark tour of the safety disaster site disguised as a group tour of Seoul in Shinsegae's "Oblivion Dance", allows the audience to recognize the city as a dangerous society and look at the Ferry Sewol disaster as themselves. Second, in "Citytraverse Project-Gwangju", the city of Gwangju itself is dark tourism, and the audience becomes a tourist who travels to the disasters of the past for a certain period of time, and the tragic experience is engraved on the body through various performances. Third, "Designer of Mystery" is the act of taking a spiral step after performing torture in the anti-aircraft chamber in Namyeong-dong, which allows the audience to experience the society in which torture was committed at the time. As a self-cultural technical characteristic shown in the three works, the first is the dual performance of superimposing tragic collective memory on the personal experience of the tour, with all of them experiencing past events through tours in the current time. Second, even in the life after the performance, the audience in the work becomes a medium of memory and is a historical subject who looks at the society and space surrounding him in interlayered time. Third, by being the subject of collective tragedy, it leads to social healing through an understanding of one's life and society. This paper proposes to recognize tragic events through dark tourism performances and look back on the society contained in them. Through this, you can understand the events of the past and confirm the identity of yourself and the society surrounding you. Broadly speaking, you can achieve healing for community groups and create a better society by serving a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tragic collective memory.
한국사회의 우울증 담론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 : 의료화와 정책화를 중심으로
오늘날 우울증은 단순히 은유로서의 질병을 넘어서서 시대를 표상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듯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울증과 관련된 정보가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정신질환과 정신과 방문에 대하여 가해지던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점점 효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하여 약을 복용하야 하는 마음의 감기로 자리매김하였다. 본고는 이와 같이 오늘날 발견되고 있는 우울증 서사의 폭발 현상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한국사회 우울증 담론에 대한 문헌 연구를 시도하였다.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 첫째로는 우울증의 사회적 구성으로, 서구사회에서 우울증이 언제부터, 누구에 의하여, 어떤 과정을 통하여 오늘날의 정신 장애로 정의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사실 우울증은 역사가 매우 짧은 질병으로서, 19세기에 디프레션(Depression)이라는 심혈관계 용어가 기분의 저하 상태를 지칭하는데 사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멜랑콜리(Melancholy)라고 불렸다. 우울증상, 우울감 등을 지칭하는 멜랑콜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무기력함, 게으름, 식욕 저하와 같은 신체적 현상뿐만 아니라 예술가적 기질의 원천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서구정신의학의 발달과 크레펠린, 프로이드의 영향으로 멜랑콜리는 이내 디프레션으로 대체되었고, 특히 미국정신의학에서 발간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의하여 오늘날의 정신 장애로 재정의 되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서구정신의학을 수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이라는 단일 질병명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늘날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고려되는 다양한 증상에 부합하는 명칭만이 부분적으로 발견된다. 이후 서구정신의학은 조선 말기에 부국강병을 위한 신문물의 일환으로 적극 수용되었지만 우울증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식민지 치하에 있던 1930년대에 지식인층에 의하여 멜랑콜리에 대한 논의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사료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우울증이 오늘날과 같은 정신 장애의 일종으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국내 정신의학계 내의 전문가집단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정신의학계 내 전문가집단은 오늘날 통용되는 우울증 담론을 형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우울감의 집단적 발현 현상을 우울증이라는 정신 장애로 명명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본고에서는 생의학적 관점에 기초한 우울증 담론이 전문가집단에 의하여 형성되는 과정(의료화)을 살펴보기 위해서 국내 정신의학 학회지에 수록된 우울증 관련 논문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신경정신의학』 124건, 『우울·조울병』67건, 총 191건). 그 결과, 국내 정신의학계에서는 서구-특히 미국 정신의학계의 경향을 그대로 수용하고 흡수하여, 우울증 담론을 발전시켜왔음을 알 수 있었다. 우울증 관련된 논의는 대부분 우울증의 생물학적 특성과 약물 치료의 효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와 같은 경향은 2000년도에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약물 치료에 대한 강한 신뢰는 국내 의약시장 내 항우울제 시장의 형성을 유도하였고, 다국적제약회사와 국내 제약회사 간의 제휴를 바탕으로 국내 항우울제 시장은 2000년도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13년도 현재 국내 항우울제 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대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내 제약회사 간의 점유율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정신의학계 내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울증 담론은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정부에서는 나날이 증가하는 자살행위에 대한 국가적 개입 및 관리의 일환으로, 2005년에 <자살예방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시 이 계획안에는 자살 행위의 80%가 우울증을 거쳐 일어나기 때문에, 현재의 여건상 변화시키기 힘든 원래의 원인(생물심리학적, 사회경제적)보다는 자살에 이르는 길목에 자리 잡은 우울증을 조기발견하고 치료함으로써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우울증-자살 간의 연관성은 앞서 우울증의 생의학적 모델이 구성된 정신의학계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며, 따라서 계획안은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 및 우울증 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계획안은 이후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2008년에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으로 다시 발표되었으며, 우울증을 주요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주요사업으로 명시되었다. 현재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은 진행 중에 있으며, 정신의학계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정부-민간 단체 간의 협동을 통해 우울증과 관련된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우울증이 일상적인 담론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미디어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도 한 몫을 했다. 미디어는 일반 대중에게 우울증에 대한 정신의학계와 정부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우울증을 반드시 조기치료를 받아야 하는 마음의 감기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실제로 우울증 관련 보도기사는 정부 계획이 시작된 2005년도 이후 급증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우울증 담론은 전문가집단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생의학적 모델이 정부의 본격적인 개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005년도 이후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담론의 확산이 우울증의 탈낙인화 및 전문화를 이끌어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우울증 담론은 생의학적 모델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우울감정의 집단적 발현이라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주도권을 정신의학계가 쥐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질문의 방향은 달라진다. 즉 왜 우울감정의 집단적 발현이 일어나고 있는가,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사회구조적 모색으로 관점을 옮겨가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기조는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생존을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으로 추구하도록 구조적 압박을 가한다. 이제 개인들은 생존을 위하여 끝없이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계발하는 성과주체로 자리매김한다. 문제는 성취하고 이루어내야 할 대상의 미완결성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방성과 미완결성은 성장에 유리하기 때문에, 개인은 결코 완결된 형식의 성취를 마주할 수 없다.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능력화 해야 하고, 자신의 능력 있음을 증명해나가야 한다. 이 미완결성을 향해 달려가는 개인이 결국 기력이 다하여 고갈되고 소진되는 것, 육체적·심리적 경색. 우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오늘날 우울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우울증상을 유발한 명확한 계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도태된 자, 실패자로서의 극심한 자기비하가 나타난다. 더불어 생의학적 관점에 기초한 우울증 담론이 신자유주의 구조 내에서 생물학적 생존 기술의 일종으로 간주되면서 더욱더 개인화된다. 개인은 생존을 위하여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신건강까지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만 하는 필요성에 직면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근래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치유문화의 확산에 의하여 더욱 강화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발견되는 우울증 담론의 확산은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부정적인 경험들을 문제화하는 의료화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또한 우울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회경제적 요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구조가 문제의식을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돌릴 수 없도록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예외적인 질병 상태─적극적인 개입과 처방을 통해 나을 수 있는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적 반응─좌절, 절망, 우울감으로 바라보고 분석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본고는 바로 이와 같은 접근을 위한 일련의 시도로, 우울증 담론과 연관된 기존의 생물심리학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에 더욱 주목하고자 하였다.
황정희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2009 국내박사
본 논문은 왜곡된 삶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문제를 ‘마음 깨침’의 문제로 보고 ‘마음 현상’의 구조와 ‘마음 깨침’의 과정을 밝혀 ‘깨어있는 몸’의 실천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깨침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연구자 자신의 체험기술을 비롯하여 문헌고찰, 참여관찰, 심층면접, 수련인의 체험진술 등의 질적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삶에서 깨침의 대상은 마음의 문제로 자신과의 관계, 인간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집착과 중독, 주체상실 등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외부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 자아(왜곡된 마음)가 삶의 주체가 되고 몸은 객체로 전락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주객의 문제는 마음/몸, 남성/여성, 집단/개인, 인간/자연 등의 갈등구조로써 깨어있는 몸과 자연에 대한 몰이해와 한 쪽을 상대적 우위에 둔 편향된 가치, 그리고 자신과 주변을 대면하지 않은 데 기인한 ‘마음 깨침’의 문제이다. 둘째, 깨침의 장은 항상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몸으로, 감각기관을 통해 느낌으로 드러나며, 순간의 ‘느낌’은 자기 초월적이며 선험성을 지닌다. 이는 주체적 체험으로 우리의 의식이 개입되어 주관적 판단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이며, 깨어있는 몸의 상태로 치우침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알아차림(mindfulness)으로써 스스로를 지각한다. 셋째, ‘마음 깨침’의 본질은 ‘몸은 이미 깨어있다’는 믿음이며 확인이다. 마음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관하는 마음과 사념의 흐름이 있을 뿐이다. 사념 또한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며 공한 것으로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며 ‘나’라는 자아를 내려놓을 때 ‘마음 깨침의 몸’이 드러난다. 넷째, ‘마음 깨침의 몸’은 삶의 실질적 선험성을 띤 주체로서 늘 마음 깨침을 이루고 있음을 지각하는 ‘깨어있는 몸’이다. 몸은 스스로의 호흡을 통해 매순간 심연(深淵)의 생명력과 이어져 있으며, 또한 자연스런 몸짓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감각을 깨우는 살림을 지향한다. 다섯째, ‘깨어있는 몸’의 실천 지향점은 깨어있는 ‘나’로 세상과 열린 관계에 있다. 이는 자신에게 붙잡혀있는 마음의 상들이 존재하지 않아 세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을 말한다. 그리고 바로 현재를 느끼게 하고 이 순간으로 살게 함으로써 깨침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구체적인 체험으로 확인된다. 이 연구를 통해서 시사하는 바는 깨침이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떠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객체가 아니라 열린 세상으로 나간 생명본성인 몸이며 깨어있는 세상은 우리의 마음이다. 따라서 이 사회가 당면한 총체적인 갈등의 치유는 생명에 대한 자각과 주체로서의 몸과 개인을 존중하는 삶의 대면에 있다. 본 논문이 깨어있는 삶으로 향하는 개인에게 깨침과 치유의 정보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깨침이 수련, 영성, 치유 프로그램에 적용되고 학제간의 후속 연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The present thesis treats the problems in relationships arising from a distorted lifestyle as a problem of mental awareness, and, based on the structure of the phenomenon of the mind and the process of mental awareness, presents the aware body as the practical solution to the problem. To gain insight into the substance of such awareness, previous experiences, exploration of existing documents, participatory observation, detailed interviews and statements, and other qualitative sources were used in order to form the following conclusion. First, the target for mental awareness in life was concluded to be a problem of the mind, such as obsessiveness, addiction, and loss of identity, caused within one's relationship with self, with others, and nature. This can be attributed to the fact that the ego (a distorted mind), which is formed by one's relationships with others, becomes the subject of life, and the body itself becomes merely an object. This problem of subject and object forms a conflicting structure between the mind and body, male and female, community and individual, and man and nature, and is caused by a misunderstanding of the aware body and nature, prejudiced values that lean heavily toward one side, and a lack of effort to deal with one's self and surroundings--all of which are caused by a problem of mental awareness. Second, the act of awareness occurs within the body itself, reveals itself through the senses, and the moment of awareness is self-transcendent and a priori. This is an subjective experience, a status prior to the involvement of our consciousness and biased opinion, in which the happening is perceived with mindfulness without any preconceptions. Third, the substance of mental awareness is the faith and certainty that the body is already aware. The mind has no substance; there is only a flow of ideas and thoughts. Thought itself is not a fixed reality; it is rather a void that appears and disappears; therefore, when we put down our ego, the "I", the mentally aware body surfaces. Fourth, the mentally aware body is a subject with a priori and substantial self, constantly accomplishing mental awareness as an aware body. The body is linked to the depths of the life force, and, with natural gestures, chooses the lifestyle that heals the body and awakens the senses. Fifth, the practical goal of the aware body is an open relationship between an aware "I" and the world. This is a life without any of the mental images chained down by one's self, and in which the world can be seen in clarity. By allowing for an awareness of the present, and life lived in each instant, awareness presents itself in everyday life, and becomes affirmed as a specific experience. This research suggests that awareness cannot exist anywhere outside of "I", one's self. We are not objects in this world, but instead, the life force itself, pouring out into the wide open world--this aware world is our mind. Subsequently, healing for the conflicts that present-day society faces can only occur through an awareness toward life, and a life of respect toward the body and self as a subject. It is hoped that this thesis will be used as information for assisting in awareness and healing in individuals seeking to live an aware life, and that awareness will be applied into training, spiritual, and healing programs; furthermore, that stimulus may be provided for additional research across the many disciplines.
아브젝트 관점으로 본 예술 승화와 트라우마 치유에 관한 회화연구 : -본인 연구 작품을 중심으로-
본 연구는 폭력으로 불거진 트라우마(trauma)를 심리에서 완전하게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건을 재현하여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부정적 정서를 긍정화하는 작동 원리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는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아브젝트(abject) 관점으로 본 예술 승화와 존 G. 알렌(Jon G. Allen)과 주디스 허먼(Judith Lewis Herman)의 트라우마 이론을 빌려와 작품 과정의 핵심 요소로서 탐구하고 있으며 예술 승화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에 관하여 의문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유년기 트라우마로 인하여 왜곡된 정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자 하며 예술 승화와 트라우마 치유가 상호작용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그리고자 한다. 예술 승화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발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감정의 발현을 넘어서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치유로 향하는 길이며 작품의 역량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연구자는 주장하고자 한다. 여기서 통제란 감정을 억압하고 제지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감정의 역할로서 인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구자 작품 분석에 앞서 작품 기저에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헨리 다거(Henry Joseph Darger)와 자기 고백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과 같은 작가를 통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은 트라우마가 정서에 미치는 작용과 그에 따른 작품 형식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고찰하고자 하며 그들 선행작가와 연구자의 작품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 분석해 보았다. 연구자의 작품은 연구자 본인의 자전적인 경험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유년기 트라우마를 심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또 작품 이미지에 등장하는 소재와 형식을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접목하여 분석하고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색면과 그 색면을 가로지르는 윤곽선에서 나타난 아브젝시옹의 경계에 대하여 고찰해보고자 한다. 또, 퍼즐의 규칙 체계를 상징계의 관점으로 분석했으며 결국은 연구자의 주체성 확립에 대한 욕구와 예술 승화로서의 갈망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하여 인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작품의 핵심 소재인 사일로 구조물을 기호계 코라(chora)의 개념을 통하여 사일로 구조물의 의미 해석을 개진하고자 하며 정서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사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예술가의 정서에 따라서 작품 형식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주체의 확립은 정서적 통제에 있다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예술 승화의 중요한 요소로 감정적 발현이 작용하는데 그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한 사례로서 본 논문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감정의 발현은 자유를 표출하는 수단은 될 수 있으나 진정한 치유는 정서적 통제에 있다. 그것을 인지하고 작품활동을 한다면 혼란이 아닌 안정된 기반 속에서 작품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This study presents the possibility of a working principle that affirms negative emotions through the process of reproducing and specifically shaping related events rather than completely excluding or separating trauma caused by violence from psychology. The researchers are art sublimation and John G. from Julia Kristeva's point of view of the subject. It borrows the trauma theory of Jon G. Allen and Judith Lewis Herman and explores it as a key element in the work process, and raises questions about catharsis in art sublimation. In addition to raising such problems, we want to resolve the misunderstanding of emotions distorted by childhood trauma, and draw an ideal form in which art sublimation and trauma healing interact. The expression of emotions arising from art sublimation is raised, and the researcher argues that controlling emotions beyond the expression of emotions is the way to healing and the basis for stably unfolding the capabilities of the work. Here, control is not to suppress and restrain emotions, but to guide them as the right role of emotions.Prior to analyzing the researcher's work, writers such as Henry Joseph Darger and Tracey Emin, who have a violent aspect at the base of the work, tried to examine the effect of trauma experienced in childhood and adolescence on emotions and how the work format is developing. The researcher's work is based on the researcher's own autobiographical experience, which expresses childhood trauma with an image. In addition, the materials and forms appearing in the image of the work are analyzed by combining Kristeva's theory, and the content is to consider the boundaries of abjection that appeared in the color plane and the outline across the color plane. In addition, the rule system of the puzzle was analyze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symbolic world, and in the end, it was recognized through this study that the researcher's desire to establish subjectivity and desire as an art sublimation interact. Finally, we would like to interpret the meaning of the silo structure, which is a key material of the researcher's work, through the concept of a symbolic chora, and also think about the influence of emotions on the work.Through these studies, we were able to find that the form of the work varies depending on the artist's emotions, and we were able to get a clue that the establishment of the subject was in emotional control. Emotional expression acts as an important element of art sublimation, and this paper is meaningful as an example of raising problems. The expression of emotion can be a means of expressing freedom, but the true healing lies in emotional control. If you recognize it and engage in work activities, you expect to be able to unfold your work capabilities in a stable foundation, not confusion.
타자의 시선과 주체에 관한 연구 : 본인작품을 중심으로
노영효 경성대학교 일반대학원 2016 국내석사
This paper presents a study of the other’s gazes and the subject that appear in the white birch. I began this piece of work after sensing the white birch seeming to gaze at me, and I began to become interested in how the subject of gaze was not a person, but nature. And it was this very part I wanted to explain through my work. I felt comfort and rest from the gaze by nature, and wished to deliver the gaze I felt to the audience through this piece of work. For the theoretical basis of the work analysis, I researched the theory of ‘Gaze’, ‘Imagination’ and ‘Mirror’ by French Psychoanalyst J. Lacan, ‘Existentialism’ and ‘the other’s gaze’ by French Psychologist Sartre. I could confirm the linkage between rest and gaze that appears within this piece of work through this analysis. Arranged analysis of this thesis on the basis of my work is as follows: First, it is a Painting project. The image I sensed from the white birch bark, I reinterpreted into gaze by expressing rest through applying Korean painting on sliding-screen paper, expressing the division of sides and showing color. Second, it is a Drawing project. I wanted to give people the opportunity to see how their back sides looked, and so I began drawing the backsides of people. The drawings were displayed and circulated back to the owners. As I drew the drawings I realized what it meant to be looked upon by another person, and also decided it was a time to look back upon oneself and that itself would be a time of rest and healing. Third, it is an Installation project. While drawing the backsides of people, I thought it would be good for audiences to become the subject and be able to see their back sides from a separate gaze. The work was carried out so that when they stared forward at a mirror, they did not see their front side but their back side instead. Afterwards, I worked on the mirror by attaching a broken mirror and placed pieces of rest that I sowed myself, and placed them on the mirror, so that those who needed rest could write their names on the spot after taking the pieces. This mirror work will continue to be displayed until the mirror is completely filled with peoples’ names, and when the mirror is finished, I plan to move on to my next work. Fourth, it will be a video project. Through the video I will be able to include the sounds of nature and the voices of people. I needed to find people in order to start the video work, and there was communication and a message I could send out the audience. The communication I had with the audience through the display, turned into change for the next project. Therefore I will continue my communication with the audience through the video project. I wish to form a direct communication with the audience through painting, video, installation and drawing projects, and hope for artistic healing effects. Through this research I confirmed that the subject of work can become the audience’s gaze, and I was able to analyze the conditions of such a project. As a result, through this project I was able to form the linkage between communication and artistic healing, and have decided that it may become a social function. With a deeper gaze, I will continue to communicate with nature and people and thereby add further depth to my project.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 현대 여성 작가의 자전소설을 주제 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그 자전소설들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고는 여성 작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기존의 남성 중심적 문학사에 새로운 시각을 공급하는 한편, 여성 작가의 온당한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했다. 본론에서는 여성 작가의 자전소설을 개인적 사랑과 성장을 다룬 소설, 역사적‧사회적 체험을 다룬 소설, 예술적 자아의 발견과 각성을 다룬 소설로 나누어 각 소설들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먼저 본론의 제2장에서는 개인적 사랑과 성장을 다룬 김명순의 「탄실이와 주영이」, 서영은의 『꽃들은 어디로 갔나』, 김형경의 『세월』,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여성 작가들은 사랑·연애·결혼 등의 과정에서 상처를 경험하고, 이를 자전소설로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명순은 「탄실이와 주영이」에 자신을 둘러싼 ‘데이트 강간’의 소문을 소설화했고, 김형경은 『세월』에 성폭행을 당한 뒤 강제로 한 남자의 연인이 되어 그 남자와 동거를 하다가 남자의 바람으로 이별하게 된 경험을 담았다. 공지영은 『즐거운 나의 집』에 세 번의 결혼 끝에 모두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의 생활을 딸 위녕을 서술자로 내세워 소설화했다. 서영은은 『꽃들은 어디로 갔나』에서 김동리와의 결혼생활을 다루었지만, 그는 1987년 김동리와 결혼하기 전, 20여년의 세월을 김동리의 숨겨진 여자로 살았다. 이 과정에서 서영은이 경험한 상처는 「먼 그대」에 일부 드러나며, 『꽃들은 어디로 갔나』에도 그녀가 경험한 상처가 나타난다. 사랑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 작가들의 경우에는 사랑으로 인해 사회적 평판이 저해되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김명순은 다니던 학교의 학적부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일을 겪었고, 『너희들의 등 뒤에서』의 주인공 권주영이 자기라는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김형경은 ‘그 남자’와 헤어진 뒤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거를 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공지영은 ‘세 번 이혼한 여자’, ‘이혼의 대표 선수’라고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사랑과 연애, 결혼 등은 매우 내밀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는 영역이다. 여성 작가들은 이 사적 영역을 자전소설의 형식으로 소설화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거나(김명순, 공지영),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려 하거나(김형경),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려 했다(서영은). 다음으로 본론의 제3장에서는 역사적‧사회적 체험을 다룬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와 신경숙의 『외딴 방』, 최영미의 『청동정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박완서·신경숙·최영미는 자전소설에서 역사적·사회적 체험을 다루었다.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6·25 전쟁 체험을 소설화했고, 신경숙은 『외딴 방』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영등포여고의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녔던 고교 시절과 그 시절 만났던 여공들의 존재를 복원해냈다. 최영미는 『청동정원』에서 1980년대를 회고하고, 운동 이후의 삶을 다루었다. 이들의 자전소설은 거시적인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개인의 감정이나 경험,(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서발턴의 존재와 삶(신경숙, 『외딴 방』), 주변부의 시선(최영미, 『청동정원』) 등을 소설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9·28수복, 1·4후퇴,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박완서는 변변하게 기댈 언덕이 없는 20대의 젊은 미혼 여성이 어떻게 6‧25 전쟁을 경험했는지, 6‧25 전쟁을 겪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완서의 자전소설에는 6‧25 전쟁 중 그녀가 경험한 공포·수치·혐오·모욕·굴욕의 감정들이 서술됐다. 신경숙은 『외딴 방』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1979년부터 1981년까지의 시기를 함께 보낸 여공들의 존재를 복원해냈다. 매번 한 시간 늦게 회사가 끝나 교실 문 밖에서 아랫입술을 질근질근 씹어서 입술이 빨갰던 하계숙, 너희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며 헤겔을 읽던 반장 미서, 하루에 2만 개의 캔디를 포장하는 일을 해서 오른손이 닳아져 왼손으로 글씨를 쓰던 안향숙, 컨베이어 앞에서 일하고 있어도 가정의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던 윤순임 언니, “너희가 스스로 너희를 돌보지 않는 한 너희는 언제까지나 희생만 당할 거야”(『외딴 방』, 288쪽)라고 나에게 말한 미스 리, YH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김삼옥, 그리고 언제나 희미했던 희재 언니 등 서발턴의 삶과 존재가 이 소설에는 서술되고 있다. 신경숙의 자전소설 『외딴 방』 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 외에, 서발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전소설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영미는 『청동정원』에서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자면 “주변인”(『청동정원』, 321쪽)의 시각으로, 이애린 식으로 말하면 “이방인”(『청동정원』, 122쪽)이자, “아웃사이더”(『청동정원』, 122쪽), “회색인”(『청동정원』, 167쪽)의 시각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조망한다. 1980년대의 학생운동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이념의 온당함으로 실제의 모순을 봉합하는 대신, 최영미는 『청동정원』에서 “주변인”(『청동정원』, 321쪽)의 시선으로 운동권 내부의 권위주의와 위계의식, 우월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그는 여성의 시각에서 운동권 내부의 반여성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소설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청동정원』에는 마른 몸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정조관념, 남성에게 순응적인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당대의 의식도 드러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청동정원』은 1980년대를 회고하는 소설인 동시에, 최영미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소설이고, “진한 그리움으로 변”(『청동정원』, 316쪽)한 어느 한 시대를 “주변인”(『청동정원』, 321쪽)의 시각에서 복원해낸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본론의 제4장에서는 예술적 자아의 발견과 각성을 다룬 양귀자의 「한계령」, 「숨은 꽃」, 「유황불」, 「단절을 잇다」와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양귀자는 「한계령」, 「숨은 꽃」, 「유황불」, 「단절을 잇다」 등의 자전소설에서 예술과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이 가운데 「한계령」과 「숨은 꽃」은 공통적으로 소설가인 ‘나’를 서술자로 삼고 있다. 소설 속에서 「한계령」의 ‘나’는 은자를, 「숨은 꽃」의 ‘나’는 김종구를 만나는데, 은자가 부르는 <한계령>과 김종구의 아내 황녀가 연주하는 단소 곡조는 그들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렇듯 「한계령」과 「숨은 꽃」은 삶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다음으로 「유황불」은 「한계령」과 마찬가지로 은자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나’가 잠에서 깨어 학교에 갈 시간인 줄 알고 책가방과 신주머니를 들고 집을 나오지만, 5시 40분에 역에서 출발하는 여수행 특급 열차와 기린봉 주변의 낙조를 보고 비로소 자신이 낮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한계령」은 ‘나’와 은자가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인 반면, 「유황불」은 이들이 처음 만난 유년시절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유황불」과 「한계령」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단절을 잇다」에서 양귀자는 오빠의 죽음을 통해 예술의 의미에 대해 성찰한다. 그는 “예술과 인생은 별개가 아니”(「단절을 잇다」, 148쪽)고, “삶의 비밀은 글자로 표현되지 않”(「단절을 잇다」, 158쪽)으며, 살아남아 앞날을 모색하는 것이 “‘예술적’ 인간의 길”(「단절을 잇다」, 163쪽)이라고 생각한다. 양귀자는 「한계령」, 「숨은 꽃」, 「단절을 잇다」 등의 자전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삶과 예술의 의미를 탐구했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작가 공지영이 자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로 자신의 글이 세상에 수용되기를 원하는지, 앞으로 어떤 자세로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다짐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지영에게 글쓰기는 스승, 친구, 고해신부, 치유자, 연인, 아이들, 그리고 자기 자신이었다. 이처럼 여성 작가들은 자전소설에서 소설가인 자기 자신을 서술자로 내세워 예술과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기도 했다.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전소설을 참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성 작가들은 자전소설에 소설가를 화자로 등장시켜,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습작 과정이나 다른 작품들의 창작 동기, 혹은 주제의식이 서로 연결되는 작품들에 대해 서술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본고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주목되지 않았던 여성 작가의 자전소설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읽어낸 연구로서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