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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의료화와 의료의 병원화 - 병원의 개념적 전환을 통해 본 의학의 문제
여인석 한국의철학회 2019 의철학연구 Vol.27 No.-
근대의 병원은 중세의 병원과 개념적 차원에서 단절됨으로써 등장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근대병원과 중세병원의 단절을 병원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hospital)와 의료의 병원화(hospitalization of medicine)란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여기서 병원의 의료화란 원래 구빈이 주요 목적이었던 병원이 의료 시술이 주가 되는 기관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말하고, 의료의 병원화란 의료화된 병원이 이번에는 의료 자체를 병원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시간적으로는 병원의 의료화가 먼저 일어나고, 이어서 의료의 병원화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화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이용하는 보편적 시설이 된 병원은 이제 의료의 전 영역을 점차 병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의료의 병원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는 생로병사의 전 과정이 이제 병원에서, 혹은 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인석 한국의철학회 2022 의철학연구 Vol.33 No.-
인간은 누구나 환자가 된다. 흔히 생로병사로 표현하는 인간의 삶에서 질병은 출생이나 사망, 그리고 노화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사건이다. 환자란 질병에 걸린 사람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와 질병은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은 환자와 질병을 분리시켰다. 환자는 질병의 운반자로만 취급되며, 의학의 관심사는 환자가 아닌 그 환자가 운반하는 추상화된 질병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환자는 의학에서 소외되었다. 의학이 발전할수록 환자의 소외는 더욱 강화된다. 자기 몸에 대한 개인의 자율권과 주도권은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의학의 대상으로서의 환자도, 고객으로서의 환자도 아닌 인간의 보편적 존재 방식으로서 환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환자가 되는 것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상, 환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환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인간으로 존재한다. 의료과잉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환자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난 이 시대에 환자됨에 대한 보다 깊은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적극적 의미 부여와 가능한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