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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합작 연극 <가모메カルメギ>의 한국 초연 회고와 일본 공연 보고
성기웅 한국연극학회 2019 한국연극학 Vol.1 No.71
<가모메 カルメギ>는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일제강점기 한반도 배경의 이야기로 번안하여 재창작한 한일 합작 연극이다. 성기웅이 대본을 썼고 일본인 연출가 타다 준노스케가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협업했다. 성기웅은 고증적, 재현적인 감각으로 원작 희곡 <갈매기>를 1930년 후반 황해도 연안 지역의 이야기로 치환하는 작업을 했고, 타다 준노스케는 그렇게 쓰인 대본을 공연적인 현재를 강조하는 ‘현전화(現前化)’의 연출 방법론으로 재구성하였다. 2013년 10월에 한국 서울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초연한 <가모메 カルメギ>는 동아연극상 3개 부문 수상을 하는 등 호평을 받은 한편으로, 일제강점기 역사를 다루는 관점과 해석과 관한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다. 일본군이 되어 출병하는 조선 소년을 일본인 여자 배우가 연기한 것을 두고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흐리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에필로그 장면에서 역사의 연도를 나타내는 큰 숫자가 카운트 업 되어갔던 것이나 그런 끝에 한국인과 일본인 배우들이 함께 걸어나가도록 했던 것을 두고는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섣부른 화해를 부르짖거나 무책임한 허무주의를 설파하는 것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본 초연을 했던 2014년 11월은 아베 수상의 재집권 2년차로 우경화 행보가 가시화되고 일본 사회에 혐한의 기운이 높아져 있던 때였다. 연출가 타다 준노스케는 한국 초연 때 한국 관객들의 감각과 인식을 파악하기 어려워했던 것에 비해 일본 관객들에 대해서는 예측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한국 쪽 중요 배우 세 명이 바뀌었는데, 새로 3주 동안 리허설을 하면서 공연의 모든 요소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한국 초연과 마찬가지로 조선 소년의 출병을 일본인 여배우가 연기하게 한 것은 일본 관객들에게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청년들이 징병되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였다. 에필로그 장면의 역사 연도 자막은 한국 초연 때 연도의 숫자만 내보냈던 것에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사적 구체적 사건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럼으로써 일본 관객들에게 한-일 관계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환기시켰다. <가모메>의 이 일본 초연은 일본 관객들에게 과거 한국을 침략했던 죄의식과 그 역사에 관한 당사자 의식을 자극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여름에는 일본의 4개 도시 극장을 도는 재공연 투어를 했다. 일본 정치에서는 아베 수상의 집권이 6년째 장기화되며 우경화, 개헌을 향한 행보가 무르익고 있었다. 반면 지난 일본 초연 이후 한국 정치에는 큰 변동이 있어 촛불혁명을 통해 정부가 바뀌었고 남북 관계에도 급격히 화해 모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에필로그 장면의 연출은 그런 정치 현실을 반영하여 마지막에 일본인 배우들만이 무대에 남아 객석을 둘러보게 함으로써 일본 관객들에게 일본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